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장에 몇글자만으로 충분한 인스타그램 언제부터인가 고인물들의 자족적 공간이 되어버린 페이스북 소수 크리에이터와 다수 청취자로 양분된 유튜브 온라인 세상을 이들이 다 점령해버린 것 같지만 여기에 하나 더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사라질듯 사라질듯 하면서도 여전히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블로그라는 매체가 있다. 나 또한 2009년 처음 호기심에 시작한 블로그에 미쳐 밤잠 줄여가며 글을 쓰고 이웃 유튜버들과 오프라인 만남까지 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쩝. 몇년 째 새글 하나 없이 방치했던 그 블로그를 오늘 우연히 다시 열어 자세히 살펴봤다. 그 사이 이 쪽 생태계엔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특히 내가 둥지를 틀고 있는 티스토리엔 풍파가 많았나 보다.) 블로그로 돈을 벌게 해준다는 광고와 마케팅 유튜버들이 ..
최근 메타버스가 이슈가 되면서 과연 이게 뭔가 싶어 검색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의미보다 놀라웠던 게 바로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거의 30년 전 소설 에서 나온 개념이란 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아바타’라는 개념도 처음 사용했다는 이야기에 도대체 어떤 소설인지 궁금했다.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아서인지 최근 다시 발간된 를 큰 기대를 안고 읽었다. 읽으면서 들었던 가장 큰 느낌은 작가인 닐 스티븐슨은 정말 괴물이라는 점이다. 처음 출판된 해가 1992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난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좀 잘나가던 친구들이 삐삐를 사면 부러워하던 시절이다. 컴퓨터는 여전히 도스로 운영되던 시기였으며 이..
그저 이쁜 줄만 알았던 꽃들이 다시 보인다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를 읽고 얼마 전 기분이 울적하다는 와이프를 위해 꽃집에 들렀다. 봄기운 완연한 때라 노란 프리지아 한 다발을 샀다. 아직 완전히 피지 않아 꽃망울이 더 많았지만 작은 꽃병에 꽂아두니 집 전체가 화사해진 느낌이었다. 사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에 산 꽃다발이었는데 내심 뿌듯했다. 그 뒤로 꽃이 시들 때쯤이면 다시 꽃집에 들르곤 한다. 이렇듯 우리 일상에서 꽃은 때로는 위로가 되고 좋은 날을 기념하기도 하고 슬픈 순간 애도의 의미를 담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인간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꽃의 역사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그저 꽃말 정도 아는 정도 이상이기 어렵다. 그런데 이 책을 펼치다 보면 기원전까지 ..
인간이 배워야 할 잡초의 생존전략 를 읽고 10여 년 전부터 텃밭을 일구면서 늘 감탄하는 게 있는데 바로 잡초의 위력이다. 뽑아도 뽑아도 다시 살아나는 무시무시함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마치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좀비 떼에 비길 만하다. 여름철이면 한두 주만 비워도 잡초가 텃밭을 점령하고 마니 말이다. 제대로 뿌리를 내리면 잘 뽑히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이런 잡초에 대해 내가 많은 부분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동안 뽑아낸 잡초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환경의 다양한 위기상황을 극복하며 적응해가는 상상을 초월한 이들의 생존전략은 그저 경이롭기만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각종 재앙으로 위험에 처한 인류에게 생존을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할 핵심적인 화두를 던져준다. ..
어린 시절 이솝우화 한편 쯤 듣지 않고 자란 어른이 있을까.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불가능하다.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단지 그 이야기들이 이솝우화인지 몰랐을 뿐임에 분명하다. 왜 그런지를 [어른을 위한 이솝우화 전집]을 읽고 알게 됐다. 용맹하지만 뭔가 우둔한 사자, 잔머리로 무장한 사기꾼 여우, 느림보 거북이, 순진한 토끼. 이들이 사람처럼 말을 하고 재치 넘치는 상황 속에 교훈을 듬뿍 담아 전하는 이야기들. 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펼치는 이솝우화는 지금도 어린 시절 추억 속에서는 물론이고 동화책, 소설, 영화, 온갖 매체에서 여전히 끊임없이 되새김질되는 영원한 고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부분 이솝이 누구인지, 어디까지가 이솝우화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익히 들어온 이..
‘공부’ 단 두 글자로 우리를 이렇게 부담스럽게 만드는 단어가 또 있을까. 학창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야 했고 마치 인생에 있어 모든 것인 양 여겨야 했던 존재.‘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던 어느 청년의 오래전 수기에서처럼 가끔 돌연변이가 없지 않지만 99%에 속한 우리에게 공부는 그저 시험 범위에 있는 내용을 외우고 익혀 답안지에 최대한 정답을 채우기 위한 단기적 노가다일 뿐이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한 사전 단계로서만 의미를 가진 그것으로 말이다. 어느덧 이제 주변에서 공부하라는 사람이 사라진 나이가 되자. 진짜 공부란 그렇게 단순하지도 교과서에만 있지도 않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오히려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음에 다시금 놀란다...
“우리 마을 우리가 알려야죠”, 대구강북마을지도 지역의 다양한 풀뿌리활동 단체, 기관, 가게 위치와 설명 담아이번 주부터 강북지역풀뿌리단체협의회 소속 단체 통해 배포 대구 강북지역의 다양한 풀뿌리 활동 시설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마을 지도가 제작됐다. 대구에서도 강북 혹은 칠곡으로 불리는 우리 지역은 독자적 행정구역은 아니지만 이미 사회시설이나 문화, 생활적으로 하나의 독립 권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십 수 년 전부터 대규모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인구도 차츰 늘어 이제 20만이 훌쩍 넘어서면서 지금은 대구의 위성도시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민들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새로운 도시에 걸맞는 여러 가지 시도들도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다양한 풀뿌리 활동은 강북지역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
무서운 5월, 가정의 달 이야기 부담스러운 지출보다는 가족 간의 정 나누는 방법 찾아야 40대 직장인 김씨는 이번 달 들어 어깨가 무겁고 한숨이 잦아졌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4가족의 가장으로서 넉넉지 못한 살림에 늘 빠듯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꾸려왔는데 매년 5월이면 그 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을 가득 채운 각종 기념일은 물론이고 평소보다 결혼식을 알리는 청첩장도 더 많이 날라 온다. 경조사도 부담이지만 올해는 특히 연휴가 이어지면서 각종 나들이까지 나가면서 지출이 더 늘었다. 그야말로 잔인한 5월이다. 이는 몇몇 가정이 아니라 5월 맞는 대부분이 느끼는 고민이다. 아닌게아니라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잔인한 달, 무서운 달로 불린지 오래다. 첫 번째 고비는 어린이날이다. 요즘 갈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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