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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벌초 갔다가 1박2일의 여행(☞ 지난 글 보기:나이 서른 넷, 첫 벌초가서 막내 아기가 되다)까지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시골장터에 들렀습니다. 마침 큰 집 동네 근처 덕산면이란 곳, 장날이더군요. 도심에서야 볼 수 없지만 이곳은 아직도 5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날짜의 끝자리 4일과 9일에 면에서 가장 번화한(?) 길에 장이 서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거리가 장이 서는 날이면 완전히 다른 동네가 됩니다.

저만해도 어릴때부터 어머니 따라 시장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했지만 이날은 고향 마을 장터에 가보고 싶으시다며 어른들이 더 들떠하시더군요 ㅎㅎ. 벌써 수십년전 느껴봤던 예전의 추억을 찾아 가시니 그러실만도 하다 싶었습니다.

그럼 함께 시골장날 구경 시작합니다.^^


장날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많은 노점과 사람이 몰려들진 않습니다. 워낙에 요즘 시골에 사람이 많아야 말이죠. 그래도 어디보다도 사람들이 북적거리긴 합니다. 역시 사람이 모이고 물건이 모이면 구경거리가 있기마련이라 굳이 뭘 사지 않는 분들도 구경을 많이들 나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신발을 늘어놓고 파는 모습입니다. 예전에는 아마 고무신을 팔던 분이 아닐까 싶었는데요. ^^. 신발 전체가 통째로 붙어있는 슬리퍼류를 팔고 있더군요. 동네 아주머니들의 발에서 자주 만날수 있는 신발들이었습니다. 적어도 물에 젖을 걱정은  없어 보였습니다. ㅎㅎ


신발전 옆에는 딱히 뭐다 할 수 없는 다양한 물건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모자부터 시작해서 상보(밥상덮개), 양말, 채, 수건, 바게쓰 등 참 종류도 각양각색입니다. 공통점을 찾다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ㅎㅎ. 이른바 이런곳이 만물상일런지요..^^


역시 시골이라 씨앗파는 곳이 있더군요. 주로 텃밭에서 키울만한 무, 쌈배추, 호박 등 대량으로 재배하지 않아도 집안 식구들끼리 먹을 수 있는 작물들의 씨앗이었습니다. 저도 텃밭만 있었으면 한봉지씩 사는 건데 말이죠..내년엔 꼭 시도해봐야겠습니다.


요거 뭔지 아시나요. 저희 동네에서는 고디라고 부르는 올갱이입니다. 강이나 동네 도랑에 많은데요. 삶아서 쏙쏙 속살을 빼먹거나 탕을 끓이면 그만입니다. 특히 간이 안좋으신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음식이죠. 저도 좀 필요하겠군요..ㅎㅎ..


요건 많이들 아실텐데..영지버섯입니다. 말라비틀어진 모습이 좀 없어보이긴 합니다만 건강에 참 좋다고 합니다. 근데 어디에 좋은지는...ㅡㅡ;...


골목 안쪽에 급조된 곡물상점입니다. 이름도 다 모를 다양한 곡식들이 빨간 고무다라이마다 출렁이며 담겨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였던건 엿기름입니다. 보리싹으로 만드는데요. 정확하게 어떻게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식혜만들때 쓰죠..ㅎㅎ..역시 전 먹는 재주 밖에 없어서 잘 모르는게 많습니다. ^^


요건 말린 취나물 입니다. 제가 나물 종류를 무지 좋아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취나물이 단연 선두죠. 벌써 입맛이 돋는군요..


이건 누룩입니다. 뭐할때쓰냐구요...ㅎㅎ...요걸 이용하면 집에서도 동동주나 막걸리를 담아 드실 수가 있습니다. 집에서 만드는 DIY 술의 가장 중요한 재료라고 할 수 있죠...ㅎㅎ..
주변에 이걸로 술을 직접 집에서 담가 드시는 분들이 계시던데요. 예전에 한번 얻어마셔보니 맛이 기가막혔습니다. 저도 언젠가 꼭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역시 장날 빠질 수 없는 것이 생선이죠. 제법 많은 종류의 생선들이 진열 되 잇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역시 고등어와 갈치는 가장 잘 팔리는 기본 아이템이더군요. 맛도 참 좋죠..^^


안그래도 좁은 골목이지만 많은 분들이 장을 볼려고 지나가고 구경하는 통에 복짝복짝 하니 움직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탐스런 박입니다. 요런넘 잘 다듬어서 된장찌게에 넣거나 볶아 먹으면 참 맛있죠. 제가 참 좋아하는 반찬들이죠..ㅋㅋ..


추어탕 등에 넣어서 주로 먹는 우리 고유의 향신료, 재피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서 본적은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거라서...친히 또 한 컷...ㅎㅎ


고추가루가 되기위해 기다리는 말린 고추입니다. 양이 꽤 되죠..그치만 역시 가루로 갈아버리면..양이 확 줄어 듭니다.여기까지 매운 냄새가 나는 듯 합니다.


또다른 박물장수군요...밀짚모자가 참 탐나내요..이날 많이 덥고 햇살도 뜨거웠거든요. 하지만 전 아랑곳없이 맨얼굴로 다녔답니다..덕분에 저는 또 까만 얼굴이 됐다는..ㅎㅎ..


가장 반가운 배추의 모습입니다. 마침 대구 본가에 김치가 떨어져서 어머니가 배추좀 사야하는데 하셨거든요. 장터를 다 돌아보고 나서 8포기에 2만원 주고 샀습니다. 덤으로 한포기 더 얹어주시더군요..ㅎㅎ


각종 빗자루 세트입니다. 요즘이야 빗자루만 해도 화학섬유로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요렇게 풀을 엮어만든 빗자루가 방을 쓸때면 그만입니다. 제가 어릴적만 해도 거의 집집마다 쓰던 빗자루기도 하죠.


채입니다. 나무틀에 연결된 가는 망으로 여러가지 곡식이나 재료를 거를때 쓰죠. 옛 전설에 머리맡에 이걸 두고 자면 귀신이 와서 데려가려고 왔다가 이 채에 있는 구멍을 새다가 날이샌 나머지 그냥 돌아간다고 했죠. ㅎㅎ..


다듬이 방망이도 있더군요. 옆에는 절구도 함께 보이구요. 모두들 뭔가 두드린다는 공통점이 있군요..ㅎㅎ.. 또닥또닥 다음이 소리는 요즘은 들을 수 있는 곳도 잘 없는데 여전히 다듬이는 팔고 있군요.


곡식 껍대기나 썩어 말른 녀석들을 골라내는 키 입니다. 사실 원래의 용도보다도 오줌싸개 아이가 오줌싼날 이걸 쓰고 소금 얻으러 다니는 이야기로 더 유명한 용품이죠..^^. 웬지 친근하더군요...ㅋㅋ..


역시 장터에서 빠질 수 없는 거리의 다방입니다. 각종 건강차부터 커피, 녹차 등등 없는 차가 없습니다. 즉석에서 타주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제법 분주합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냉커피가 인기인거 같더군요..


장터 가쪽에 자리잡은 양조장입니다. 허름한 간판을 보니 아주 오래된 거 같은데요. 지금도 직접 담은 막걸리를 팔고 있더군요. 저도 꼭 한잔 마시고 싶었는데. 어르신들 모시고 운전을 해야해서 말이죠. 대신 아버지랑 큰아버님이 간단히 한잔 하셨다는...ㅡㅡ;..


과일 파는 어느 노부부의 진열대 밑으로 강아지 한마리가 보입니다.^^..


안살꺼면 가라고 이야기 하는 것인지 저를 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제가 그냥 구경꾼인걸 아나 봅니다..ㅎㅎ..그래도 참 귀엽더군요.


그냥 보기에도 깨질까 싶어 아찔한 그릇장사 아저씨의 트럭입니다. 대단하죠. 그릇들 사이에 종이한장 끼워진 것도 아니고. 보기만 해도..으흐...

아슬아슬한 그릇 트럭을 마지막으로 장터를 다 돌아봤습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잘 가더군요. 양해를 얻어 사진도 찍고 하다보니 더 그랬던거 같습니다.
어쨌든 구경을 다하고 배추를 사서 양손에 들고 자리를 뜨면서 도시의 시장을 떠올렸습니다. 한가로워 보이는 장날 풍경이 요즘 가뜩이나 대형마트에 SSM에 위축된 도심 상가의 풍경과 참 대조적인것 같습니다.

다음번에 들릴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긴하지만 여유와 정감이 넘치는 이 장날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어져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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