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요즘 어딜 가나 협동조합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대안경제에 관심이 많은 일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해외의 협동조합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TV프로그램도 자주 선보이고 신문기사에서도 경쟁처럼 협동조합을 다루고 있습니다. 협동조합관련 강좌나 행사도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달 초 있었던 서울 협동조합 난장행사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협동조합도시 서울’을 비전으로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2012 세계협동조합의 해' 공식로고


협동조합 왜 이슈일까?

우선 올해는 유엔(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입니다. 사실 유엔이 매년 정하는 무슨무슨 해라는 것이 우리에게 솔직히 심각하게 다가왔던 적이 있었던가 싶긴 합니다. (참고로 2011년은 화학의 해였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주변에서 그저 스치는 이슈가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주제인 것만은 분명해진다는 이야기일테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올해를 협동조합의 해로 정했다고 하니 새로운 경제에 대한 고민은 인류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는게 사실인가 봅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서 지난해 10월말 협동조합기본법이 발의됐고, 12월29일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현재 시행령이 갖춰지고 있고 12월1일부터 시행될 계획입니다. 어쩌면 요즘의 협동조합 이슈는 여기에서 촉발된 면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과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르면 기존 1000명 이상이던 설립요건을 대폭 완화해 5인 이상 신고제로 바뀌었습니다. 업종도 농업과 수산업 등 1차산업에 제한됐던 것이 서비스산업까지 허용돼 다양한 분야와 형태의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고 이는 기업을 설립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열어주었습니다. 심지어 기존 기업들 또한 얼마든지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단순히 협동조합관련한 규제가 완화된 정도로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협동조합 무엇이 다른가?

사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협동조합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가장 가깝게는 농협이 있고 생협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도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역주민들이 직접 주인이 되는 의료기관을 추구하며 우리지역에서 설립한 대구시민의료생협 또한 협동조합의 한 형태입니다.

좀 더 원론적으로 짚어본다면 협동조합은 영리를 목적으로 투자자들이 모여 만드는 주식회사와 대비되게 공동으로 소유하고 공동의 필요에 의해 운영되는 경제단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다. 주식회사는 1주 1표의 원칙으로 가진 주식수에 따라 의결권이 주어지지만 협동조합은 출자규모와 상관없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서 조합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합니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제시한 ‘협동조합정체성 선언’에서는 협동조합에 대해 ①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enterprise)를 통해 ②공통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③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인적결합체(association)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과연 기회일까?

앞에서도 보았듯이 협동조합은 어느날 갑자기 어디서 새롭게 생겨난 새로운 형식이 아닙니다. 이미 15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실험되어온 경제주체의 한 형태입니다. 오히려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서 새롭게  재조명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월가의 유수한 금융기관이 파산할 때도 미국 신협들은 건재했다고 합니다. 또한 실업률이 25%에 이르던 스페인에서도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한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경제위기의 핵심적 문제인 안정성과 일자리창출에서 협동조합은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법 재정으로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 지긴 했지만 법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긴 하지만 벌써부터 여러 가지 우려스런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의료생협만 보더라도 관련법이 제정된 이후 수많은 유사의료생협이 출현했는데 최근 정부는 이를 규제하기 위해 설립요건 강화를 하겠다고 헛발질을 하고 있습니다. 부작용을 막겠다고 몸을 망치는 처방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정부 주도의 경제적 시도가 외적 성과와 형식중심으로 흘러갔던 모습이 협동조합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가지 면을 면밀히 잘 살펴서 제도라는 형식과 더불어 협동조합 본연의 내용이 잘 어우러져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양육강식의 정글식 경제에서 협동조합이 새로운 희망으로, 새로운 경제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달리 말하면 그런 희망과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이렇게 이슈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무언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경쟁과 불공정, 탐욕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그래도 뭔가 희망을 찾고자 한다면 협동조합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 제 글을 편하게 보시고 싶으신분은 여기를 눌러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