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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배워야 할 잡초의 생존전략 
<전략가, 잡초>를 읽고


10여 년 전부터 텃밭을 일구면서 늘 감탄하는 게 있는데 바로 잡초의 위력이다. 뽑아도 뽑아도 다시 살아나는 무시무시함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마치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좀비 떼에 비길 만하다. 여름철이면 한두 주만 비워도 잡초가 텃밭을 점령하고 마니 말이다. 제대로 뿌리를 내리면 잘 뽑히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이런 잡초에 대해 내가 많은 부분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동안 뽑아낸 잡초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환경의 다양한 위기상황을 극복하며 적응해가는 상상을 초월한 이들의 생존전략은 그저 경이롭기만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각종 재앙으로 위험에 처한 인류에게 생존을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할 핵심적인 화두를 던져준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세 가지의 전략을 기억했으면 한다. 


첫 번째는 기다릴 줄 아는 인내이다. 씨앗이 발아해 맞이하게 될 주변 환경이 어떠할 런지 싹을 틔우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따라서 개체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는 이런 위험부담을 고려해 발아시기를 같은 씨앗이라도 다양하게 나타나도록 한다. 마치 전쟁을 치르는 군대처럼 선발대와 주력부대, 후위부대로 적절히 나뉘어 궤멸을 피하는 안전한 전략을 펼친다. 


두 번째는 변화에 유연한 다양성의 전략이다. 우리가 키우는 농작물은 연중 동일한 시기에 파종하고 키우고 열매도 같은 시기에 맺어 수확을 한 번에 하게 된다. 이는 일반적 자연의 섭리와는 거리가 있다. 종의 번성을 위해서는 이러한 단일한 성장 스케줄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주변 환경이 어떻게 변화더라도 후대를 계속 생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유전적 변이를 생성해 일부라도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잡초는 어떤 작물보다도 다양한 유전적 변이와 주변환경 적응성을 보인다. 


세 번째는 새로운 곳을 향한 확장성이다. 잡초는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는다. 최대한 종자를 많이 생산하고 이를 최대한 여러 가지 경로로 가능한 멀리 보낸다. 바람이나 물은 물론 곤충, 동물 할 것 없이 종자를 퍼뜨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콜럼부스처럼 어떻게든 멀리 씨앗을 보내 자손을 번성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개척하는 것이다. 이렇게 떠나간 씨앗이 어느 곳이든 자리를 잡는다면 이는 새로운 서식지가 된다. 

 

 

현재 인류는 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한 지구 환경의 변화는 그저 오염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수십 년 안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과제도 중요하지만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잡초에게서 배워 좀 더 유연하고, 다양하고, 확장하고 인내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인류가 살기 위해서라도 잡초에게서 배워야 한다. 

사족. 
개인적으로 잡초라는 말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풀은 식물의 한 종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통칭하는 의미로 쓸 수도 있겠지만 쓸모없는 풀이라는 의미가 크다. 잡초가 아닌 들풀 내지는 야생초 등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그저 잡초라 부르기에 이들이 주는 지혜가 크다. 

 

 

 

 

※ 본 서평은 네이버 e북카페에서 서평이벤트에 신청해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책 외 어떤 대가 없이 자유로운 필자의 생각을 작성한 리뷰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