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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경제위기에 각종 정치 현안으로 아직은 뜨거운 감자랄것 까지는 없지만 벌써부터 지역정가는 누가누가 움직이고 있다는 둥 보이지 않는 물밑 발길질이 한창입니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대구지역에서 활동 중인 몇몇 시민단체들과 지방분권운동 관련 단체들이 모여, 다가오는 지방선거부터는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직후에도 그렇고 비슷한 주장이 나온 경우는 여러차례가 있긴 한 터라 그리 새롭지는 않았지만 이번엔 독자적 운동본부까지 꾸리면서 좀 더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찾아보니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요구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현재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구,시군 기초의원이나 기초단체장들이 정당공천에 발목이 잡혀 실제 지역현장에 밀착하기보다 중앙정치에 예속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보여주는 병폐는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고착화된 문제가 된지 오래입니다. 다음번 공천을 위해서는 울며겨자먹기로 윗사람 눈치를 봐야하며, 선거철만 되면 가장 먼저 손쉽게 동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지역에 활동하다 만나보면 골목골목의 민심을 대변해야할 기초의원들이 이런 취급을 받는구나 싶어 안쓰럽다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공천제 폐지가 제대로된 해결책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름 새로운 시도가 될 수도 있겠으나 사실 정당공천이 폐지가 될 경우를 상상하면 우려가 더 많다고 하겠습니다.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공공연하게 특정 정당의 이름을 걸고 나온 수많은 후보들이 서로가 적자임을 주장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제대로된 옥석을 가려낼 기회조차 쉽지 않게 될 수도 있겠죠.
실제로 현재 여당인 한나라당이 싹쓸이 하다 싶이 압도적인 지지성향을 보이는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이런 우려는 충분히 현실에서 벌어질 일들입니다. 또한 최근 몇년간 경북 일부지역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일어났던 금권선거로 인한 무법천지의 선거판이 재현되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당선되자마자 입당 수순을 밟는 게 정석화 된 상황에서 정당공천은 좀더 세심하게 고민해봐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이번을 계기로 정당공천 폐지라는 제안까지 포함해 정당정치가 표방하는 책임정치, 정책 중심의 선거가 정착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이 마련되고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좀 더 진척된 모습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한가지 더 짚어본다면, 기초선거 당선자들의 자질이나 소명의식에 대한 부분도 상당히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지방선거를 일 년여 앞둔 상태에서 기초의원들의 기본 역할 중 하나인 구의회 조례발의 현황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2006년 지방선거이후 3년간의 의회 활동실적을 조사했는데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더군요.



총 20명의 현직 구의원(대구 북구)들이 발의한 3년간의 조례가 모두 합쳐 30건에 불과했습니다. 의원 1인당 1.5건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30건 중 기존 조례에 대한 개정안이 18건이나 됩니다. 그것도 기존 조례에 대해 문구 몇가지를 수정하는 단순 개정안이 대부분이며 이를 제외한 제정 조례는 12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제, 개정을 통틀어 한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도 11명이나 됩니다. 이쯤 되면 심각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지적에 정작 본인들은 의정질의나 다른 민생현장 활동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하지만 조례에 대한 활동은 의원들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니 이를 빼고 평가하자는 것도 모순일 뿐입니다. 게다가 의정질의나 민생활동에 대해서도 나름 조사했지만 역시 조례 관련 의회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역 현안을 들고 찾아오는 지역 주민과 나가서 사진 몇번 찍은 것이 활동의 전부였습니다.

최근 벌써부터 동네를 돌아다니다보면 명함을 들고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아다니는 현직 구의원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이름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이야 이해가 가지만 현직 의원으로서 구정과 지역의 문제들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우리 동네 구의원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을 수많은 주민들에게 그저 이름 석자가 아니라 이런 이런 활동을 하는 구의원 누구누구라고 좀 더 당당하고 뿌듯하게 회자되는 그런 골목 정치의 모습을 기대해보는 건 아직 무리일까요.

+ 이 글은 국민주권시대를 바라는 생활인 블로거 네트워크 <주권닷컴>을 통해 발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