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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he economy, Stupid!


아시다시피 위 문구는 1992년 미국대선에서 당시 빌 클린턴 후보가 사용했던 선거 슬로건입니다. 우리 말로 하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정도일텐데요. 조금은 도발적으로 보이는 이 문구는 이후로 여러차례에 걸쳐 조금씩 비틀어져 재활용 되었음은 물론이고 지금도 각종 광고 카피라이터들이 대표적인 선거마케팅의 사례로 들고 있는 문구이기도 합니다.  

  

지금이야 사실 전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일반화된 상태이고 다른 이슈들이 오히려 너무 묻히는 경향이 큰게 문제이지만 어쨌든 경제적인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빌클린턴은 대통령에 당선이 됩니다. 선거란게 워낙 변수가 많아서 어느 요소 하나가 결정적이었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선명한 슬로건 하나가 큰 역할을 한 것 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대선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경제만은 살려주겠지라는 실낮같은 희망으로 투표가 이루어졌습니다. 정작 투표율은 매우 낮았지만 이런 한가닥 기대가 국민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이 됐습니다. 선거과정에서 수많은 의혹과 부적격사유들이 드러났지만 결국에는 경제에 대한 기대로 모든 허물과 문제는 덮어지고 말았습니다. 당장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판국에 다른거는 다 눈감아 줄테니 어떻게든 살림살이는 좀 펴달라는 절박한 요구였습니다. 


경제를 망치는 경제 프레임


하지만 어땠나요? 지난 5년간 우리 경제는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가속화 됐습니다. 없는 사람들만 더 힘들어 진 것입니다. 거기다 4대강 사업에 올인된 국가재정, 각종 대기업과 기득권 중심의 경제 운용으로 경제규모는 자라왔지만 서민들은 오히려 빚만 늘어가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각종 공기업이나 사회적 영역들이 민영화되고 지금도 정권말임에도 불구하고 알짜 기관과 공기업 등 국가 자산을 노리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민들 전체가 완전 속은 것과 다름 없습니다. 경제만 보고 찍었는데 경제부터 말아먹은 셈입니다. 오히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 됐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이렇게 경제적 상황이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조차 다른 이슈들을 앞도하며 가장 강력한 프레임으로 작용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 하게 세부적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인 담론이 오가지 않는 것이 또한 사실입니다. 

다들 경제가 문제라고 이야기는 하면서도 경제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 왜 문제인지, 그럼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작 선거판안에서 검증되고 보완되는 과정이 너무나 부족한 것입니다. 


문제는 경제다


세금혁명당으로 알려졌고 나꼼수 경제편이라고 일컬어지는 나꼽살(나는 꼽살이다)을 통해 경제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선대인이 쓴 책 '문제는 경제다'는 이런면에서 우리사회의 경제에 대해 문제와 원인, 해결책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 각종 정보들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정보들이 넘쳐나긴 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조금은 깊이를 더해서 자기것을 만드는 과정은 너무나도 취약한게 사실입니다. 또한 경제관련 이슈들은 더욱이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상당한 국민들이 피상적으로 알거나 그저 뉴스에 나오는 걸 보고는 대충 알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이런면에서 '문제는 경제다'는 우선 우리 사회의 경제적인 현실과 구조에 대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알면 알수록 화가 치밀고 속이 쓰린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냉철하게 여러 문제들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부동산, 성장률, 실업률, 부동산, 대기업, 재벌까지 우리 사회의 경제를 말하는 단어들입니다.  저자는 이들 각각에 대해 비판적으로 해설하고 앞으로 10년의 전망과 당장부터 우리가 할일, 즉 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최근 읽은 어떤 책보다 우리사회를 속속들이 드러냈다고 생각됩니다. 


어찌보면 책의 내용은 상당부분 이번 대선의 이슈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역사에서 수차례의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결국 경제적인 권련에 대해서는 교체가 이루어 진적이 없습니다. 정치권력은 유한하고 경제권력은 무한하다고도 하더군요. 따라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필수적으로 경제민주화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진짜 문제는 철학이다.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각종 경제 정책과 제도는 반드시 이번 대선을 거쳐 꼭 실현되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경제민주화도 이루어야 하고 각종 제도 정비도 꼭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경제적인 문제들에 대한 이해가 아닙니다. 바로 이런 경제 정책들을 실제로 실현시키는 힘입니다. 


그런데 그런면에서 '문제는 경제다'라는 말자체가 가진 맹점이 있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해결책은 무엇인지가 중요하긴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정책집행자의 철학이 아닐까 합니다. 흔히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지만 결국 경제가 문제가 되게 한 것도, 그 해결을 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죠. 문제는 확인하되 진짜 문제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대선에서 뽑게 되는 대통령이 가진 철학은 이런 과정을 전체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근본적 힘입니다. 대통령이 성장을 위주로한 산업화 시절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제관을 가지고 있는지, 더 나아가 고용의 문제, 노동현실에 관한 이해, 즉 사람 중심의 경제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선거판에서 나도는 정책 몇가지는 얼마든지 나중에 빈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대선을 통해 우리는 많은 진보적 경제 정책들이 사장되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죠. 근본적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후보별로 세부 정책에서 표현되는 변별도는 상당부분 줄어든 상황입니다. 


요즘 어딜가나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만, 대표적인 인문학 중 하나가 바로 철학입니다. 대학 진학을 해도 철학과를 가면 취직이나 진로를 포기한 것 처럼 비춰지는 우리 현실에서 이렇게 나라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철학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쩌면 우습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잘 바라보는 것이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기준이 아닐까요.


서평을 쓰려고 시작했는데 왠지 대선을 앞두고 시사글을 포스팅하는 느낌입니다만, 요지는 이렇습니다. 우선 '문제는 경제다'에 펼쳐진 우리 경제의 현실은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꼭 잘 알아야 하는 문제들입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더불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철학을 가진 지도자를 꼭 뽑아야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이연사 소리높여 주장하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못들어 보신 분들은 저자가 참여하고 있는 나꼽살 방송을 꼭 들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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