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하는 아빠, 아직도 어색한 이유

오늘은 얼마전에 접한 통계자료를 보고 느낀 점을 좀 이야기 해 볼까합니다. 바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제도에 대해 조사한 내용이었는데요. 미리 말씀드리면 전 현재 육아휴직 상태입니다. 주변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육아휴직 중인 아빠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고보니 벌써 5개월로 접어들었군요. ^^

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일단 발표된 조사내용은 이렇습니다.
남녀 직장인 36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요. 그 결과 10명 중 3명은 회사의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 제도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육아휴직에 대한 회사의 태도에 대해서도 관대하지 않다는 응답이 50%를 넘었다고 합니다.
더욱이 아이를 낳고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을 회사가 배려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체의 43.5%에 달했고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사내 수유실이나 어린이방 등이 마련된 경우는 5.5%에 그쳤습니다.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을 신청했을 때 퇴사 압력을 받은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37.9%가 그렇다고 답했고 출산 후 복직이 쉬운 편이냐는 문항에는 43.9%가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출산이나 육아휴직과 동시에 직장을 잃을 확률이 상당이 높은 현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현재 법적으로는 남녀를 불문하고 육아휴직이 당연히 보장돼 있습니다. 요건만 갖추어 신청하면 사업주는 노동자의 육아휴직을 막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업주들의 인식도 많이 좋아져서 나름 사회적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인용한 조사결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육아휴직은 고사하고 출산휴가 조차도 맘 편하게 쓰지 못하는 직장맘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법적으로는 보장 되 있지만 출산휴가를 기존 휴가와 연결해 쓴다든가 하는 경우 눈치를 봐야한다든가, 보장된 출산휴가조차 회사 업무로 인해 죄짓는 기분으로 다녀오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출산휴가 즉 출산이 임박할때 까지 고된 업무를 평소와 똑같이 해야합니다. 무엇보다 당연히 보장된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당당하게 써먹을 경우 여러가지 불이익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더군다나 육아휴직을 하는 대열에서 아빠를 찾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제 경우만 하더라도 육아휴직과 관련해 노동부 산하 고용안정센터에 문의를 하는데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그만큼 드물다는 것이겠죠.
실제로 노동부 통계를 보면 작년 2009년 한해 동안 육아휴직자는 3만5천400명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2002년 3천7백명에 비해 상당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중 남성육아휴직자는 502명이었습니다. 전체 육아휴직자의 1.5% 수준입니다. 육아휴직자의 수도 생각했던것 보다 상당히 적었을 뿐더러 이중 500명이 육아휴직 신청을 한 아빠라고 하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육아휴직을 하는 순간 사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우선 경제적으로 육아휴직 기간동안 월급을 받을 수 없습니다. 물론 회사에서 줄 수도 있지만 현실에선 그런 착한(?)회사는 아직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는데요. 월 50만원으로 책정되 있습니다. (최장 1년) 음.. 여기서 제 월 수입이 드러나는 군요. ㅡㅡ;. 육아휴직 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자에 한해 몇가지 요건을 갖추면 받을 수 있는데요. 남여에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부부 중 한명만 받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우선 고려되겠습니다만, 사실 포기해야 하는 건 그뿐이 아닙니다. 실업자가 넘쳐나고 일자리 구하는게 하늘의 별따기인 요즘 같은 시절에 법적으로 보장 됐다고 해서 육아휴직을 맘 놓고 활용하는 건 참 무모한 일이기까지 합니다. 육아휴직이 곧 고용 불안정을 야기하는게 어쩌면 가장 큰 포기입니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에 말이죠.

[출처] 고용보험 홈페이지

국회에서 지난 연말 육아휴직 요건을 ‘생후 3년 미만’에서 ‘만6세 이하 취학 전’으로 대폭 늘리는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육아휴직 급여도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오르는 등 여건은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엄마는 물론 아빠들의 육아휴직도 많이 늘어 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남성의 육아휴직 할당제(파파쿼터제) 등의 도입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엄마는 당연하겠고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어색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온다면 아마도 지금 모두가 걱정하는 저출산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당장 아이를 낳고 싶어도 그로인해 생기는 어려움은 여전히 당사자들의 몫인게 현실이니까요. 출산 자체에 대한 지원보다 오히려 육아에 대한 지원이 대폭 확대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 엄마가 당연하게 배려받고 출산, 육아휴직을 기쁘게 당당히 쓸 수 있는 사회라면 아마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그만큼 큰 사회가 아닐까요.

- 육아휴직 관련 요건 및 자세한 안내
☞ 고용보험 육아휴직급여 (http://www.ei.go.kr/jsp/int/HPINT2500L.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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