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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뉴스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이지만 천안함 사건과 지방선거를 뒤로하고 어느새 세간의 관심은 월드컵으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2002년 이후 정말 오랜만에 다들 거리에서 응원이 가능한 저녁시간에 경기가 열리는데다가 어느때보다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인지 주변에서도 벌써부터 12일 있을 첫 경기를 어디서 보느냐를 놓고 의견이 다양합니다.
저도 2002년 당시 이곳저곳 거리응원의 현장에 따라다녔었는데요. 서울처럼 대규모 광장이 많지 않은 대구에 살지만 당시 각 대학 운동장이나 공원 등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거리응원을 함께 했습니다. 후반부엔 대구에서 꽤 넓은 네거리인 범어네거리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87년 6월항쟁이후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더욱이 요즘은 거리 곳곳에 전광판이 설치된 곳이 많아서 여건으로만 따지면 2002년보다 못할 것이 없을 것 같은데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정작 최근 거리 응원 준비 소식을 들어보니 벌써부터 김이 팍 새고 있더군요. 다름이 아니라 거리응원에가지 뻗어나온 상업화로 인해 거리 응원 자체가 아예 힘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6년 월드컵때도 어느 정도 조짐이 보였던 문제인데요.
FIFA와 대기업 상업주의가 찬물 끼얹은 거리응원
바로 FIFA의 지나친 상업주의가 거리응원전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 입니다. 현재 FIFA 규정에 따르면 거리응원전을 준비하는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는 월드컵공식후원사인 현대차 측과 준비과정에 대한 조율을 해야 합니다. 전국적 거리응원전 운영권한을 후원사인 현대차가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거리응원을 준비하는 지자체 등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계권료 대신 행사장 곳곳에 현대차를 홍보하거나 모든 홍보물에 광고도 해야 하고, 행사 진행에 대한 제반사항을 현대차와 협의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그런데 사실 지자체나 민간단체에서 거리응원을 준비하려면 지역의 여러기업들의 후원을 받지 않으면 사실상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정들 때문에 사실상 후원기업을 섭외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입니다. 모든 인쇄물, 안내판, 심지어 티셔츠에까지 현대차가 가득한 응원전에 후원을 하고 싶은 기업은 없을테니까요. 이때문에 제가 사는 대구만 해도 추진 중이던 곳곳의 응원전이 취소되거나 각종 시설이 완비된 실내로 옮겨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술 더 뜨는 SBS
이뿐 아닙니다. 여기다가 한술 더 떠서 남아공 월드컵 축구경기 독점중계권을 갖고 있는 SBS의 지침도 거리 응원전을 가로막는데 한몫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리응원을 하려면 SBS에 최소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중계권료를 내야 하는데요. 최근들어 올림픽과 월드컵 등에 대한 방송 3사간 중계권분쟁은 다들 아실 것 같은데요. 최근 SBS는 각급 호텔, 음식점, 대형유통업소에 "사전협의없이 월드컵을 상영할 경우 저작권 및 제반권리 침해 등으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통보하는 공문을 발송하기 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에대해 항의가 쇄도하자 "비상업적 목적에 대해서는 중계료를 받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기준은 SBS측만이 판단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광장과 붉은악마
거리 응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서울광장 또한 여러가지 말들이 많더군요. 서울시측에서 광장 사용권을 SK 측에 넘기면서 SK에서 준비한 응원가만 불러야 한다고 못을 박는 바람에 붉은악마 응원단이 상업화를 거부하며 거리응원장소를 옮기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논의가 진행중이라고는 합니다만 이미 광장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월드컵 자체가 상업주의, 기업들의 홍보관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아지는게 그저 우려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방송을 통해서도 양대 대기업이 모든 월드컵 응원을 도맡아 하는 것 같은 분위기인데요.
기업들도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겠지만 오랜만에 16강 진출이 기되되고 2002년의 열기가 다시 불붙을 수도 있는 이번 월드컵이 진정한 시민들의 거리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조금씩 더 배려하고 힘을 모아갔으면 좋겠습니다.
GO ! 16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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