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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지방선거를 돌이켜보면 이것저것 기억나는게 많지만 그중에서도 하나 곱으라면 바로 무상급식이라는 정책이슈가 전면에 나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그전부터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진영에서 오랫동안 주장해오긴 했지만 선거자체를 뒤흔드는 주요과제로 제시된 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이런저런 갑론을박의 과정을 거쳐 '되면 좋지만 가능하겠나' 하던 여론도 어느덧 한번 믿어보고 해보자는 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이를 핵심의제로 내세운 많은 후보들이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제가 사는 대구 북구에도 시장이나 구청장 같은 고위직은 아니지만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당선된 구의원들이 있습니다. 당선되면 우리동네 초등학교에서부터라도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해 내겠다며 주민들과 약속하고 한나라당의 아성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당선이 됐습니다. 총 20명의 구의회 의원들중 2명이 이렇게 당선됐고 시민사회진영에서 무소속 출마한 후보까지 모두 3명이 무상급식 문제에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1일 드디어 이들의 공식임기가 시작됐습니다. 몇개월이 지난 지금 이제 어느 정도 구 살림살이도 살펴보고 의회운영에도 적응을 하면서 조금씩 무상급식을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상급식을 전면 실행하는 것도 아닌 일부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 조례를 개정하는 첫 단추에서부터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수를 차지한 한나라당 구의원들이 자신들의 당론이라며 반대하고 나선 것입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우선 얼마전 있었던 대구 북구의회 180회 임시회에서 이영재 의원(민주노동당)이 질의한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대해 북구청이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지만 당장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은 북구 예산 형편상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실제로 구 재정이 그리 녹록한 형편은 아닌게 사실입니다. 재정자립도가 겨우 2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당장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어려운게 사실이죠. 
북구청에 따르면 현재 대구 북구에는 75개 초·중·고등학교가 있고 여기에 7만1천명의 학생이 재학 중입니다. 이 학생들에 대한 급식비 지원은 2010년 기준으로 국·시비포함 16억7천7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저소득층 일부에게 한정되어 있을 뿐더러 학교 급식이라 할 수 없는 주말, 공휴일, 방학급식에 지원되고 있으니 학교 급식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하고 있는 것이 친환경급식을 위한 차액 지원 시범사업인데요. 기존 학교급식에 일반 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과의 차액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초등학교 4개교와 중학교 1개교에 대구시와 50:50의 비율로 총 3억5천60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이에대해 이영재 의원이 이 사업만이라도 확대하는데 대한 질의를 하자, 관내 38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친환경 급식비 일부를 내년부터 확대 지원하면 올해 지원기준인 학교당 3천960만원으로 산출할 경우 15억50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고 북구청은 대구시 부담금이 확정되고 교육청과의 지원협의 등 행정절차 이행 수반을 전제하지 않고 북구 재정여건상 구비만을 투입해 전면 확대 시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재정여건을 핑계로 한푼도 학교급식 지원에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학교급식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저소득층 지원외에 구청에서 지원할 의사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영재 의원은 우선 작은 금액이라도 교육경비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난 10월6일 교육경비지원조례안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교육경비 내역 중 학교급식경비 지원 내용을 추가한 것인데요. 내년부터 초등학교의 친환경 급식에 대해 일부라도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 반영의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영재 의원은 “법제처에서는 교육경비지원 조례를 통해 무상급식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이미 확인한 상태다”며 “이미 강원도와 제주도는 현재 전면 실시하고 있고 서울시와 인천도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액수와 상관없이 내년 예산안에 일정정도라도 반영해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의회 심의 과정(10월7일)에서 이러한 교육경비지원조례 개정안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상임위에서 보류되고 말았습니다. 회의 석상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보류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쓰레기통에 들어간 것입니다.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야기는 당론에서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있다는게 주 논리였습니다.

많은 보도가 잇다르고 있습니다만 전국적으로 수많은 지자체에서 내년 예산에 무상급식을 주요과제로 편성하고 있습니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하고 부담을 나누는 지역도 많습니다. 그래도 재정여건이 어려운 지자체의 경우 초등학교 만이라도, 이마저도 만만치 않다면 123, 456학년 이런식으로 점차적 확대를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있는 대구 북구는 이런 작은 노력조차 단단한 벽에 부딪혀버린 것입니다. 

어쨌든 이제 시작이니 너무 섣부르게 낙심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선거에서 당선시킨 지역주민들이 다시한번 힘을 보여줄 차례가 아닌가 싶은데요. 국회나 대구시의회도 아닌 저희 동네 구의회, 그동안 조용하기만 했던 북구의회가 앞으로는 조금 시끄러워 지지 않을까 싶네요. 애쓰고 있는 의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 본 포스팅은 팀블로그 주권닷컴(http://www.jukwon.com)에 발행된 글을 일부 수정 재포스팅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