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저는 지난 35년간 태어나서 지금껏 대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그 중에서도 북구인데요. 좀더 설명하면 예전에 포스팅을 통해서도 소개했듯이 북구 중에서도 칠곡 혹은 강북이라고 불리는 곳이 제가 사는 동네입니다.

인구도 30만에 육박할 만큼 꽤 규모 있는 저희 동네는 금호강(팔달교)를 건너오거나 큰 터널(국우터널)을 지나야만 들어올수 있습니다. 이런 조금은 고립된 듯한 지형적 특성상, 행정적으로 대구임에도 마치 다른 도시같은 느낌을 많이 주는 곳입니다.  
아파트가 좀 많아 딱딱해보이긴해도 나름 공기도 좋고 젋은 사람도 많아 활기가 있다고 할까요. 어쨌든 살기좋은 동네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매번 지역언론이나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살기좋은 저희 동네에 해결되지 않는 과제가 있는데요. 오래 살고 싶다가도 저희 동네를 떠나게 만드는 그 과제는 바로 교육문제입니다. 쉽게 말해 맘에 드는 고등학교가 없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중학교 3학년이 되면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저희 동네를 떠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물론 당연하겠지만 저희 동네에도 고등학교는 꽤 있습니다. 다만 교육열에 불타는 학부모님들을 만족시킬만한 우수(?)한 고등학교가 없다는 이야기더군요. 

그렇다면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저희 동네, 북구 강북지역을 떠나는 분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제목에도 있지만 절대다수의 분들이 찾아가는 곳이 바로 수성구입니다. 

대구 [大邱]
대구 [大邱] by JaeYong, BAE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수성구라는 이름값, 정치 교육 경제

대구에 대해 잘 모르시는 타지 분들도 수성구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본적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한나라당에 대한 엄청난 지지율로 선거때마다 화제가 되는 곳이죠. 역사적으로 워낙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대구지만 수성구는 그 중에서도 유달리 강한 지지성향을 보이는 곳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번에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수성구가 유명한 두번째 이유는 말씀드렸듯이 바로 교육 때문입니다. 사실 수성구를 이야기할때 정치적 성향보다 더 중요하게 짚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수성구는 무엇보다 대구에서 가장 유명한 고등학교 학군인데요. 교육하면 대치동 등 강남이 유명하다지만 대구에서는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수성구 학군은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구의 8학군'으로 불리는 대구 수성구의 고등학교들은 성적면에서 봤을때 강남 못지 않습니다. 대구 상위 10개 고교 중 7개가 수성구 소재 고등학교 이며 그중 경신고와 덕원고, 대륜고, 대구여고, 정화여고, 오성고의 수능 평균은 서울 강남의 상위권 고교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입니다. 일례로 서울대 합격자 수를 놓고 봤을때 수성구의 1천명당 서울대 합격자 수는 38.34명(2006년기준)으로, 대구 전체 평균(17.36명)보다 두배 이상 많았고 이는 특목고를 제외하면 강남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이렇다 보니 심지어 학교문의를 하는 강남 학부모들까지 있다고 합니다. 
교육열에 비례하는 사교육 또한 뜨겁기로 따지면 강남에 만만치 않습니다. 초·중·고교생 1만명당 입시학원 수는 수성구가 41.7개로 대구 전체 평균인 29.12개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실제로 상위권 학생들을 기숙사에서 단체 합숙교육을 진행하는 등 고등학생들이 이용하는 학원이 많지 않은데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중학생 가운데 급식비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 학생 비율은 수성구가 6.0%로, 가장 높은 구(20.4%)의 3분의 1에도 못미쳐 대조적이었구요. 

그러고보면 정치적 성향과 교육까지 강남과 상당히 닮은 구석이 많은 것 같은데요. 이뿐아닙니다. 강남하면 떠오르는 다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 투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수성구도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습니다. 워낙 대구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라 아무리 수성구라 해도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 다른 지역과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수성구 3.3㎡(1평)당 분양가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적어도 200만~300만원 이상 비쌉니다. 대구에서 3.3㎡당 1000만원 시대를 가장 먼저 연 곳도 바로 수성구 입니다. 지금도 대구 전역의 부동산 침체를 비웃듯 고가의 50~60평 이상의 대형 아파트 건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관공서, 금융기관 밀집지역

수성구는 이렇듯 인구 45만, 대구시 총 인구의 6분의 1, 총 면적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자치구의 하나일 뿐이지만 좀더 들어가면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그 중 하나가 또 각종 언론사와 관공서, 금융기관들이 밀집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구 고등법원, 대구시 교육청, 대구 상공회의소, 경북 체신청 등이 수성구에 들어서 있고, 지방은행 중에서도 대형급에 속하는 대구은행도 본점은 수성구에 위치해 있습니다. 거기다 KBS, MBC, TBC 등 지역 방송총국도 모두 수성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몇년 전에는 대구 지방노동청까지 수성구 범어동에 입주한 상태인데요. 말그대로 쏠림현상이 지나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성구로의 입주를 원하는 관공서들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

'맹모삼천지교'라는 옛말처럼 요즘은 ‘학군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요. 대구의 고소득·고학력층도 자녀교육을 위해 대부분 수성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의사, 교수, 변호사 등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인구의 70%가 수성구에 살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다 보니 평균 학력도 다른 구와 격차가 심한데요. 대구 8개 자치구의 학력을 분석해 보니(2005년기준), 수성구의 대학생 학부모 연령대(50~54살) 인구 가운데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는 26.19%로, 같은 연령대 대구 전체 평균인 12.50%보다 두배이상 많고 가장 낮은 구(3.81%)의 6.9배에 이르는 수치를 보여줍니다. 갈수록 못배우고 없는 사람들은 수성구에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대구지역내 구별 교육여건 격차 또한 매우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구시교육청에서는 새해들어 지역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일반계 고교 신입생 배정방식을 바꾸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말그대로 고육지책인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대학진학률이 높은 수성구 고교에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수성구 편중' 현상을 없애기 위해 '광역학군제'를 도입하고 '선(先)지원 후(後)추첨제'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학생 배정방식 개선안을 시행한다는 것입니다. 대구지역전체를 단일 학군으로 통합해  주소지를 초월해 전체 신입생 배정정원의 5~10% 정도를 선발,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고 학교 간 경쟁체제를 유도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대구전체가 2개 학군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고등학교 선택에 거주지의 영향이 아주 큰 상황입니다. 
일단 바뀌는 제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두고 봐야겠지만. 이 또한 수성구가 얼마나 위력적으로 한 도시의 교육 지형까지 흔들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보셨듯이 대구 수성구는 교육을 중심으로 대구의 전반적인 경제력과 인프라를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살 것인가는 누구나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겠지만 좋은 고등학교만 보고 비싼 집값을 감수하며 무리해서 이사를 가는 이웃을 만날때면 씁쓸함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단순한 교육만이 아니라 사회 제반조건까지 격차를 벌리고 있는 수성구는 서울의 강남이 가진 여러가지 부작용들을 그대로 따라 배우며 배를 불려가고 있습니다. 정작 대구 전체의 경제는 무너지고 있는 지금도 배를 불려가는 수성구의 모습은 그래서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대구시민은 수성구에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렇게 두 부류로 구분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세상 모든일에 균형이 참 중요한데 말이죠. 

ps.
이미 오래전이고 예전엔 이런 모습이 될줄 몰랐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면 저도 수성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답니다..ㅡㅡ;. 

 ☜ 제 글을 편하게 보시고 싶으신분은 여기를 눌러 구독해주세요
더불어 글에 공감하셨다면 아래 손등모양 꾹 눌러서 추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