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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또 한 명의 장래가 촉망 받던 젊은 청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공부 잘하는 모범생으로, 아직은 세상보다는 책을 가까이하며 자라왔을 그에게 지워진 짐이 내일의 희망으로 버티기에 너무 무거웠던가 봅니다.

똑똑한 학생들만 갈 수 있다는 카이스트에서 벌써 4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원인이 무엇이었나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서남표식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100%영어강의, 학점에 연동된 등록금 등의 정책이 드러나고 학생들이 그동안 얼마나 압박을 받아왔는지 이제서야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사람의 잘못된 교육관이 얼마나 큰 후과를 남기는지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입니다만, 이미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행렬은 우리사회에서 어느 대학만의 특화된 문제가 아닌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자살공화국이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은 나라가 된지 오래입니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하루평균 35명이상(2008년기준)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시간당 1.5명인 셈입니다. 이마저도 해마다 증가추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대학생들이 연평균 230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고, 심지어 2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지난 30년간 자살률 증가가 400%에 이른다고 하니 이런 추세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 셈입니다.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다리에서 뛰어내린 어느 대학생,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연탄가스를 피워 동반 자살한 어느 노부부, 장애 아이만 남기고는 지원금은 받을 수 있을거라며 목을 맨 어느 아버지....거의 매일 전해지는 안타까운 소식들마저 이젠 너무 흔해진 느낌마저 듭니다. 전직 대통령 마저 목숨을 끊는 나라.... 자살공화국이라는 이름이 거저 얻어진 건 아니겠죠.

흔히들 경쟁사회를 정글에 비유하며 약육강식을 당연한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사파리의 짐승들마저도 약육강식의 사회에 살면서 필요이상의 욕심을 내며 약자들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만큼 먹고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카이스트만 하더라도 경쟁과 주입, 상대평가로 몰아부치지만 않았다면 이들이 이렇듯 허무하게 스스로 목숨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학문과 지식, 학생들의 역량보다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성과와 줄세우기를 앞세운 이들이 과연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위기라는 공포 앞에 목숨을 끊은 학생들, 장애인들, 노인들은 제대로된 사회보장과 제도적 보살핌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저렇듯 세상을 원망하며 떠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도덕, 양심, 공동체는 천대받고 경쟁에서 살아남는것만이 최고의 가치가 되면서 재력이 곧 권력이자 도덕이 돼버렸습니다. 정권은 가진자들만의 이익을 대변하고 오로지 경쟁과 효율만을 외치며 사회적 약자들의 도태는 당연한 것인양 호도하고 있습니다. 삽질만 좀 덜하고 세금만 좀 더 제대로 써도 절대로 우리사회가 이런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모습에 한숨만 짓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나 또한 공범이 아닌가 무서워집니다. 아니라면 우리 모두 스스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겠죠.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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