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달 서울에서 한바탕 소란이 있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통과시켜 시행을 앞두고 있던 전면무상급식 계획을 시장이 못하겠다고 버티더니 결국 주민투표까지 치러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투표율 부족으로 투표함을 개봉조차 못했고, 자신의 자리를 걸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면서 일단락 돼긴 했지만, 우리사회에서 보편적 복지라는 상식이 정말 보편적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겠구나 싶더군요.
그런데 이번에 치러진 주민투표에만 182억원, 다음 달 치러질 보궐선거에만 최소 300억이 든다고 소식이 함께 들렸습니다. 서울시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데 소요되는 예산이 700억 정도라고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입니다. 더욱이 오세훈 시장 재임기간 동안 각종 토목공사를 마구잡이로 벌인 덕에 서울시 부채가 25조에 이르고, 그 이자만 한해 7천억 정도라고 하니 결국은 돈 때문에 못한다는 이야기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먹는 급식에 ‘복지포퓰리즘’이니 ‘세금폭탄’이니 하는 웃지 못할 단어들을 갖다 붙여가며 저들이 주장한 이야기들의 저의는 무엇이었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대구는 무상급식 무풍지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저는 서울의 이런 논란마저도 부럽기만 합니다. 서울처럼 극단적인 과정이 아니더라도 시기나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친환경 의무급식이 실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제가 사는 대구는 유일한 불모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이후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의무급식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고, 머리를 맞대고 팔을 걷어부치고 있지만 한나라당 일색의 대구의 정치권만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애써 외면 아니 아예 무시하고 있습니다.
있는 예산도 삭감하는 대구
심지어 올해 초 대구에서도 농촌지역이 대부분인 달성군 지역 초등학교에 대한 전면 의무급식예산이 편성되었음에도 대구시의회에서 전액 삭감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이러고 보니 ‘대구에서 태어난 게 죄’라는 말이 아니 나올 수가 없네요. 바꿔말해 대구에서 아이를 낳은 저 같은 어른들이 죄인이라는 얘기도 되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대구에서도 이런 의무급식을 시작하기 위한 발걸음이 시작됐습니다. 대구시와 정치권이 손 놓고 있으니 결국 시민들이 직접 해보자며 나선 것인데요. 대구 각지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5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친환경의무급식 조례를 주민발의로 제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주민발의법에 따라 법적요건인 2만2천명의 대구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시의회에 발의하면 심의, 의결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서명운동과 달리 주민번호등의 신상정보가 기재되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요즘 워낙 각종 신상정보 사고가 많이 터져서 인식도 좋지 않죠. 하지만 우리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모두들 열심히 해보자며 팔을 걷어부치고 있습니다.
예산도 문제입니다만, 현재 제출된 조례 내용 또한 현실가능한 수준에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의무교육 대상인 초(2012년)ㆍ중학교(2013년)를 단계적으로 우선 시행하되, 의무급식 총 경비 가운데 3/10 이상을 대구시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으며, 교육청과 구ㆍ군이 나머지 부분을 책임지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각급 행정기관이 예산을 분담하는 것입니다. 대구시 교육청은 2010년 이월된 재정이 1천8백억이나 되고 2014년까지 40%까지 저소득 선별급식을 확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조금만 앞당겨 50% 이상을 부담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대구보다 어려운 재정여건에서도 많은 지자체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이번 주민발의에서는 무상급식이란 말을 의무급식으로 바꿔 부르고 있는데요.급식은 유상, 무상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의무교육, 무상교육의 정신에 입각한 국민들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자면 의무급식은 아이들이 눈치 안보고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인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제자리걸음인 월급으로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을 덜어주는 친 서민정책이기도 합니다.
자 이제 대구 어른들이 나설 차례입니다. 다른 동네 부러워도 말고, 정치인들 향해 욕 만하지 말고, 이번엔 우리가 직접 한번 해보죠.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대구 어른들은 뭐했냐는 이야기는 안 들어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ps. 대구사는 분들은 댓글 주시면 제가 어디든 직접 서명 받으러 가겠습니다. ~~^^
'더불어사는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 무상급식, 안될 약속일까? (4) | 2012.07.28 |
---|---|
강정마을을 지키는 우리의 무기 (11) | 2011.10.25 |
여름이면 생각나는 사람 (14) | 2011.07.31 |
왜관 미군기지에 더 필요한 4대강 포크레인 (27) | 2011.05.30 |
혁명의 축제를 꿈꾼, 어느 일흔세살 청년 이야기 (18) | 2011.05.17 |
- Total
- Today
- Yesterday
- 주권닷컴
- 스포일러
- 구글
- 무상급식
- Daum
- 여행
- mb
- 디자이어
- 아이폰
- 스마트폰
- 영화
- 초대권
- 초대장
- 리뷰
- 한나라당
- 위드블로그
- 블로그
- 티스토리 초대장
- 이명박
- 안드로이드
- 티스토리
- 4대강사업
- SSM
- 지구벌레
- 공짜폰
- 넥서스원
- 텃밭
- 대구북구
- 지방선거
- 대구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