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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타버스가 이슈가 되면서 과연 이게 뭔가 싶어 검색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의미보다 놀라웠던 게 바로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거의 30년 전 소설 <스노크래시>에서 나온 개념이란 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아바타’라는 개념도 처음 사용했다는 이야기에 도대체 어떤 소설인지 궁금했다.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아서인지 최근 다시 발간된 <스노크래시>를 큰 기대를 안고 읽었다.

 

스노크래시 1,2권 세트


읽으면서 들었던 가장 큰 느낌은 작가인 닐 스티븐슨은 정말 괴물이라는 점이다. 처음 출판된 해가 1992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난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좀 잘나가던 친구들이 삐삐를 사면 부러워하던 시절이다. 컴퓨터는 여전히 도스로 운영되던 시기였으며 이마저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때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처음 486컴퓨터를 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아무리 미국이랑 우리나라가 경제적, 사회적 격차가 꽤 있던 시절임을 감안하더라도 ‘그 시절에 어떻게 이런 소설을 이렇게 실감나게 쓸 수 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더욱이 메타버스만이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는 미래 사회와 각종 기기, 사회시스템은 지금 쓴 소설이라고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지금 각종 IT기기들과 비교해 조금 어색한 부분도 있긴 하다.)

또한, 이야기의 흐름도 신선하다. 칼을 찬 해커, 지면에 대응하는 보드와 속도감, 각종 범죄조직과 스릴감 넘치는 액션까지 소설 전체가 첨단 기술에 버무려진 한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매 장면마다 작가는 정성을 다해 장면과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독자의 눈앞에 훤하게 그려진다. 
평소 과학서적을 즐겨 읽고 SF영화에 환장하는 편인데 책을 읽으면서 영화를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기도 했다.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다. 매 장면을 그림 그리듯 묘사를 하는 부분에서 너무 디테일한 설명에 전체적인 맥락이나 화면이 제대로 떠오르지 않아 몰입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특히 이야기의 초반 다양한 등장인물과 도시의 모습, 낯선 장면들을 풀어내면서 발을 충분히 담그지 못한 독자에게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익숙해질 때 까지 집중해서 따라가면 서서히 나아지긴 하지만 초반에 조금은 인내가 필요했다. 

세상을 앞서가는 사람들은 늘 있어왔다. 그들의 상상은 실제로 현실이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하지만, 확실한 건 그런 상상들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문명의 발전이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앞으로 10년, 20년 후의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이 꼬리를 문다. 

 

 

※ 서평단 모집에 응모하여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느낀대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