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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른 소식 전하던 중에 지나가면서 소개드린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제가 일하는 사무실 한쪽에 작은 어린이 도서관이 있습니다. 책이 비치된 공간만 따지면 딱 10평쯤 되는데요. 조그만 단체사무실 한쪽에 자리잡고 있는지라 넉넉한 공간은 아니지만 5천권이 넘는 나름 방대한(^^) 어린이 도서보유량을 자랑하고 있답니다.
도서관 이름은 도토리어린이도서관입니다. 주변 동네분들이 기증한 책을 좀더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조촐하게 문을 연지 벌써 5년쯤 된거 같네요. 작은 도토리같은 아이들이, 책이 주는 양분을 듬뿍 받아 울창한 떡갈나무 숲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입니다. 어린이도서관에 참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요...^^..
도서관 운영은 저희 단체에서 운영비용을 부담하고, 내부 행사진행이나 도서구입은 이용하는 회원들이 내는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1달에 5천원이상만 후원하면 책 대출도 가능하구요. 함께 도토리도서관을 가꾼다는 보람과 자부심은 덤으로 가져가실 수 있답니다.
작은 도서관이기도 하고 후원하시는 분들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서 늘 살림살이가 빠듯하긴 하지만 신규도서구입에 가장 최우선적으로 적은 수입의 상당부분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왠만큼 어린이 도서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은 상당히 알찬 도서관이라고 칭찬도 많이 해주신답니다.
도서관은 2층에 있는데요. 올라오기 직전 벽에 있는 게시판과 찾아오는 아이들을 위한 가을나무 장식입니다. 자원봉사자 분들이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오려 붙여서 만든 것이랍니다. 귀엽죠...^^..도토리가 자라 숲을 이루면 저런 모습의 나무가 아닐까 상상해봅니다.
그런데 얼마전 이 도토리어린이도서관에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도서관이 있는 저희 동네에는 구 시가지 지역이라 여러가지로 넉넉하지 못한 이웃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 날이 갈 수록 늘어가는 다문화 가정도 참 많은데요. 그동안 사회적일자리사업을 통해 도토리도서관에서 봉사자들을 파견해 가정에 직접 방문해서 함께 책도 읽고, 어려움도 나누는 가정 방문사업을 몇달간 진행해 왔습니다. 처음엔 좀 낯설어하고 어색했지만 방문 회수가 거듭될 수록 정도 쌓이고 어느덧 마음을 나누는 분들이 많이 생겼답니다.
그러던 중 아이들에게 동네에 있는 작은어린이도서관도 직접 보여주고 다문화 가정분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싶어서 얼마전 '다문화 가정 초청의 날'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역시 잔치 분위기 제대로 날려면 이렇게 알록달록한 장식이 최고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아래쪽에 전시된 사진들은 그동안 방문 사업을 진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인데요. 사진의 주인공들에게는 사진을 선물로 드렸답니다.
초청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모인 모습입니다. 저희 도서관에 대해 안내도 하고 그동안 방문사업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직은 우리말이 서투른 분들도 많아서 천천히 차근차근 이야기가 이어졌답니다.
함께한 엄마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기도 하지만 모두들 즐거워하는 모습니다. ^^..
뭐니뭐니해도 역시 잔치에 음식이 빠질 수야 없죠. 거창하진 않지만 떡과 과일이 먹음직 스럽게 놓여졌네요.
이날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아직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린 아기들이었는데요. 가뜩이나 말도 잘 안통하는데다가 이렇게 어린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낯선 나라에서 엄마들이 참 주로 집안에만 있으면서 많이 답답했나 보더군요. 요즘 각종 다문화 가정 지원사업이 많이 있지만 상당부분 좀 형식적인 면이 많아서 이렇게 즐겁가 나와서 다른 사람들과 자리하는게 쉽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이들 가정 대부분이 한국인 남편과 나이차이가 참 많이 나더군요. 20대 초반의 나이에 그동안 육아경험도 전무한 상태에서 가까이에 의논할 상대도 없는 점이 참 어렵다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심한 경우 우울증을 앓기도 하는데요. 어쨌듯 사회적인 지원이 절실한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도 나누면서 그동안 방문하면서 남긴 사진들을 영상으로 담아 함께 보기도 했는데요. 다들 서로의 모습이 화면에 나오는걸 보면서 참 즐거워하더군요..^^.
역시 어린이도서관이니 만큼 순서중에 하나는 동화구연이었습니다. 아이들이에게 직접 동화책도 읽어주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또 이날 잔치에서는 체험 놀이도 진행됐는데요. 목장갑을 이용해 닭모양 인형을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떤가요...참 재밌겠죠. 이렇게 동화책에 나오는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단순히 듣는 동화이야기가 아니라 직접 놀이하며 체험하는 방식을 책놀이라고 하는데요. 도토리 도서관에서 종종 도깨비부터 동물들가지 여러가지 다양한 책 속 주인공들을 만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하곤 한답니다.
어디선가 본 글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단일민족 프레임을 벗어나야하는 다 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태어난 나라는 다르면서도 우리나라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늘도 다양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힘들어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도움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다문화 가정을 잘 돕고 사회의 든든한 구성원으로 자리잡도록 함께 손 맞잡아주는 것은 곳 우리사회를 튼튼히 하는 길인 것 같습니다. 저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가 자라서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가 자신을 보는 눈이 차이나 차별이 아닌, 똑같은 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느껴졌으면 합니다.
작은 출발이지만 이렇게 아이들의 책을 매개로 해서 맺어진 인연이 앞으로도 소중하게 이어졌으면 좋겠구요. 마칠때 쯤엔 모두들 너무 즐거웠다며 다음에도 이런 자리를 또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모두의 얼굴에서 이날이 다문화 가정 초청의 날이 아니라 그저 아이 키우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모임으로 보였습니다. 이런게 이웃사랑이겠죠..^^..
앞으로도 도토리어린이도서관이 이 아이들의 든든한 사랑방이 됐으면 합니다.
도토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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