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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선가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죽어 저 세상에 가게 됐는데요. 가서 보니 저승에서 하루하루 사는게 이승과 다름이 없더랍니다. 

"뭐 저승도 별거아니네..ㅡㅡ;."

그런데 한쪽 구석을 보니 사람들이 누워서 정말 죽은 것처럼 꼼짝 않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답니다. 왜 저렇게 있는지 궁금해 옆사람에게 물어보니

"저승에서 하루하루 살아갈려면 이승에 남아 그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사람을 기억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저승에서의 삶이 늘어나는 거예요"

한달쯤이 흐른뒤 이 이 사람은 더이상 누워서 일어날 수 없게 됐습니다. 장례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묘소에 찾는 이도, 그를 떠올리는 이도 없었으니까요.

지난 주말, 3년전 세상을 떠난 선배 한분의 추모제가 있었습니다. 이 선배는 개인적 친분도 친분이지만 평생을 바쳐 우리시대의 농촌과 농민들의 삶을 바꿔보고자 했던 농민운동가였습니다. 


40대 초반, 너무나 아까운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떠난 그를 잊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묘소에 모였습니다. 간단한 추모행사를 진행하는 사이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지막 유족인사를 나선 선배의 부인은 연신 터지는 울음을 참지 못합니다. 목이 메여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선배에 대한 모두의 애절함을 전합니다.  


간단한 제사를 올리고 모두가 국화 한송이씩을 선배에게 전합니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 장진영의 유작이된 국화꽃향기까 떠오릅니다. 선배가 살아있던 시절 국화꽃을 좋아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3년째라서일까요. 웬지 추모제와 제사가 단촐하게 느껴졌습니다.  


식사와 음복을 함께 나누고 웬지 모를 아쉬움을 뒤로 하며 선배님께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자리를 정리할 무렵 고개를 돌리니 주변의 공원묘지가 새삼 눈에 들어옵니다. 저희 동네에 있는 현대공원이라는 공동 묘지입니다. 온통 묘가 가득합니다.


사진으로 보시면 느껴지듯 상당한 규모입니다. 작은 산 대여섯개가 전부 공원묘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묘의 개수는 어림잡기에도 부담스러울 만큼 많습니다. 


고향 선산이 흔하지 않은 요즘이라 현대공원의 면적은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구 인근의 많은 이들이 망자의 흔적을 이곳으로 가져와 묻습니다. 어느덧 떠난 이들이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는 듯합니다.


늘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살아서인지 떠난이들이 만든 도시에 잠시 들른 것 마냥. 다른 세상인 듯 합니다. 눈에 들어온김에 여기저기 자세히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묘 마다 꽂혀있는 꽃다발에 눈이 갑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있었음을 알리는 듯 화사한 꽃다발이 거의 모든 묘마다 가득합니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보면 대부분 조화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조화는 참 잘 만들더군요. 떠난 이들의 묘 앞을 지키는 꽃다발이 죽은 꽃이니 뭔가 어색합니다. 생각해보면 생화는 불과 하루이틀일텐데 가져다 놓기는 어렵겠다 싶긴합니다. 그래도 웬지 조화는 누워있는 망자가 아닌 그 망자의 묘를 스치는 이름 모를 이들을 위한 것은 아닌가 싶어 또 한편 씁쓰레 합니다.


아래쪽 묘들을 보니 납골당 묘입니다. 일반 모에 비해 크기도 작고 차지하는 면적도 작습니다.


크기와 모양도 규격화 되어 있습니다. 조금 삭막해 보이긴해도 상당히 깔끔하더군요. 요즘 장례문화에 대한 캠페인도 많던데요. 떠난 이들의 도시가 지나치게 넓어지면 산자들도 힘들어지는 데다가 환경문제도 꽤 심각합니다. 이런 면에선 납골당 묘가 그래도 그나마 대안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더 나아가 가족들의 묘를 이미 확보해 둔 곳도 있더군요. 고향 선산 처럼 가족들의 묘자리를 미리 모아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죠. 필요하다 싶긴한데 웬지 이또한 썩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먹고살기도 힘든 우리네 서민들에게는 좀 먼이야기겠죠.
 

사진의 문구가 좀 웃기죠 ^^. 보통은 묘를 쓰면서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씩 관리비를 미리 냅니다. 그럼에도 연체된 묘도 있나 봅니다.
어떻게 사람은 세상을 떠나고도 채무에 시달리는 가 싶네요. 떠난 이들의 도시도 서두에 전한 이야기 처럼 그리 녹록하지는 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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