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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두레생활정치연구소' 소식지에 연재 중인 글입니다. 블로그에 있는 다른 글과 어투와 형식이 다르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기획연재] 마을공동체지역운동 이야기



 


② 지역운동이란 무엇인가?


 

10년 전만 하더라도 사실 지역운동이라는 말이 그리 익숙한 개념은 아니었다. 물론 당시에도 전국적으로 몇몇 지역의 사례들이 전해지고는 있었지만 일반화된 개념으로 설명하기에 그 형태가 다양하기도 했고 개별적이었던 데다가, 그나마 구체적인 정보들이 정리되어 전달되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지역운동은 노동, 환경, 여성 등 기존의 다양한 부문과 지역단위를 넘어 새로운 운동의 대안 내지는 블루오션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수많은 이들이 지역운동에 뛰어 들었고 현재 전국적으로 많은 곳에서 각각 다양한 형태로 시도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지역운동이 가지는 의미 또한 어느 정도 공동의 합의가 생겨나고 있다. 어렴풋하긴 하지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과 비교해 여전히 ‘이것이 지역운동’이라고 명확히 정의를 내릴만한 개념정립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마을’이나 ‘마을공동체’까지 포함해 그 의미가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이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의미로 쓰여 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과연 지역운동이란 무엇인지, 마을공동체는 또 무엇인지를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지역운동을 정의하기 위한 몇 가지 지점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새마을운동도 지역운동?


우선 지역운동은 매우 광범위한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단순히 단어의 뜻만 가지고 본다면 지역사회에서 행해지는 모든 운동을 포괄할 수 있다. 그것이 환경에 대한 것이든, 제도에 관한 것이든 주민들의 모임이든, 지역사회에 대한 근거를 가지고만 있다면 넓은 의미에서 지역운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70년대 우리 사회의 대표적 지역개선 운동인 새마을운동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본 연재에서 이야기하는 지역운동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전제로 하며, 따라서 단순한 지역개발, 정부 시책에 의한 지역개선사업 등은 논외로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이조차도 그 경계가 명확하지만은 않다. 


두 번째로 지역이라는 의미에 대한 공간적 규정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지역일까? 보통 지역이라는 말은 때로 지방과 같은 의미로 수도권 내지는 중앙정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때에는 영남, 호남처럼 아주 넓은 의미이기도 하고 동네나 골목처럼 좁은 의미로도 쓰인다. 어쨌든 공간적 의미를 지닌 만큼 그 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대체적으로 보면 행정구역상 ‘시군구’ 정도를 최대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보다 좀 더 작은 지역단위의 활동 사례도 많이 있다. 따라서 단순한 행정구역상의 구분보다는 생활권이나 역사적 구분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간의 크기보다는 실제로 지역사회라 불리는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지역을 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운동의 주체에 대한 지점이 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그 운동을 누가 하는 것인가가 중요하다. 노동운동을 노동자가 하고, 농민운동을 농민이 하듯 지역운동을 하는 주체는 활동가들이 아니라 바로 지역주민이다. 지역이라는 공간아래서 그로인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는 그 지역의 주민이 바로 주체인 것이다. 



이런 지점들을 기본 바탕으로 지역운동을 대략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특정 지역에서 주민들의 대중적 이해와 요구를 

그 지역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직접 실현해 나가는 

일련의 사회적 활동”



마을공동체와 지역운동


마찬가지로 마을이나 마을공동체 또한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앞으로 사례를 살펴보면서 좀 더 명확해지겠지만 우리가 쉽게 연상하는 마을과 지역운동의 마을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지방자치단체별로 경쟁하듯 벌이고 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보면 이름만 마을을 달고 있을 뿐, 적지 않은 예산을 퍼부어 외형적 사업에 치중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른바 현대판 새마을 운동이라 할 만하다. 





반면에 서울시의 경우처럼 마을공동체를 지역운동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제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지역도 없지 않다. 

올 초 제정된 서울시의 '마을 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보면 마을 공동체 만들기를 "지역의 전통과 특성을 계승 발전시키고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그 기본 원칙으로 ① 주민 간의 긴밀한 관계 형성을 통한 주민공동체의 회복 지향 ② 주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주민 주도 ③ 주민 및 마을의 개성과 문화의 다양성 존중 ④ 주민과 행정기관의 상호 신뢰와 협력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기도 한데 이는 따로 살펴보기로 한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지역운동이 성공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만들어가는 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이 필연적이다. 그래서 그저 지역 내 구성원들 간의 친목이나 소속감으로서의 마을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집단적인 힘을 가진 마을공동체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지역운동 그 자체의 목적이 마을공동체만은 아니겠지만 이를 잘 만들어가는 것이 관건적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몇 가지 지역운동에 대한 개념들을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단순명료하게 정리하기는 어렵다. 물론 이는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좀 더 명확해 질 것이다. 하지만 지역운동은 철저히 해당지역의 특성과 상황에 근거해 진행되는 특성상 쉽게 일반화 하기 어려울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오히려 지역운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운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지역의 모습과 사회적 운동으로서 지역운동의 지향을 스스로가 분명히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지역운동이 제기된 배경과 그 역사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