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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여행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따로 시리즈로 준비한건 아니지만 어쨌든. ^^. 

어디든 여행을 가면 주변 사찰을 꼭 둘러보는 편입니다. 조선시대 유교에 밀려 많은 사찰들이 산으로 산으로 찾아들어갔다지만, 어쨌든 산과 어우러진 산사는 종교적 의미를 떠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하나의 풍경이 된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때로는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흘러버려 아름다움을 퇴색시키는 시설들도 없지 않습니다만 (☞ 바다와 어우러진 절경의 해동용궁사가 맘에 안들었던 이유아직도 산중에 자리잡고 산과 하나가된 산사를 만날때면 스스로 정화되는 느낌까지 들기도 합니다. 

만어사 같은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일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밀양 기행에서도 가장 기대됐던 곳이기도 한데요. 미리 찾아본 인터넷에서의 소개들이 범상치가 않았거든요. ^^. 
하지만 만어사를 찾아가기 위해 길을 가면서 사실 좀 걱정이 됐습니다. 10년이 넘은 중고 소형차로 산길을 가는데 중간에 비포장 도로를 만나기도하고 곳곳에 암초(?)를 피하느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었습니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라도 만나게 되면 그야말로 기어가다 시피 피하곤 했죠. 게다가 꽤 높은 산 꼭대기쯤에 위치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보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주 살짝 각오를 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내로 들어서는 순간 와~..하는 탄성과 함께 기대 이상의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게 바로 저 바위들인데요. 산중에 그것도 거의 꼭대기인 이곳에 어떻게 저런 바위돌들이 그것도 몇십개 몇백개가 아니라 헤아릴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많이 있습니다. 뭐 산에 바위가 있는게 뭐가 대수냐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직접 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것도 그냥 보통바위가 아니거든요. 


이 바위들이 바로 물고기모양의 반석인데요. 그래서 만어사가 있는 이 산의 이름이 만어산입니다. 너덜겅, 경석이라고도 하는 이 바위들은 두드렸을때 경쇠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종석이라고도 부른다고 하는군요.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 살고 있는 나찰녀와 옥지에 살고 있는 독용이 서로 왕래하며 피해를 일으키던 중 가락국 수로왕이 부처에서 설법을 청했다고 하는데요. 이때 동해의 용들과 수많은 물고기들이 이곳으로 올라와 불법에 감응 받아 동중에 가득찬 돌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말그대로 물고기들이 바위가 됐다는 것이죠. 이를 일컬어 훗날 어산불영(魚山佛影)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경석이라고 불릴만큼 두드렸을때 소리가 맑게 난다고 하는데 제가 몇개 두드려 보니까 잘 모르겠던데요. ㅡㅡ;. 전부 다는 아니고 대략 2/3 정도의 바위들이 소리가 잘 난다고 하는군요. 어쨌든 신비로운 풍경에 얽힌 재밌는 전설입니다. 


만어사가 주는 즐거움은 이 바위물고기들만이 아닙니다. 보시듯이 입구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풍경들이연이어 펼쳐집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주변과 잘 조화를 이룬 나무들과 요즘 사찰 같지 않게 군더더기 없는 모습들이었습니다. 


기와 즐비한 담장 하나 없이 요렇게 돌계단을 올라가면 만어사 안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보기보다 계단이 크고 높더군요. 주변 경석을 이용해서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굳이 인위적인 힘을 많이 사용하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계단이 끝나는 곳 쯤에 자리하고 있는 나무 한그루가 또한 만어사와 산을 이어주듯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이 담은체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마침 나무 곁에서 주변을 돌아보는 스님 한분이 번듯한 명패하나 없는 이곳이 절간임을 대신 말해주고 있는 것 같네요.


계단을 올라서서 본 어산불영의 모습입니다. 멀리 보이는 산세와 더불어 참 장관이었습니다. 


계단을 올라와서 보니 만어사의 너무도 소박하고 아담한 건물들이 보입니다. 사실 요즘 어딜가나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이 경쟁하듯이 들어서는 절들이 참 많은데요. 규모도 그렇고 꾸밈새도 그렇고 만어사는 마치 욕심없는 산지기의 모습이었습니다.  


만어사 대웅전입니다. 아마도 제가 본 대웅전 중에는 가장 작은 규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웬지 가장 정이가고 맘에 드는 대웅전 이기도 하더군요. ^^. 


옆에서 본 대웅전입니다. 아담하긴 해도 아주 꼼꼼하고 강단있어 보이는 건물입니다. 


대웅전 앞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만어사 삼층 석탑입니다. 만어사 창건 당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는데요. 고려 명종 10년 1180년에 세워진 것이니 대략 800년이상 된 탑입니다. 그냥 보기에도 아주 단아해 보이는 탑인데요. 전체적으로 안정된 느낌이 들도록 잘 만들어진 탑이라고 하는군요. 보물 466호에 등록되있기도 합니다.


조금 멀리서 찍어봤습니다. 무식한 제가 봐도 뭐 별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만어사와 전체적으로 참 잘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어딜가나 불상앞에 동전이 없는 곳이 없다 싶은데요. 약수터 앞 요 작은 불상앞에도 누가 백원짜리 동전하나를 두고 갔네요. ㅋㅋ. 빨간 고무물통이 약간 어색하지만 이 또한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진 절간의 바위를 깍아만든 비싼 약수터보다 정감이 있습니다. 


이름도 만어약수입니다. 웬지 물고기들에게 좋은 물일 것 같다는..ㅎㅎ. 지금 보니 제 그림자가 너무 리얼하게 드러났군요..^^


만어사에는 건물도 그리 많지가 않은데요. 보시듯 다른 건물들도 대웅전 마냥 소박하기 그지 없습니다. 단단히 쌓아올린 바위 기단위에 튼튼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경내에 자리잡은 나무 한그루 한그루 또한 만어사 자체의 일부인 것 처럼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단풍나무도 그 주변에 놓여진 돌들처럼 주변과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을 보여줍니다. 속에 그간의 시간을 간직하고 만어사의 역사만큼이나 내공이 무척 쌓였을 것 같습니다. ^^. 


마침 제가 갔을때 색깔도 참 잘 들었더군요. 그러보니 올해엔 제대로 단풍 구경도 못했군요. 그래서 더 반가웠나 봅니다. 


대웅전 앞 마당에 있는 조그만 바위입니다. 생김새가 독특한데요. 소원을 들어주는 바위라고 합니다. 절에 계신 분 말씀이 처음에는 그냥들어보고 나서 내려놓고 정성껏 소원을 빌고 다시 들면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져서 들 수 없다고 합니다. 제가 해보니 생각보다 좀 무겁던데요. 소원을 빌고 들어봐도 들리긴 하더군요.ㅡㅡ;. 그래도 다시 들어서 그런가 묵직한게 더 무겁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


제가 돌을 들어보는데 옆에서 강아지 한마리가 아주 무료한 표정으로 쳐다보네요. 마치 "댁은 무슨 소원 빌었수..." 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만어사는 이처럼 딱히 볼것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보신 것들 이 외에도 구석구석에 아기자기하면서도 소박한 볼거리들이 많습니다. 마음을 편히 내려놓고 볼 수 있는 것들이죠. 


오랜만에 참 맘에 드는 산사를 만났다고 생각하면서 만어사를 나서면서 오랜만에 저도 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늘 카메라를 들고 어디든 가지만 정작 제 사진은 거의 없는데요. 이곳에서는 저도 일부가 되어 흔적을 남기고 싶더군요. ^^. 

만어사
주소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 산4
설명 만어산의 해발 607m에 위치한 사찰
상세보기

자 이렇게 만어사 구경을 모두 하셨는데요. 밀양여행 가시는 분들께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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