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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무풍지대 대구


예전에도 몇 차례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만 요 몇년 사이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상급식이 실시 되고 있습니다. 물론 단계적으로 확대 하거나 초등학교만 우선 실시하는 등의 지역 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미 대세로서 일반적 복지정책의 하나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대구시의회


하지만 제가 사는 대구는 여전히 전국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유아독존, 유일하게 무상급식 없는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대구는 최근 수십년간 경제성장, 일자리, 등 각종 경제지표나 도시발전에서 늘 전국 최하위권에 오르고 있어 늘 안타깝던 참이었는데, 거기에 좋지 않은 면에서의 1등을 다시 하나 추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구가 무상급식 불모지가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역시 가장 중심에는 지역 정치권의 정서가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을 두고 가장 앞장서서 이른바 포퓰리즘 딱지를 붙이고는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구시, 대구시의회, 대구시교육청 할 것없이 이 지점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단결(?)하고 있더군요. 



3만2천명의 시민이 함께한 친환경의무급식 조례 주민발의


이에 지난해 봄부터 대구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조례를 발의해서 무상급식 조례를 제정해보자는 의논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로 대구지역 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공동으로 「친환경의무급식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를 구성하고 수개월에 걸쳐 대구시민 3만2천여명의 청구 서명을 받아 정식으로 대구시의회에 조례를 발의 하였습니다.


사실 이 서명을 받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주민번호까지 기입해야 하는 까다로운 서명인지라 내용에는 동의하면서도 꺼리는 주민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열정적인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한 참가자들의 노력으로 필요한 서명을 훨씬 웃도는 양을 모았고 이를 시의회에 전달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주민발의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시의회에 서명과 법적 요건을 갖추어 접수한 것이 작년 12월인데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의회에서는 미적 미적 거리며 처리를 차일 피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초반 몇개월은 대구시 측에서 여러가지 타진을 한다며 시의회에 넘기지 않더니, 정작 조례안을 넘겨받은 시의회가 다시 몇개월이란 시간을 이렇다할 이유도 없이 은근 슬쩍 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날치기로 누더기가 된 주민발의 조례


그러던 차에 지난 9월11일 정말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계속해서 처리를 미루던 대구시의회가 갑자기 날치기로 조례안을 수정해서 통과 시킨 것입니다. 아직 본회의 처리를 남겨두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조례에 대한 심의를 하게 되는 상임위에서 조례의 주요 부분을 말도 안되는 이유로 누더기로 만들어서 그것도 논의 절차나 질의, 토론을 생략한체 1분만에 날치기로 통과 시킨 것입니다. 


수정된 내용을 보면 우선 무상급식보다 진전된 의미의 의무급식이라는 단어를 학교급식이라는 취지에 부합하지도 않는 단어로 싹 바꿔 버렸습니다. 거기다 급식에 대한 지자체와 교육청의 지원에 관한 부분을 의무가 아닌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이 가능 하다는 내용으로 강제성을 없애버리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이를 관리하는 심의회의 권한을 단순 심의로 축소하기까지 하는 등 전반적으로 조례의 취지가 무색하리만큼 칼질을 해서 식물 조례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무상급식을 위해 밥을 굶다.


이에 주민발의에 참여한 주요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곧바로 대구시의회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평등한 밥상을 주려다가 자신들의 밥을 굶게 된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포스팅이 작성된 오늘이 바로 대구시의회 임시회기 마지막 날입니다. 상임위에서 날치기로 수정 통과된 조례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날입니다. 따라서 누더기 식물조례 통과가 오늘 될런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 단식 또한 오늘을 기점으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제까지도 시의회는 대구에서는 무상급식을 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고 하니 낙관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본질적으로 이번 대구시의회의 날치기는 주민발의라는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반기를 든 것으로서 주민들의 의사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도 조례 본래의 취지를 짓밟아버리는 반민주적 행위입니다. 3만명이 넘는 대구시민의 의사를 이렇게도 간단히 무시하는 대구시의회는 정말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입만 열면 예산부족 탓을 하는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지만, 교육청만 하더라도 정작 한해 평균 1500억이라는 미 집행예산이 최근 5년간 꾸준히 발생 됐다고 하니 역시 이는 돈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입장의 문제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주민들을 무시하고 법과 제도를 무력화 시키는 이들을 보면 정말이지 선거가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됩니다. 




아직 시간은 있습니다. 대구시의회가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꿔서 원안대로의 조례안을 통과 시켰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서 대구에서도 아이들이 마음 놓고 의무(무상)급식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좀더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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