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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를 좀 놓쳤습니다만 일년 중 달님이 가장 바쁜 날인 지난 정월대보름 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러니까 지난달 28일이었죠. 아쉽게도 올해는 유독 날씨가 좋지 않더군요. 다들 환한 대보름을 기대하고 하늘만 보고 있었습니다만 흐린 날씨로 달구경을 놓치신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도 매년 대보름을 보며 소원을 빌곤 했습니다. 지금 한참 귀여움을 떠는 울 딸래미가 태어나기전만해도 늘 이쁜 딸하나 점지해달라고 빌었었는데요. ^^..그러고보면 달님이 제 소원은 확실히 들어주었네요..하하.

흐린 날씨에도 가끔 얼굴을 내미는 달님을 보며 두 손을 모으고 가족의 건강을 비는데 환하게 달이 빛날때보다 웬지 그 마음이 더 간절해지더군요.ㅎㅎ. 어렵게 내민 달님이 다시 구름에 가릴새라 속으로 얼른 말이죠.  


어줍잖은 실력으로나마 달님을 찍었는데..왠지 음산하네요. 오호. 어디선가 소복입은 귀신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어린시절 보았던 전설의 고향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예전에 없던 독특한 행사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제목에 있듯 바로 제 속옷인 팬티 화형식입니다. 

뚱딴지 같이 빤수 화형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하실텐데요.ㅋㅋ. 
대보름 전날 어머니가 내린 명령 때문이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바로 전날 제가 입고잔 팬티를 보름날밤에 태우라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을 뵈러 대보름 전날 들렀더니 꼭 그렇게 해야한다며 신신당부를 하시더군요. 참 어이가 없어서 하기 싫다고 했더니 손에 부적 하나를 꼭 쥐어 주시면서 

"엄마가 특별히 부탁해서 준비한거니까 꼭 시키는 대로 하그라....."

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보태는 말씀이 바로...

"니 올해부터 삼재니까 군말 말고 해야 된데이.."

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는 바로 그 유명한 삼재 때문입니다. 

삼재(三災)는 인간에게 9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3가지 재난을 의미한다. 불교에서 유래된 재앙명(災殃名)으로 십이지(十二支)에 따른다.

특징 [편집]

삼재의 첫해를 입삼재(入三災, 들삼재)이라고 하며 두번째 해는 침삼재(枕三災, 눌삼재)를, 마지막 해를 출삼재(出三災, 날삼재)이라고 한다. 입삼재때는 가족이나 주변인이 화를 당하며 침삼재때에는 머무는 해라고 해서 매사에 시비곡직이 많다는 점이고 마지막 해는 재물이나 명예가 훼손되어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재앙을 가져오기도 한다.

십이지에 따른 삼재 [편집]

  • 巳(사)酉(유)丑(축)띠는 亥(해)子(자)丑(축)년이 삼재에 해당한다.
  • 申(신)子(자)辰(진)띠는 인(寅)묘(卯)진(辰)년이 삼재에 해당한다.
  • 亥(해)卯(묘)未(미)띠는 巳(사)午(오)未(미)년이 삼재에 해당한다.
  • 寅(인)午(오)戌(술)띠는 申(신)酉(유)戌(술)년이 삼재에 해당한다.
2007년 돼지띠 정해년 들삼재 소띠, 뱀띠, 닭띠
2008년 쥐띠 무자년 눌삼재 소띠, 뱀띠, 닭띠
2009년 소띠 기축년 날삼재 소띠, 뱀띠, 닭띠
2010년 호랑이띠 경인년 들삼재 쥐띠, 용띠, 원숭이띠
2011년 토끼띠 신묘년 눌삼재 쥐띠, 용띠, 원숭이띠
2012년 용띠 임진년 날삼재 쥐띠, 용띠, 원숭이띠
2013년 뱀띠 계사년 들삼재 토끼띠, 양띠, 돼지띠
2014년 말띠 갑오년 눌삼재 토끼띠, 양띠, 돼지띠
2015년 양띠 을미년 날삼재 토끼띠, 양띠, 돼지띠


- 위키백과 -

위 설명에서 보시듯 올해부터 내리 3년이 쥐띠, 용띠, 원숭이띠 삼재입니다. 제가 그 중 용띠구요. ㅡㅡ;.. 어머니는 장남 3재를 어떻게 잘 넘겨보겠다고 어디 점집에라도 다녀오신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차마 어머님의 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정월 대보름날 밤 옥상에 올라 팬티에 불을 붙이게 된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구름사이로 얼굴을 살짝 내민 달님에게 소원을 빌자 마자 가지런히 팬티를 놓고 불을 댕겼습니다. 순면 100% 팬티가 잘 탈까 싶은 걱정이 무색하게 불을 붙이자 마자 그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잘 타더군요. 기분이 야릇했습니다...으흐...

혹시 모를 유사시를 위해 옆에는 물을 넉넉히 담은 걸레 삶기용 냄비도 준비했답니다.. ^^.. 거기다 어머니는 새 팬티 태우면 아까우니까 대보름 전날 가장 낡은 팬티를 입고 자라는 세심한 당부가 있었더랬습니다...ㅡㅡ;..


대략 5분쯤 타더니 저렇게 아주 작은 불꽃으로 줄어들면서 재도 거의 남기지 않고 제 소중한 팬티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음냐..

아내는 처음부터 왠지 모르게 적극적으로 이날 일련의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아마도 남편에게 좋다니까 암 소리말고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었던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과 함께 어머니가 전해주신 부적입니다. 왠지 어릴적 유행하던 강시 영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만 ㅋㅋ... 알아볼 수 없는 글귀가 새겨진 이 부적은 지금도 제 지갑 가장 깊숙한 곳에서 저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하하...

지금보다 좀더 어렸을 적엔 사실 이런거 주면 싫다고 마다하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내키지는 않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어머님의 이런 마음 씀씀이가 고맙고 쉽게 거절 할 수가 없더군요. 

어머님 마음도 편하게 해드리고 저 또한 여러가지로 몸가짐을 좀더 조심하라는 의미 정도만 생각하기로 하고 바람대로 해드렸습니다. 

올해 쥐띠, 용띠, 원숭이띠인 이웃분들 이 포스팅으로 항상 건강하고 안녕한 한해 되시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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