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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숙원사업 중의 하나가 텃밭 가꾸기였습니다. 사실 태어나 지금까지 농사한번 지어본 적 없지만, 씨앗을 뿌리고 무언가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지는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페이스북에서는 잘나가는 (고고)농장을 하나 경영하고 있죠..ㅋㅋㅋ

하여간 그래서 지난해 말부터 동네 가까운 곳에 텃밭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게 쉽지 않더군요. 요즘 소일거리로 텃밭 가꾸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 이래저래 관심들이 많아서 짜투리 밭이 잘 없더라구요. 그러던차에 10평단위로 분양하는 주말농장이 있다는 걸 알고 얼마전 10평 분양을 받았답니다. 10평이 적다고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실은 그나마도 지인 두명과 같이 3인 공동으로 텃밭을 분양받은 거랍니다. 더 넓게 할 수도 있었지만 초보가 욕심내면 안될거 같아서 말이죠. 일단 올해는 조그맣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 

앞으로 텃밭이야기는 꾸준히 기록을 겸해 소식을 전해드릴텐데요. 일단 오늘은 분양받고 처음 밭 정리 하던 날의 이야기입니다.

텃밭일기 첫번째 (2011년 3월 9일)


이거 쓰레기장이야 밭이야?


모든 일에 첫인상이 중요하다는데 보시다시피 저희 텃밭은 첫대면부터 장난 아니었습니다. 언뜻 보기엔 이게 밭인지 쓰레기장인지 구별이 힘든 정도입니다. 그나마 밭의 흔적이 남아있는 쪽에서 찍었기 망정이지 사실 뒤쪽은 더 심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모르고 분양받았냐구요?
그런건 아니구요 ^^. 분양해주시는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이 밭으로 해, 쓰레기만 치워주면 로타리는 공짜로 쳐줄테니까.....*^^*"

라는 한마디에 홀딱 넘어간 거랍니다. 물주기에도 좋은 위치라 청소만 잘 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했구요. 로타리 치는데도 만원이나 받거든요. 헤헤. 


어쨌든 3명이서 같이 꾸려나가기로 했으니 함께 잠시 힘좀 쓰면 되겠다 싶기도 했던 건데요. 정리를 시작하니 쓰레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오더군요. 빌려온 리어카로 대여섯번을 나르고 나서야 바닥이 보였습니다. 


쓰레기 종류도 다양해서 비닐조각, 플라스틱, 종이, 술병, 노끈, 나무조각...갖가지 물건이 다 나왔습니다. 치우다 보니....이런게 왜 여기 다 있지 싶더군요. 전에 이 텃밭하시던 분이 살짝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텃밭이 아니라 고물상? ㅡㅡ;..


물론 쓸모없는 쓰레기만 나온건 아닙니다. 농사에 필요한 다양한 물품들도 많이 나오더군요. 쓰레기 치울땐 한숨이 나오더니 뭐라도 쓸만한게 나오면 복권 당첨된 마냥 모두들 환호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ㅎㅎ. 위에 보시는게 삽, 괭이, 호미, 낫, 갈고리. ...필수 장비들이 세트로..^^ 그 아래는 각종 모종 받침으로 쓰는 알미늄 막대, 물조리개, 새 비닐..등 부수 장비들이 차례로 나왔답니다. 쓰레기 아래에 보물이 묻혀있던 셈이죠. ㅎㅎ


물건들을 대강 정리하고는 천천히 흙을 뒤져가며 남은 비닐 조각들을 제거해 나갔습니다. 밭농사에 잡초 방지 겸 토양 유실을 막기위해 비닐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효과야 좋지만 이 밭처럼 방치해서 제때 걷어주지 않으면 땅과 섞여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일단 꼼꼼히 찾아내서 버리고 앞으로는 최대한 비닐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환경도 생각해야니까요. 


쓰레기를 치우고 비닐 등 잔 청소까지 마친 텃밭의 모습입니다. 잡풀들이 말라서 아직은 좀 어지럽습니다. 


보시는게 쓰레기 모아두는 곳인데요. 보이는 쓰레기의 대부분이 저희 텃밭에서 나온 거랍니다. 대단하죠. 으흐.


저희가 분양받은 주말농장 전경입니다. 10평단위로 잘라서 분양하는데요. 상당히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른 봄이라 자라고 있는 작물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잡풀들은 불을 놓았습니다. 요즘 봄철 산불 주의 시기라 조심해야 하는데요. 물도 미리 떠놓고 잡풀을 한군데 모아서 태웠습니다. 순식간에 타더군요. 


이렇게 밭 정비를 대략 마치고 종묘상에서 사온 상토를 2포 뿌렸습니다. 상토는 일반적으로 작물을 키우기 좋게 배합해놓은 흙을 말하는데요. 꽃이나 화초 화분에도 쓰고 밭에도 기초 토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쓴답니다. 저희는 미생물로 발효시킨 성분이 함께 포함된 상토를 사용했습니다. 상토만으로 퇴비의 역할까지는 못해도 잎채소 정도는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구석구석 골고루 상토를 뿌려주고는 첫날 텃밭 정비는 끝났습니다. 저희가 가고나서 할아버지가 경운기로 로타리를 쳐주기로 하셨거든요.. ^^.

앞으로 상당히 재밌을 것 같은데요. 아무리 작아도 밭은 밭이니 정성을 쏟지 않으면 쓴맛을 볼거라고 말씀해주신 분들도 계신데요. 아무쪼록 열심히 해서 풍성한 소식 많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자..~~!


마무리하면서 이날 노획한 물품들을 정리하러 공방에 들렀는데요. 도시농부 지구벌레의 모습 어떤가요. 오랜만에 얼굴공개라 좀 쑥쓰럽군요. 하하. 

이것으로 텃밭일기 첫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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