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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관심에서 한동안 멀어졌나 싶던 대기업 SSM 문제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워낙 사건사고를 양산중인 현정부 덕에 각종 언론지상에서 한줄 아래로 밀려난 탓도 있겠고, 지난해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SSM의 골목 진출을 막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어느정도 조정기간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대기업들은 역시 놀고 있지 않았더군요. 여론의 뭇매를 좀 맞더니 전술을 바꿔서 각종 위장개업, 편법개업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야금야금 동네 상권을 잠식해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요. 곳곳에 대기업 SSM이 우후죽순 처럼 야금야금 늘어나 현재 27개의 SSM이 운영중에 있습니다. 기업별로 보면 롯데수퍼가 15곳,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8곳, GS수퍼가 4곳 입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아주 중요한 사례가 진행중인데요. 지난 19일 오후 대구 상인동 대동시장 앞에서 시장상인들이 모여 시장 앞에 들어선 SSM을 막기위해 시위를 벌였습니다. 바로 얼마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GS수퍼때문입니다. 

전통시장 접수하는 SSM

사정을 들어보니 참 기가 막힙니다. 우선 시장에서 불과 150미터 떨어진 거리에 SSM이 개점을 하겠다는 것인데요. 최근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아케이드 공사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푸른꿈을 안고 있는 시장상인들의 입장에서는 대기업이 전통시장을 잡아먹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상인들은 지역 상권 자체가 무너진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합니다.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 쉽게 넘어 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더 가관인것은 GS수퍼의 개점 방식입니다. 현재 개점한 GS수퍼는 빈 상가가 아니라 기존에 영업중이던 수퍼를 인수해서 개점을 했는데요. 지난 5월이미 인수를 완료하고도 간판을 바꾸지 않은채 영업을 하다가 최근에 갑자기 간판을 바꾸고 리모델링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전까지 유행하던 야간 도둑개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수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변상인들은 지난 13일 대구시에 사업조정신청을 냈고 이에 대구시는 지난 15일 사전조정차원에서 GS측에 영업 및 리모델링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일시권고안을 통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권고안을 GS수퍼 측에서 수용하지 않았는데요. SSM 입점과 관련해, 해당 지자체가사업조정을 접수한뒤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심의회 최종결정이 있기까지 약 1년간은 이해 당사자가 협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협상 기간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편법불사, 일단 개점하면 장땡?

역시 가장 중요한 지점은 GS수퍼의 영업개시 여부입니다. 사업조정제도상으로 보면 영업을 일단 개시한 것으로 판단되면 SSM의 영업행위를 직접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악용해 나타난 것이 바로 야간의 도둑개점입니다. 현재 사업조정 접수를 받는 지자체의 권고안도 이 경우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해집니다. 
하지만 현재 상인회와 대구시에 따르면 GS수퍼는 기존 슈퍼마켓을 인수를 한 뒤 두달동안 영업을 했다고 하지만 7월초에서야 정식 간판을 내걸었고, 지금은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때문에 그동안의 영업은 위장영업이라는 것입니다.
향후 중소기업청의 판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습니다만, 어쨌든 대기업들이 골목에 SSM을 포지시키기 위해 다양한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모습에 기가 찰 노릇인 것 만은 분명합니다.

대기업 편드는 정부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말로는 늘 전통시장을 살리고 서민경제를 살기겠다고 입만 열면 떠들고 있습니다만 정작 이렇게 SSM을 규제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뒷짐을 지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뒷짐이 아니라 딴지를 거는 형국입니다.
그동안 계속해서 법 개정의 요구를 받아온 국회에서는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지난 5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당연히 다뤄져 통과 되어야할 이들 법안은 정부쪽에서 유보를 계속해서 주장하는 바람에 아직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현 상태로는 정부의 입김으로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계류 중인 개정안을 보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직영점과 체인점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과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에 대기업 SSM이 입점할 경우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에 상당부분 SSM의 골목 진출을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현 정부가 SSM의 골목상권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샘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대기업들의 전향적인 인식 변화와 대기업이 아닌 생존권을 위협받는 서민편을 드는 정부가 필요하겠습니다만, 결국 다시금 골리앗을 향한 싸움에 다윗들이 나설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본 포스팅은 팀블로그인 주권닷컴(http://jukwon.com)에 동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