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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완연히 깊어가고 있습니다. 산이면 산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이고, 거리의 가로수들은 하루가 다르게 잎새를 떨구어 앙상해져만 갑니다.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 해도 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햇곡식이 넘쳐나고, 들녘에는 이미 추수를 못한 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수확을 못한 갖가지 곡식, 과일들은 서리를 맞고는 사람손을 떠나 새, 짐승들의 먹거리가 될 쯤입니다.

요즘 어느 농촌을 가던 마찬가지겠지만 수확을 하고 싶어도 일손이 없거나 너무 귀해 수확자체를 포기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가까스로 일손을 구하더라도 인건비 주고 나면 남는게 없다죠. 갈수록 떨어지는 농산물 가격은 어래저래 농심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들중에도 농사짓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래저래 농민의 권익을 위해 애쓰시는 이른바 농민운동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특히나 수확철이면 많이들 힘들어 하십니다. 
가뜩이나 힘든 농촌살림인데다 돈 안되는 일하느라 남들보다 일하는 시간조차 짧기 때문입니다. 농사일이란게 농민의 발걸음 소리 듣고 자란다는 농작물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일단 한수 접고 가는거죠.

그러던 차에 얼마전 아는 분의 밭에 다녀왔습니다. 수확을 채 못하고 일손이 많이 필요한 곳이 었는데요. 조만간 서리가 내리면 수확도 끝이라는 콩밭이었습니다.  


우선 콩구경부터 하시겠습니다. ^^. 아시는 분들만 아실 듯 한데요. 보통의 콩은 아니구요. 강낭콩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강낭콩 중에서도 피강낭콩입니다. 흔히 보는 콩 꼬투리랑은 좀 다르죠. 표면이 알록달록한 것이 뭐가 뭍은 것 처럼 보입니다.

콩밭은 모두 비닐하우스 속에 있습니다. 요즘 비닐하우스는 아주 세련되고 자동화 된 곳도 많던데 이곳은 아주 원초적입니다. 문도 따로 안만드셨더군요..ㅎㅎ.

이날 제가 맡은 임무는 바로 이 콩을 따는 것이었습니다. 밭에가서 콩을 따면 된다는 이야기에

"오호. 그정도야 장난이지~~"

하며 한숨을 놓았습니다. 사실 오면서 어떤일을 하게될지 살짝 긴장했었거든요. 달려있는 콩을 톡톡 따면 되는데 지가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다만 주의 할 것은 익은 콩만 따야 한다는 것입니다. 까짓거 머 대강의 설명을 듣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콩밭에 들어서서 본 모습입니다. 고랑 길이가 생각보다 좀 길더군요. 마치 밀림속에 들어온 듯 했습니다. 콩 참 잘 자라죠..^^

오른쪽에 보이는 고랑을 제가 맡았습니다. 어디가든 늘 일하는 데 있어서는 자신감이 있는 저였습니다. 예전에도 농촌에 가서 어쩌다 일을 하면 남들보다 일 잘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터라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콩을 잡고 가위로 싹뚝 잘라내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 특별히 잘 할 수 있는 것도 없긴 했습니다. 그래도...어깨에 힘주고...열심히..^^

각자 딴 콩은 이렇게 바구니에 담아 모은 다음 선별작업을 거쳐 바로 포장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망신을 당했습니다. 콩밭 주인되는 분께서 제가 처음 따간 바구니를 보시더니

"지구벌레씨 이거 문제가 심각한데요. "

"네? (- - a)"

"따온 콩들이 죄다 익지도 않은 것들이잖아요."

"허걱...정말요?"


그렇습니다. 처음 설명해주실때 귓등으로 흘겨 들었는지, 정작 따야할 다 익은 콩은 놔두고 설익은 콩만 골라서 따버린 것이었습니다. 전 너무 미안해서 몸들바를 모르겠더군요. 역시 무슨일이든 선후과정을 잘 따지고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데 제가 그만 어설픈 일꾼이 되버린 것입니다.
일단 설익은 콩들은 밥에 넣어 먹으면 된다는 위로의 말씀을 뒤로 저는 다시 콩밭으로 향했습니다. 물론 그 뒤로는 잘 익은 콩들을 잘 골라 땄습니다. ^^. 못 믿겠다구요. 저도 절 못믿어서 중간중간에 검사도 맡았답니다. ㅎㅎ.

콩 하우스 바로 옆은 황금빛 논이었습니다. 이미 추수를 많이들 끝내고 볍씨를 털어낸 볏짚단만 논바닥을 메우고 있었는데요. 역시 추수를 앞둔 벼의 빛깔은 정말 황금빛이더군요.

이날 저와 일행들이 수확한 콩입니다. 이렇게 쌓아놓고 보니 너무 뿌듯하더군요..^^.

저 바닥 어딘가에 제가 땄던 설익은 콩들도 있겠죠..ㅡㅡ;..

이날 콩만이 아니라 다른 작물도 많이 만났는데요. 우선 하우스 아래 박 넝쿨에 달려있던 호박입니다. 사진으로잘 모르시겠지만. 제 손이 좀 많이 큰 편인데요. 그럼에도 호박 크기가 장난이 아니죠. 제가 또 호박 귀신인데요. 하우스 안에서 자라서 그런가 좀 웃자란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콩을 따는 동안 옆에서는 고구마 수확인 한창이었습니다. 상품성 있는 고구마를 다 싣고 나가면 조금 상처입거나 작은 고구마들이 주변에 널리게 되는데요. 허락을 맡고 이 고구마들을 줏으러 갔습니다. 처음엔 좀 삐쭛삐쭛 거리다가도 어느새 바구니에 한가득 고구마를 담아올 수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멀리 초승달이 보이는데요. 일을 돕는 김에 하루를 묵고 다음날 점심때까지 일을 했답니다. 물론 다음날도 콩을 땄구요..^^.

옛속담에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는 말이 있죠. 정말 이곳에 다녀온 뒤로 들녘만 보면 콩밭이 생각나더군요. 부디 수확의 계절 가을..농민 분들의 마음에도 농산물 가격으로 인한 시름이 아니라 풍성함이 가득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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