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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 마을공동체가 먼저다
우리동네 마을기업 이야기 ① ㈜문화나눔 수다방공방
지역경제와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경제 또한 여러 가지 형태와 다양한 영역이 있는데 지역에서는 주로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중에서도 우선 마을단위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동적 관계망에 기초해 운영되는 마을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에 본지는 본 기획기사를 통해 현재 북구에서 운영 중인 각 마을기업을 돌아보고 마을기업 사업의 현재와 전망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어디를 가나 아파트가 빽빽한 강북지역이지만 도남동만큼은 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마치 시골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느낌이다. 그 논 사이길을 따라 가다보면 도남저수지가 나오고 또 그마저 지나면 다시 마지막 마을이 나타난다. 말 그대로 동네 끝 마을이다. 첫 번째 방문지인 마을기업 ‘문화나눔 수다방공방’은 그 마을에서도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11년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주)문화나눔 수다방공방’(이하 수다방공방)은 벌써 4년째 운영 중인 고참 마을기업이다. 시범사업이 2010년 시작되긴 했지만 정식으로 사업이 시작된 해가 2011년이니 마을기업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 교육과 공예품 공방을 주요 사업 주제로 시작한 수다방공방은 당초에는 국우동 학남중 뒤편 상가에 위치하고 있다가 올해 초 현 도남동으로 이사를 왔다.
현재 ㈜문화나눔수다방공방은 1인 주식회사다. 요즘 설립되는 마을기업이 대체로 협동조합인데 반해 조금은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엔 사정이 있다. 처음 몇몇의 모임에서 출발했던 당시, 마을기업에 선정은 됐지만 구청 담당자조차 마을기업의 요건에 대해 갈팡질팡하던 시기였다. 처음엔 개인사업자 설립을 하라고 하더니 나중엔 법인을 만들어야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당시엔 협동조합 법이 발표되기 전이라 부득이하게 법인 중 가장 간소한 형태인 1인 주식회사로 설립한 것이다. 어쨌든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임에도 어째 빈 구석이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입구 간판만큼이나 예사롭지 않은 이름의 마을기업 수다방공방은 다양한 사업에도 불구하고 사실 무엇보다 예술인들의 공동체이다. 그래서인지 들어서는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은데 들어와서 구석구석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밖에서 보면 전형적인 시골 촌집이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독특한 공간이 펼쳐진다.
먼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바로 마당이다. 마당은 뭔가 여느 시골집과는 사뭇 다르게 각종 나무자재로 둘러싸인 작업실과 당장이라도 음식이 차려나올 것 같은 탁자와 의자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 할 풍경이다. 거기다 마당 한쪽은 텃밭까지 꾸며져 있다. 참고로 아쉽지만 음식을 팔지는 않는다.
사실 수다방공방에서 가장 독특한 비주얼을 보여주는 존재는 마당이나 소품들이 아니라 바로 1인 주식회사인 수다방공방의 그 1인 최수환 대표다. 언뜻 보아도 예술인임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그는 현직 화가이기도 하다.
"마을 커뮤니티 없이는 마을기업 성공할 수 없어"
수다방공방의 현황을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에 수다방공방이야기는 물론 마을기업 전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주로는 마을기업이라는 사업의 문제에 관한 의견이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마을기업 사업은 순서가 잘못됐다는 것이 최 대표의 첫번째 지적이었다. 마을기업의 원래 취지가 주민들의 커뮤니티가 우선 존재하고 여기에 지역의 특산물이나 문화적 자산들이 결합해 기업화하는 것이 마을기업인데. 우리나라 방식은 우선 공동체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이나 활성화를 위한 노력 없이 그저 경제적으로만 접근해서 기업설립과 수익창출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마을기업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라는 그의 이야기처럼 마을이 먼저 여야 할 마을기업이 말 그대로 마을이 없이 그저 특정 지역에서 시작하는 기업으로 취급받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두번째로 현재 마을기업은 그 지역의 특성화된 새로운 영역이 아니라 주로 기존 시장질서에서 이미 시도된 사업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업종이나 아이템이 주로 기존 시장과 중복되면서 사실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을기업은 선정이 되고 나면 최대 2년간 창업 자금을 지원받게 되는데 지원이 끊긴 3년차 이후로는 시장에서 대체로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 마을기업 상당수는 기존 지역 상가에서 볼 수 있는 까페나 음식점의 비중이 높다.
결국 마을기업은 출발부터 지역과 지역공동체에 근거해서 그 힘으로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수다방공방은 동네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최대표는 이사 온 뒤로 아직 제대로 사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지만 수다방공방은 현재도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활동인 예술 체험학습이 있다. 유치원에서 고등학생까지 수준에 맞는 다양한 체험학습이 준비 되어 있고 현재 각급 학교와 연계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내용은 주로 목공, 천연염색, 숲놀이 등이다.
"예술을 파는 마을기업"
마을기업 사업이 안전행정부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함께 생겨났지만 그 중 예술과 문화를 상품으로 하는 마을기업은 수다방공방이 유일하다. 말 그대로 '예술'을 파는 기업인 것이다. 이에 대해 최대표는 "예술 또한 현재 시장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다른 마을기업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로 어렵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마을기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보람도 많다고 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노을공방'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노을공방은 수다방공방에서 시작한 도자기 모임이었다. 처음 직접 흙을 빗을 공간이 필요해서 함께 하게 됐는데, 결국 구성원들이 의기투합해서 모임의 독자적인 공간을 마련하고 붙인 이름이 바로 '노을공방'이다.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하고 작업실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인 교육활동도 진행 중이다. 즉 수다방공방이 낳은 또 하나의 공방인 것이다.
노을공방의 사례와 같이 마을기업은 커뮤니티만 조성된 지역이라면 얼마든지 여러가지 형태로 발전해갈 수 있다.
입구에 탐스럽게 달린 방울토마토가 말해주듯 수다방공방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 출발은 아파트가 즐비한 동네에서 했지만 지금은 농촌에 자리 잡은 만큼 이를 장점으로 살린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언뜻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우선 현재 수다방공방의 체험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만 200여명인데 농촌가구나 환경과 연계한 새로운 체험 방식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 시골마을의 커뮤니티에 기반 한 새로운 시도이다. 빨갛게 익은 토마토처럼 꼭 좋은 성과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다른 시선으로 보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수다방공방 마당 가운데에는 약 3미터 정도 되는 나무 기둥이 세워져 있다. 껍질이 벗겨진 통나무인데 나무 곳곳에 마치 도끼 자국 같은 홈이 파져있다. 그런데 이 기둥은 혼자 덩그러니 세워져 있을 뿐 그냥 보았을때는 그 쓸모를 알기 어렵다. 궁금한 터에 방문을 마치면서 물어보니 홈을 밟고 올라가는 용도라고 한다. 올라가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닌 그냥 올라가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요즘 고양이 키우는 집에 있는 캣타워 같은 용도인 것이다.
최대표는 "사람이 자신의 시선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며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들도 이렇게 세상을 좀더 높은 곳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늘 같은 높이에서 같은 것만 보고 사는 지도 모르겠다. 마을기업 또한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마을기업 수다방공방은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곳임에는 분명하다. 새로움이 필요한 사람, 목공을 배우고 싶은 사람, 무엇이든 만드는 것이 좋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 참고로 주인장의 기타연주와 수다는 덤으로 즐길 수 있다.
☞ 체험 및 교육문의 : 053)422-1382
※ 본 포스팅은 강북인터넷뉴스(kbinews.com)에 중복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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