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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6 08:00

할매들이 도청 앞에 드러누운 이유

 

할매들이 도청 앞에 드러누운 이유

청도 삼평리 송전탑 공사 지중화 요구 농성 중

연일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햇살이 내리쬐던 21일 점심 무렵 경북 도청을 찾았다. 오래된 관공서 특유의 딱딱함이 느껴지는 본관 건물 가운데 쯤 커다란 유리 현관 주변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삼평리에서 오신 할머니들이 바로 그곳에서 자리를 깔고 누워계셨다. 


다가가 인사를 하는데 할머니들은 아침에 농성을 시작하면서 직원들과 한판 했다며 몹시 피곤해하셨다. 현관 유리에 기대어 앉아 쉬고 계셨는데 한분은 이내 누우셨다. 식사는 하셨냐고 물으니 중국집에 배달을 시켰다고 했다. 농성장에는 할머니 말고도 대책위 관계자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온 사람들이 여럿 함께 있었다. 식사나 각종 필요한 것들은 이분들이 돕고 있었다. 



청도 삼평리 송전탑 공사 지난달 재개

환갑을 훌쩍 넘긴 할머니들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까지 와서 자리를 깔고 누우신 이유는 바로 지난달 21일 재개된 송전탑 공사 때문이다. 할머니들이 사시는 곳은 청도 각북면 삼평리 평범한 시골마을이다. 삼평리는 벌써 여러 해 째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며 주민들과 한전이 싸우는 중이다. 밀양 송전탑 투쟁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삼평리 주민들은 밀양 못지않게 치열하고 긴 하루하루를 보냈다. 특히 2012년 중단됐던 송전탑 23호 공사가 지난달부터 재개되면서 삼평리에서는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이 있어왔다. 밀양 행정대집행 이후 한전과 정부는 송전탑 공사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다치기도 했다. 지금은 인근의 시민단체 등이 결합해 대책위도 꾸려졌다. 




도민들 외면하는 경북도청

한전과의 대화가 진척이 없고 공사 또한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삼평리 주민들과 청도345kV 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경북 도청을 찾아와 김관용 지사의 중재를 요청했다. 일단 진행되는 공사를 잠시라도 중단하고 대화를 해보자는 요구였다. 그런데 다음날 이들은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여기에 도지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하겠다는 할머니 3분도 포함됐다. 이분들은 연행과정에서 탈진하거나 실신하셨는데 지금은 병원 치료를 거쳐 청도에서 안정을 취하고  계시다고 한다. 현재 도청 앞에서 연좌 농성중인 할머니들은 이에 항의해서 오신 분들이다. 



할머니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현재 진행 중인 송전탑을 지중화 하자는 것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송전선로와 철탑의 수에서 경북은 전국 2위다. 송전선로 지중화율은 전국 꼴찌다. (경북지역의 송전선로 지중화율은 0.9%로 서울지역 88.3%에 비해 100분의 1에 불과) 수도권과 대도시의 전기 수요를 위해 경북의 농촌 지역들이 희생을 감수해 온 불합리한 현실은, ‘지역균형 발전’과 ‘농촌 복지’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관용 도지사가 “주민들의 억울함이 줄어들도록 중재 할 것”이라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도 할머니들은 “더 이상 우리 얘기 들어줄 데가 없다고 도지사님 찾아갔던 사람들이, 도청에서 쫓기 나고 병원 실리 갔다는 소리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우리도 경북도민인데 우째 이래 야박하노. 약하고 힘없는 사람 돌바 주는 기 정치아이가” 라며 “병원에 실리갔던 사람들 대신에 인자 우리가 가서 또 얘기해볼란다. 괘씸하고 야속하지만, 그래도 도지사님이 중재한다고 했으이, 그기 마지막 지푸라기다. 또 한번 부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경북도청 측은 현재 권한 밖의 문제라며 손을 젓고 있고 한전은 대화를 하자면서 공사는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대로라면 삼평리 할머니들의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현대 문명이 발달하면서 각종 토목공사는 물론 에너지 설비들이 곳곳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이렇듯 위협하고 있다. 기술문명과 인간의 삶은 언뜻 서로 상승하는 관계인 듯 보이지만 어디선가 어둡고 불공평한 부분도 만들고 있다. 할머니들의 바람처럼 예산을 좀 더 들여 지중화 하는 것이 그렇게 불가능한 일일까. 이 할머니들의 삶터를 지키는 것이 송전선로 만드는 것만큼 중요하고 지켜야 하는 것임을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좀 더 성숙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며칠 개었다가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 오늘도 도청 앞에는 할머니들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 본 포스팅은 강북인터넷뉴스(kbinews.com)에 게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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