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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8일) 오전, 지난 16일 내렸던 폭우로 수해를 입은 노곡동(대구 북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제가 사는 대구 중에서도 같은 북구지역이라 가까운 곳인데요. 언론에 많이 보도가 됐다시피 이 지역은 딱 한달전 내렸던 비에 이미 수해를 당했던 동네입니다. 한달전 당시에도 대구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대규모 침수피해로 떠들썩 했었는데요. 김범일 대구시장이 직접 사과까지 하며 재발방지와 조속한 보상을 약속했었습니다. 

그뒤로 배수시설에 대한 정비와 시험가동이 이루어졌고 얼마전 대구시와 북구청은 이제 주민들은 걱정안해도 된다며 안심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며칠전에서야 가재도구들을 다시 집에 들여놓은 주민이 있을 정도로 이제 막 좀 수해의 상흔을 추스리는 찰나, 이렇게 참담하게 다시 수해를 입게 된 것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좀더 살피도록 하구요. 그야말로 물난리가 난 현장을 먼저 둘러 보겠습니다. 


마을 입구 한 집 앞에 내놓은 가재도구들입니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햇살이 가득했지만 부서지고 흙먼지 가득한 물건들이 수해를 다시금 실감나게 합니다. 앉아계신 할머니의 얼굴엔 주름이 전보다 훨씬 늘었을것 같네요.  


물난리가 난지 이틀이 지났지만 여전히 온동네가 아수라장입니다. 온갖 가재도구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있습니다. 심지어 아직도 물기가 마르지 않은 물건들도 많았습니다. 


마을입구 길에는 연신 삽으로 물을 퍼나르는 경찰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저기 고인 물도 아직 남아있을 뿐더러 흙탕물을 씻어내느라 물을 쓰고 있어서 여전히 이곳은 물난리 중입니다.


마을 곳곳에 경찰, 자원봉사센터에서온 봉사자들, 적십자사 관련자들 등 많은 사람들이 수해복구를 돕고 있습니다. 손댈 곳이 너무 많기도 하고 치울것들도 많아서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마을입구에 있는 자동차 정비소 앞마당인데요. 온갖 새간살이들이 모두 나와서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비에 잠겨 졸지에 고물이 되어버린 물건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공무원인지 자원봉사자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 많은 사람들이 노란색 조끼들을 하나씩 차려입고 수해복구를 돕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만해도 관청에 극도의 분노를 느낀 주민들의 반대로 경찰과 공무원들은 수해현장에 진입도 못했다고 하는군요. 시와 구청만 믿고 있다가 한달만에 다시 물난리를 겪은 주민들의 입장에선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역시 여기저기 쌓아놓은 물건들이 많습니다. 이곳은 세탁소 앞이라 그런지 옷걸이, 미싱 등이 보이는군요. 다만 물에 한번 담궈졌을 냉장고가 제대로 다시 작동할런지 걱정입니다.


이틀전 비가 퍼붇던날 이 하수구는 제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물을 되뿜었겠죠. 새삼 우리집앞 하수구를 살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사무소는 거리가 좀 있어서 최소한의 민원해결을 위해 사용되던 민원분소가 지금은 침수대책본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안에는 갖가지 구호물품이 쌓여있고 관계자들이 연신 들락거립니다.


동네이발소는 지난 물난리를 간신히 복구하고 도배를 새로한지 4일반에 다시 물벼락을 맞았습니다. 외벽에는 물이 가득했을때 남겨진 수위의 흔적이 그대로 있습니다.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아마도 상당수는 못쓰게 됐을 살림살이들은 사람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래된 듯 보이는 돌담벼락엔 그날의 것인지 알수 없지만 여전히 젖은 채로 입니다. 그나마 그 와중에 무너지지 않은게 다행이랄까요. 


구석진 동네 작은 미용실도 물벼락을 피하지는 못했나 봅니다. 정말 거의 모든 물건이 물에 빠진 모습입니다. 머리를 손질하는데 바빠야할 손이 물건을 하나씩 손을 보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젖은 장농은 그중에서도 골치꺼리입니다. 한두푼도 아니니 무작정 새로 장만할 수도 없고, 어쨌든 일단 말려봐야겠죠.


수해복구를 도우러 온 자원봉사자분들의 힘이 복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던데요. 그래도 뜨거운 태양아래서 조금씩 쉬어가며 해야겠죠. 요럴때 먹는 컵라면, 최고 일것 같습니다.^^


커다란 119 소방차는 불이 아닌 물난리에서도 큰 역할을 합니다.


통닭집은 온통 흙탕물에 잠긴 흔적이 그대로입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요. 동네사람들이 두런두런 앉아 맥주랑 치킨을 즐기던 플라스틱 의자들만이 벌써 몸을 씻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피난민 살림이 따로 없습니다. 크든 작든 모두가 길가에 나와 있습니다. 이들이 다시 자리자리 찾을려면 시간이 꽤 걸릴듯 싶습니다.


다른 것들도 그렇습니다만 이렇게 쌓여진 옷가지들은 겨울옷, 가을옷 할것 없이 다 젖었습니다. 이 옷들은 언제쯤 다시 빨래줄에 널리게 될까요. 


끊임없이 나오는 쓰레기들때문에 청소차도 이렇게 한쪽에 대기중입니다.


아마도 이번 물난리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을 배수시설 앞쪽 공간은 사방에 펜스가 쳐진채로 포크레인이 땅을 고르고 있더군요.  



이번 물난리의 주범으로 생각되는 배수시설입니다. 한달전 물난리도 이녀석때문에 일어났다죠. 지난번엔 아예 작동도 안했었는데 이번에는 작동은 간신히 했다고 합니다. ㅡㅡ;..
각종 오물을 거르는 제진기가 제대로 자기 역할을 못하면서 이런 상황이 생겼다는 것인데요. 행정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결국 일을 이렇게 까지 만든 것입니다.


마을입구 전경입니다. 모두들 매우 분주합니다. 많은 분들의 분주함이 모여 조금이라도 빨리 마을이 다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겠죠.


언뜻보아도 꽤 고가일 것 같은 가전제품들은 그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살림살이 중에서도 이런 가전제품들이 가장 피해가 많겠죠.


어디서 나온건지 모를 풍금은 온통 흙탕물을 뒤집어쓴 흔적이 고스란이 남아있습니다.


현장을 둘러보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임시로 마련된 동네 어귀 고가도로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 짝짝짝.


동네 입구는 여전히 경찰들의 통제속에 있습니다. 마치 다른 세상과의 경계 같습니다.


노곡동은 마을 전체가 산아래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마을 입구를 나서면 바로 금호강입니다. 보시는 시설은 아마도 금호강쪽으로 배수를 하도록 마련된 시설 같습니다.


금호강은 여전히 흙탕물이 평소보다 높은 수위로 게속 흐르고 있습니다. 임시 철교 아래로 각종 풀이 뒤엉킨 모습은 며칠전 폭우가 남긴 흔적인데요. 역시 자연은 그렇게 늘 너그럽기만 한게 아닌가 봅니다.  


비오기 전에는 그저 물가에 심어진 큰 나무였을 각종 수풀들이 물풀이라도 되는냥 물속에 몸을 걸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니 다시 큰비 오기전에 참 많은 걸 준비해야겠구나 싶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현장스케치인데요. 연일 여론에서는 한달전의 수해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처하지도, 주민들에게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한채 다시금 물난리를 겪게만든 대구시와 북구청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현재 문제가 된 제진기(배수 펌프에 앞서 오물을 거르는 장치)의 경우만하더라도 여러가지 문제와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 주민들이 있었음에도 묵살했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일반적인 배수시설에서 필요한 여러가지 요소들이 생략된체 무사안일하게 그저 명색만 있는 복구를 한 것으로 드러나 주민들을 더 화나게 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의 수차례 지적에도 시와 구청 관계자들, 그리고 시공회사는 그냥 무시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정말 제대로 책임소재를 규명해서 반드시 처벌해야겠습니다.

자연재해가 아닌 말그대로 인재임을 다시금 확인한 노곡동 수해가 꼭 사람의 힘으로 잘 복구됐으면 합니다. 더불어 관계기관에서도 정신 바짝 차려서 다시는 이런 물난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겠구요. 
마지막으로 이번 물난리로 피해를 입은 노곡동 주민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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