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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이란 어떤 것일까요.
성선설, 성악설로 논쟁하던 옛사람들의 이야기에서부터 갖가지 심리학 연구가 넘쳐나는 현대까지도 여전히 물음표로 가득한 연구대상, 끊임없는 탐구의 대상이 바로 인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읽은 어느 글을 보니 아마존 밀림에서 여전히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인류를 연구해본 결과 인간이 본성적으로 이기적인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개인보다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성을 지켜나가는 본성이 있고, 사냥과 분배, 생활에서 공동의 가치를 지키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혼자 사냥감을 많이 잡아오는 동료는 은근히 따돌림까지 당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인간의 이기심과 개인주의를 부추기며 집단과 공동체를 해체해 가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라며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를 본성적인 순리인 것처럼 여기는 이들의 눈엔 사회성과 인간적 가치는 거추장스러운 굴레일 뿐이겠죠.
저는 어느 하나의 정답이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다면적인 모습을 하나의 잦대로 가늠질 할 수 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적인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도외시 하고 각자의 눈만으로 살아간다면 결국 서로에게 눈먼 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만 책 한권 소개할까 합니다. 
포르투칼 작가 주제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입니다. 영화가 나오면서 유명해져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요즘 책을 읽어도 진도가 잘 안나가서 연달아 소설을 읽었습니다. 먼저 읽었던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도 참좋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훨씬 마음에 여운이 남더군요.

우선 작가의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띄었습니다. 1922년에 가는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1947년에 창작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후 19년간 한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합니다. 이후 중년이 지나면서 주목받기 시작하는데요. 소개한 '눈먼자들의 도시'는 1995년에 쓴 작품입니다. 그의 나이 우리식으로 하면 74세에 쓴 글이 되는 거죠. 80대 후반인 지금도 여전히 왕성하게 집필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웬지 모르게 느껴지는 인간에 대한 섬뜩하면서도 세밀한 묘사는 그의 이런 경력과 연륜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인간에 대한 통찰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하지만 책은 어렵지 않고 참 재미도 있고 술술 잘 읽혀집니다. 원인모를 전염병이 돌고 걸린 사람들은 모두가 눈이 멀게 됩니다. 순식간에 도시전체 아니 세계가 눈먼 사람들로 가득차게 되죠. 소설은 첫 감염자에서 부터 시작해 수용소에 갖혀 겪에 되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거쳐 도시전체가 하나의 수용소가 된 뒤 겪게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홀로 눈이 멀지 않은체 모든것을 보게되는 한 여성의 입장과 시각입니다. 눈먼자들의 도시는 그야말로 지옥과 다름없습니다. 시체가 뒹굴고 죽고 죽이고 더러움과 굶주림이 도시를 뒤덮습니다. 이가운데 눈이 먼 사람들이 저지르는 갖가지 비인간적인 행각, 범죄, 타락 이 모든 것을 이 여인은 혼자 보고 고뇌하고 괴로워 합니다. 때로는 자신도 눈이 멀었으면 하고 바라며 때로는 모든 것에 부딛혀 희망이고자 하기도 합니다.

읽으면서 처음엔 요즘 유행하는 신종플루가 생각나더군요. 언젠가 인류가 원인모를 세균이나 박테리아, 인플루엔자에 이렇게 당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소설 내용 중에 보면 뉴스 앵커가 방송을 하다가 갑자기 눈이 머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끊임없는 이런 상황과 더불어 현실에서의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이런 요소들이 이 소설의 백미가 아닐까 합니다.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는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 본문중에서-


이 문구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우리 사회도 모두가 눈 뜨고 살고 있는 것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모두가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의도적이든 누군가에 의해서든 눈을 감은 채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눈 뜨고 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참. 영화도 봤습니다. 역시 늘 그렇듯 소설을 읽고나서 본 영화는 실망하게 되더군요. 영화를 먼저 봤다면 어땠을까 싶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는 별로 였습니다. 책을 보시지 않은 분들은 한번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참 오랜만에 포스팅하는군요. 노 전 대통령 서거부터 마음도 짠하고 개인적으로는 고질적인 허리병이 심해져 무엇이든 쉽지 않은 요즘 입니다. (핑계는...ㅎㅎ), 지금도 고생중이랍니다. 모두들 맘도 몸도 모두 건강하세요.
조만간 봉하마을도 다녀올까 합니다. 그동안 추모의 글 한편 쓰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갔다오면 소식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