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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시작부터 불어닥친 한파와 폭설로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계신데요. 올 겨울 처럼 추운 겨울이 언제였던가 돌아보게 만드는 정말 살벌한 추위입니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지만 늘어나는 난방비와 얼굴을 때리는 찬바람은 아무리 격어도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얼마전 저도 관련한 포스팅을 했지만 이런 날씨에 지구온난화라는 말이 갸우뚱해지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런 한파에도 모두가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너무 움츠려들지만 말고 어깨를 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실 저야말로 지금 집에 감금된 상태군요. ㅡㅡ;)
그런의미에서 지난 연말 올랐던 팔공산 갓바위 풍경을 전할까 합니다. 넘어지면 다치니까 주머니에서 손빼고 따라오세요..^^.
왠 산불감시 초소냐구요. 주차장에서 잠시 올라가면 입구에 있는 산불감시초소인데요. 실은 제가 산불공익요원 출신이라 왠지 더 반갑게 보여서 그만 ㅋㅋ. 근데 현역 갔다오신분들이 이글 보고 앞으로 저를 싫어하실런지도..헤헤
하지만 겨울에서 봄까지 산불위험이 많이 높아지는 시기인데요. 엄청난 경제적 손실도 그렇고 산림자원을 지키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죠. 추운 날씨에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팔공산 갓바위 가는 길에는 작은 절이 여러개가 있습니다. 사실 가는 길만이 아니라 팔공산 전체에 수많은 절과 암자가 많이 있는데요. 작긴 하지만 대웅전부터 범종, 목어 탑, 부도, 샘물, 편의시설까지 있을 건 다 있답니다. 다만 올라가는 길이라 이름도 제대로 못봤네요. 어쨌든 산사를 지날때면 느끼는 평안함이 참 좋았습니다.
갓바위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기도 하고 등산이라기 보다는 방문객이 많아 미끄럼 방지를 위해서인지 보시는 것처럼 거의가 돌 계단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산을 오를때 보면 돌계단 참 밉죠. 힘도 더 들구요. 뒷길로 오르면 흙길이 더 많은 구간도 있긴 하지만 가장 많이 이용되는 코스는 역시 이 계단길입니다. 나름 전망도 더 좋고 곧바로 올라가는 코스입니다.
올라가는길 곳곳에 휴식이 가능한 정자나 벤치가 마련되 있는데요. 그런 휴식터를 만날 때마다 볼 수 있는 구급함입니다. 근데 번호자물쇠로 잠겨 있더군요. 순간적으로 한번 손의 감각을 시험해보고 싶은 욕구가..ㅋㅋ..
좀더 올라가다가 계단옆에 놓인 이상한 종이를 만났습니다. 자세히 보니 세가지 띠이름과 삼재라는 단어가 있더군요. 아마도 2010년이 용띠, 원숭이띠, 쥐띠 삼재라는 이야기일텐데요. 요즘도 참 이런건 사라지지 않는 구나 싶더군요. 그러고보면 제가 용띠고 제 딸이 쥐띠입니다. 은근히 띠를 떠올리는 걸 보니 제가 신경을 쓰는건가 싶더군요..ㅋㅋ..
몇발작더 올라가니 요렇게 해법을 위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여지없이 나타납니다. 역시 갓바위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적지이자 정상인 갓바위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서 대략 1시간반정도 걸리는데요. 올라가자마자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바로 보시는 바와 같이 온통 절하는 어머님들로 가득합니다. 사진에 담지 못한 부분까지 수백명이 저렇게 계속해서 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직 입시가 모두 끝나지 않았으니 그려려니 싶긴하지만 수능시험 전에는 정말 미어터졌다고 합니다.
모두가 정성과 기원이 가득한 표정으로 두손 모으고 경건한 모습으로 절을 합니다. 저분들 앞을 뚜벅뚜벅 걸어서 지나갈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결국 뒤편으로 돌아갔습니다.
뒤편에 가면 전망이 확 트여있습니다. 팔공산 산세가 그대로 다 보이죠. 눈오기 전이라 설경은 없지만 시야 가득 온통 산뿐입니다.
지나다가 한 아주머니의 손에 들린 불경책을 훔쳐봅니다. 규칙적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한글과 한자가 가득합니다. 개인적으로 불교에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읽을 엄두는 나지가 않습니다. ㅡㅡ;. 새삼 스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더군요.
절하는 인파를 뒤돌아 나가면 갓바위가 바로 보입니다. 물론 자리가 조금이라도 나있는 곳은 온통 절하는 어머님들입니다. 그 위에 자리잡은 갓바위는 예나 지금이나 조금은 기우뚱한 모습으로 지긋이 두눈을 감고 있습니다. 마치 절하는 모든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듯 합니다.
초를 켜고 기원을 올리는 곳입니다. 정말 엄청나게 많은 촛불이 켜지고 있더군요. 재작년 온 나라를 뒤 덮었던 촛불의 물결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촛불마다 하나씩 불을 붙인 사람의 기원을 담고 있겠죠. 그런데 아마도 이곳을 관리하는 분들 같던데요. 1시간 정도에 한번식 일제히 이 촛불을 꺼버립니다. 그것도 아주 우악스럽게 말이죠. 쩝. 어떤 아주머니는 불을 붙이자마자 다 뒤엎어서 꺼버리더군요...ㅡㅡ;.
향을 피우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이곳도 한번씩 다 뒤엎어 가면서..ㅡㅡ;. 어쨌든 정말 엄청난 향이 타고 있습니다.
정면에서본 갓바위입니다. 갓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니 불상의 목이 두꺼워야겠다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조금 힘겨워도 보이는 군요..ㅎㅎ.
각각 사람의 이름이 적혀진 등불입니다. 화면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정말 엄청난 수의 불빛이 비춰지고 있더군요. 여기도 아마 분양이라고 부르지는 않아도 비슷하게 운영될텐데요.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조그만 전구에 전기로 불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웬지 그 느낌이 어색합니다.
갓바위 옆쪽 바위벽인데요. 이곳은 소원을 빌며 동전을 붙이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제가 갔을때도 열심히 기도하며 동전을 붙이는 분들이 있더군요. 붙어있는 동전 보이시죠. 제가보기엔 작은 틈에 올려져있는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 한번 붙여볼껄 그랬군요.
옆에서 본 갓바위입니다. 나름 조그만 소망을 하나 빌어보며 이만 작별을 .... 오래 있기엔 제법 추워서 말이죠..^^
올라가면서도 만났던 한 아저씨입니다. 한손에 비닐봉투를 들고 계셨는데요. 올라가며 보이는 쓰레기를 주우시며 천천히 올라가시더군요. 정말 산을 사랑하시는 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인사도 제대로 못했지만 아저씨 너무 멋있으세요. 화이팅
등산이라하기엔 뭣한 코스지만 어쨌든 산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게 더 중요합니다. 특히 계단은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느긋하게 차근차근 내려가야죠. 좀 내려오면 역시 다리가 ㅎㄷㄷ..
올라갈때는 못본거 같은데 나물파는 아주머지가 계시네요. 먹음직스런 도라지, 더덕, 냉이, 대추가 탐스럽습니다. 냉이 향이 그만이었는데요. 참았습니다. 아내가 별루 안좋아하거든요. ㅎㅎ.
역시 올라갈때는 미처 못봤던 용왕대신입니다. 작은 절 앞에 있었는데요. 바다에 계셔야할 용왕님이 산에는 웬일이실까요. 그러고보니 산은 아니고 주차장 쯤이었네요. ^^. 아무래도 용왕님이 등산까지는 좀 그렇죠.
저야 잠시 바람쐬러 다녀온 길일 뿐입니다만 한파가 몰아치는 요즘도 갓바위앞 너른마당에는 수많은 어머님들이 절을 하고 계실텐데요. 가장 많은 기원은 아무래도 자식들 걱정이 아닐까 합니다. 대학 잘가게 해달라고, 취직잘되라고, 시험붙으라고 스스로의 바램을 가지고 절하는 분이 몇분이나 될까요.
다른 곳을 제가 잘 몰라 그렇겠지만 적어도 대구인근에서는 가장 많은 소원이 모이는 곳이 대구가 아닐까 합니다. 갓바위 부처님은 오늘도 많이 바쁘시겠지만 새해엔 모쪼록 많은 분들의 바램이 더 많이 이루어지는 한해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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