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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5 14:19

잔인하지 않아도 무서운 영화, 줄리아의 눈

 

얼마 전 아내랑 둘이서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습니다. 결혼하고 아직 아이가 어린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함께 극장에 가서 영화 한편 보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결혼하기 전이나, 애 낳기전 신혼 시절에는 정말 자주 갔었는데 말이죠. 이럴때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볼 수 있는 영화나 가족석이 있는 극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쨌든 나선 걸음이라 일단 시간을 기준으로 상영작을 골랐습니다. 미리 정보가 있던 영화들은 시간이 안 맞아서 그나마 제목 정도 들어본 영화라 간략한 평점 정도만 확인하고 '줄리아의 눈'을 선택했는데요. 평소 그리 즐기지 않는 공포영화인데다가 낯선 스페인 영화라 그리 기대를 하지 않고 봤습니다. 

그런데 기대없이 본터라 더 그랬겠지만 상당히 괜찮은 영화더군요. 

줄리아의 눈 (※ 스포일러 없음.)  



우선 '줄리아의 눈'은 앞서 짚었듯이 스페인 영화입니다. 사실 헐리우드 영화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스페인 영화를 접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인지 보는 내내 대사들이 영어가 아니라는 점이 생각보다 귀에 많이 느껴지더군요. 워낙 영어에 약한 저이지만 역시 우리 생활에서 영어가 좀더 익숙한 언어이긴 한가 봅니다. 
하지만 영화 속 흐름이나 배경은 특별히 스페인이 연상되지는 않았습니다. 좀 평범하다고 할까요. 어쨌든 좀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문화적 흐름의 영화들이 많이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줄리아의 눈
감독 기옘 모랄레스 (2010 / 스페인)
출연 벨렌 루에다,루이스 호마르,파블로 데르키
상세보기
 
줄거리나 영화의 상세 정보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 병을 가진 한 여성이, 같은 병을 가지고 있다가 목을 맨 쌍동이 언니의 행적을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제목도 그렇지만 주된 모티브가 눈과 시력, 보이지 않는 범인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줄리아는 점점 눈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되고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알게되는 사실들이 점점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고 범인을 향해 가까이 가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이지 않는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영화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잔인하지 않은, 하지만 무서운

흔히 스릴러나 공포영화하면 쓱싹쓱싹 썰고, 자르고 피튀기고...으으..생각만해도 끔찍한 장면들이 난무하는데요. 이 영화는 상영시간을 통틀어 잔인하다 싶은 장면은 두서너 장면에 불과합니다. 그 장면들마저도 굳이 잔인하게 표현하지도 않구요. 저도 포스팅한 적있는 '악마를 보았다' 가 떠오르는 군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ㅡ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한시도 관객을 편안하게 보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시력 자체를 소재로 하면서 어둠을 활용해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여러 사물이나 인물들의 행동이 순간순간 전율을 만들어 냅니다. 거기에 보일듯 보이지 않는 범인과의 추적, 주변 인물들의 연이은 죽음까지 모든 사건이 상당한 긴장속에서 흘러갑니다. 잔인한 장면 없이도 분위기와 시각적 상상력만으로 관객들을 공포와 스릴의 세계로 끌어당기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우리가 무서워 하는 건 주로 아무것도 없는 길가에 혼자 걸어가다 뒤에 오는 사람, 어두운 밤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상상, ..이런 것들이긴 하죠. ^^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줄리아의 눈' 의 영화속 주인공은 시력을 잃어가는 중년의 여성입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시력을 잃어가면서 정작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됩니다. 언니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몰랐던 것들, 소중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인생을 돌아보게됩니다. 늘 함께 있던 남편의 숨겨진 진실, 쌍동이 언니의 숨겨진 이야기.. 

주요 흐름은 범인을 찾아가는 평범한 스릴러 물의 공식을 따라가지만 영화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주목받지 못한채 살아온 범인(좀더 나가면 스포일러가 될듯...ㅡㅡ;)과 대비되면서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우리 삶을 함께 보자고 하는 것 처럼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좀더 스릴러에 충실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긴 했습니다. 어설프게 행동하는 주인공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과 결말부분에서의 감정과잉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까지 합니다. 물론 보는 이들마다 느낌은 다르겠죠. 

하지만 당장 한두달 후 자신의 눈이 멀어버린다고 생각하면, 어떨른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지만 시력을 잃고도 엄연히 우리의 인생, 우리의 삶은 이어질테고 그 전후로 달라질 많은 것들에게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긴 했던 것 같습니다. 


몇가지 지적질

사족이지만 이 영화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비영어권 영화의 번역에 대한 부분입니다. 다른 리뷰에서도 지적 된 것 같던데요. 영화속 주인공은 엄밀히 말해 줄리아가 아닙니다. 알파벳을 문자로 쓰긴하지마 영화내내 주인공은 훌리아라고 불리거든요. 영화가 미국에 가서 재포장된 느낌이랄까요. 

또한 영화는 스릴러임에도 중간중간에 이해가 가지 않는 억지들이 좀 있습니다. 방금 수술한 환자가 굳이 의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혼자 집에 가서 쉬겠다는 것이나(눈까지 안보이는데 말이죠.)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이 하는 행동들도 이해가 안되더군요. 마치 흔히 얘기하듯 주인공은 꼭 혼자 있을때 귀신이나 범인이 등장한다는 식의 공식들처럼 말입니다. 왜 저럴까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영화에 대한 몰입은 점점 떨어지는 데 말이죠. 

어쨌든 잔인한 공포영화를 별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적당한 긴장감속에 보실수 있는 괜찮은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좀더 나른한 일상에서 자극이 필요하신 분들께..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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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4
  1. Favicon of http://toyvillage.tistory.com BlogIcon 라이너스™ 2011.04.25 14:5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눈을 감고 느끼기만 해야한다는... 시력을 잃어간다는것과 함께 다가오는 막연한 공포...
    무서울것같아요.ㄷㄷ 행복한 월요일되세요~

    •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11.04.25 16:41 신고 address edit & del

      정말이지 시각장애인분들도 생각나고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싶은...영화였습니다.
      정말 무서운건..피튀기는 잔인함보다..
      알수 없는 느낄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가 아닐까 싶어요.

    •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11.04.26 13:11 신고 address edit & del

      눈을 감고 상상하는 공포는 잔인한 장면 이상인가 봅니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누구에게나 있는거겠죠.
      비가오네요. 라이너스님...즐거운 하루 되세요.

  2. Favicon of http://iloveyyou.tistory.com BlogIcon bkllove 2011.04.25 18:2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남편이 계속 보러가자고 졸랐는데 전 공포영화를 정~말로 싫어해서
    못봤던...그 영화네요.
    전 때리고 죽는 공포도 무섭지만 이런 심리공포가 더 싫습니다.ㅜ.ㅜ

    •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11.04.26 13:12 신고 address edit & del

      잔인한 영화보다 이런 영화가 더 무서운 분들도 있더군요. ^^.
      전 두가지 다 무섭다는...ㅎㅎ..

  3. Favicon of http://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11.04.25 19:0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전 무서운 것은 싫어하는 편이예요~
    월요일 저녁을 편안하게 보내세요~

    •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11.04.26 13:12 신고 address edit & del

      비오는 화요일이네요.. 오늘은 점심에 호박전 부쳐먹었답니다.
      펜펜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4.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1.04.25 21: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무서워요.ㅎㅎㅎ
    보기만해도..

    잘 보고가요

    •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11.04.26 13:13 신고 address edit & del

      ㅎㅎ. 보기만해도..아님 보다 말아도..상상이 되면 무섭죠.
      그치만..엄살이신듯...하하.
      노을님..방문과 댓글 감사합니다.

  5. Favicon of http://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11.04.25 21: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은근히 무서운 저런 영화는 저는 심장이 약해서 못보겠더군요..^^;;
    그러면서 은근히 땡기는 것은 뭔 심뽀인지..^^ㅎ

    •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11.04.26 13:13 신고 address edit & del

      어릴때 기억해보면 전설의 고향 할때 무섭다무섭다 하면서도
      이불뒤집어 쓰고 보곤 했잖습니까...그런 맘이겠죠.. ^^

  6. Favicon of http://moneyamoneya.tistory.com BlogIcon 머니야 머니야 2011.04.26 09:0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잔인하지않으면서 긴장감 높고 무서운 영화..갠적으로 폭풍관심입니당..^^
    이 영화 기억해 놨다가 필 관람해야겠네요^^ 정보 감사합니당~!!

    •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11.04.26 13:14 신고 address edit & del

      헐리우드의 일반적인 공표영화와는 스타일이 조금 다른 스페인 영화이지만..꽤 긴장감 있고 재밌답니다.
      화려하고 스펙타클한 재미는 좀 없는 편이라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으니..참고하시길...^^

  7. 퍼플 2011.04.26 16:3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줄리아의 눈
    2주전에 남자친구랑 봤눈데 시골극장에서 저희커플만 있어서 더더 무서웠습니다 ㅎㅎ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에 긴장을 더한는… 귀신이나오는 공포물은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잘 만들어지고 뻔히 보일법한 이야기도 탄탄하게 잘 만들어서 너무 놓치기아까운 영화입니다
    마케팅의 실패라고 볼 영화지요 ㅠ
    정말 강추입니다 ^^

    •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11.04.28 12:17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러게요. 마케팅 실패로 흥행에는 실패한것 같습니다.
      나름 잘 만든 영화인데 말이죠.

  8. 퍼플 2011.04.26 16: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줄리아의 눈
    2주전에 남자친구랑 봤눈데 시골극장에서 저희커플만 있어서 더더 무서웠습니다 ㅎㅎ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에 긴장을 더한는… 귀신이나오는 공포물은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잘 만들어지고 뻔히 보일법한 이야기도 탄탄하게 잘 만들어서 너무 놓치기아까운 영화입니다
    마케팅의 실패라고 볼 영화지요 ㅠ
    정말 강추입니다 ^^

  9. Favicon of http://captainzone.tistory.com BlogIcon Derek. J 2011.04.27 23: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형이 올린 사진이 더 오싹 하는데요 ㅎㅎ

    •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11.04.28 12:18 신고 address edit & del

      으흐흐...나른할땐 요런 오싹한 영화도..괜춘...^^
      지대...반갑다..

  10. Favicon of http://nusselt.tistory.com BlogIcon 공부의힘 2011.04.28 08: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얼마전에 극장에서 내린것 같은데 DVD가 나올때 까지 기다려야겠내요

    •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11.04.28 12:18 신고 address edit & del

      네..아쉽게도 지난주쯤 완전히 내린것 같더군요.

  11. Favicon of http://minimonk.net BlogIcon 구차니 2011.05.01 23:3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눈이 먼다고 하니 "눈먼자들의 세상" 영화가 떠오르네요 ^^;
    공포영화는 무서워서 못봐요 ㅠ.ㅠ 으헝헝

    •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11.05.01 23:46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도 눈먼자들의 세상...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소설을 먼저봐서..영화가 썩 맘에 들진 않았지만..^^.
      저도 무서운건 잘 못봐요..ㅎㅎ. 그래도 이영화는 볼만할 겁니다. ㅎㅎ 도전...~!!!

  12. Favicon of http://befreepark.tistory.com BlogIcon 비프리박 2011.05.03 01:4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일단 다음뷰에서 천 명 이상 유입 조회수를 보이는 거 축하드립니다. ^^
    이렇게 한방씩 터뜨려주면 기쁘지 말입니다.

    부인과 영화 보러 나가시공. 멋진 시도를 하셨네요.
    그만큼 사랑은 확인되지 말입니다. ^^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고 하더라도
    훌리아를 줄리아라고 읽는 건 웃긴 것이죠.
    호나우두를 꽤나 오래 영어식으로 읽은 우리나라 신문과 방송이 기억나는군요.
    언어생활을 교란시키는 것들은 평범한 우리가 아니라
    꼭 공적 영역에서 설치는 것들이라니까요.

    • Favicon of http://earthw.tistory.com BlogIcon 지구벌레 2011.05.03 10:13 신고 address edit & del

      언젠가부터 유입량에 대해 조금은 둔감해졌지만..
      이렇게 가끔 은근히 효자노릇하는 포스팅이 나오면..
      역시..기쁘더군요..ㅎㅎ.
      블로그는 역시..유입이라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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