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봄이다 싶더니 어느새 거리엔 반소매 옷차림이 어색하지 않을만큼 날씨가 따뜻하다 못해 더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봄이 짧은 대구라 그렇겠지만, 조금은 봄을 더 만끽하고 싶은데 말이죠. 조금 아쉬운게 사실입니다. 

산과 들에 만발한 꽃과 나무들은 햇살과 봄비를 머금고 한껏 쑥쑥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녹음이 짙어지는 산은 물론이거니와 산아래 들녁마다에도 생명력이 넘쳐 흐르고 있네요.
그런데 역시 텃밭에 심은 작물이 아닌 잡초들에게도 이 생명력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바빠진 일상을 핑계로 거의 한달 가까이 밭 관리를 못했더니, 얼마전 밭을 방문하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좌절의 현장을 이제부터 보시겠습니다. ㅡㅡ;. 

텃밭일기 / 2011.5.21


5월이라 본격적인 농사철의 시작입니다. 특히 논농사 하시는 분들은 슬슬 바빠지는 시기인데요. 모내기 준비가 한창입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제가 사는 동네는 아직 모내기 전입니다. 논에는 아직 물을 대고 있거나 정비를 하는 중이구요. 곳곳에 이렇게 모판이 자라고 있습니다. 두어주 전에 모판에 뿌려진 볍씨들을 봤는데요. 어느새 이렇게 당당한 모로 자라 있네요. 


논농사가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동네가 아닌지라 이렇게 모판에 직접 모를 키우는데요. 농총지역에 가면 육묘장에서 아파트처럼 모를 키우는게 보통이죠. 언뜻 보기엔 당장 논에 심어도 될 것 같은데요. 주인아저씨께 여쭤보니 6월초쯤 심을 예정이라고 하네요.


늘어선 모판들이 마치 잔디같이 보이기도 합니다만, 곧 자기 자리 잡고 멋진 벼들로 자라나겠죠. 


추운날씨에 잘 자라난 보리들도 모판들을 내려다 봅니다. 이게 아마 청보리인것 같던데요. 이시기 소들의 먹이로도 요긴하게 사용됩니다.

주변 구경을 너무 길게 했나요. ㅡㅡ;. 이제 본론으로 가야죠. 정말 오랜만에 텃밭에 들렀습니다. 지난번 모종을 심은 뒤로 대략 3주가 좀 넘었네요. 같이 텃밭하는 분들이 너네 밭..관리좀 해야겠던데..하는 걱정어린 말은 들었는데. 정신이 좀 없어서 말이죠. 단단히 각오를 하고 일단 발을 들였습니다. 

밀림이 된 텃밭


그야말로...보자마자   "끼약~~~~" 
비명을 안지를 수가 없더군요. ㅡㅡ;. 


잡초가 자라다자라다 못해 이건 정말 밀림, 울창한 숲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만큼 우거져 버렸습니다. ㅡㅡ;. 보는 순간 맥이 탁 풀리더군요. 사진에 보시는 오른쪽 부터 세 고랑이 제꺼거든요. 음냐. 

"이걸 확 갈아엎어...." 이런 생각이 확 솟구치더라는...쩝.


한창 싹이 올라오던 상추도 어느새 이렇게 빼곡하게 고랑을 가득채우다 못해 땅이 좁다며 지들끼리 싸우고 있습니다. 거기다 주변에는 잡초들도 빼곡하게...ㅎㅎ. 

일단 두팔 걷어부치고 잡초들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뽑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정정도 자라고 나면 김매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뿌리를 내릴대로 내린 잡초들은 힘이 들기도 들지만 뿌리까지 말끔히 뽑으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하죠. 일단은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뽑는 수 밖에요. ㅡㅡ;. 


큰 녀석들부터 뽑아가면서 김매기를 한창 하는데 뜻하지 않은 반가운 손님을 만났습니다. 바로 텃밭 마련하고 초반에 심었던 땅콩입니다. 한달 전만해도 싹이날 기미조차 없던 녀석이 어느새 이렇게 올라와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더 반갑더군요. 그동안 잘 있었니..^^


잡초를 좀 뽑다보니 그 사이에 숨어있던 녀석이 또 나타납니다. 지난번에 심었던 고구마 모종입니다. 이제 뿌리를 내리고 좀더 자랐으니 이젠 모종이 아니고 그냥 고구마라 불러줘야겠네요. ^^. 두개를 심었는데 이렇게 한녀석만 살아남았습니다. 장하다 녀석.. 그런데 역시 잡초 때문인지 좀 비실비실해보이네요. 잘 살펴줘야겠습니다. 


텃밭 잡초 


잡초를 뽑다보니 이런 잡초들도 나름의 이름과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앞으로 많은 잡초들을 만나게 될텐데요. 한번 정리를 해보면 좋겠다 싶더군요. 텃밭 주인에겐 잡초지만 이들도 각각의 생명이니까요. 일단 이날 만난 몇 녀석들만 소개해드립니다. 


보시는 건 명아주입니다. 들에 가장 흔하게 자라는 잡초중에 하나 입니다. 잡초라고는 하지만 다자라면 1~2미터 까지 자라구요. 어린싹은 나물로, 자란 풀은 즙을 내어 약으로도 쓰는 나름 쓸모있는 녀석입니다. 하지만 역시 밭에서는 아주 경계해야할 잡초입니다. 


텃밭에 자라는 잡초중 잎이 좁은 종류는 보통 바랭이, 둑새풀, 강아지 등이 있는데요. 저희 밭에 있는 녀석들은 아직 덜 자라서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바랭이나 강아지풀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나중에 따로 잡초편 특집 포스팅을 한번 하면서 자세히 소개하기로 하죠. 일단 이날은 뽑기 바빠서..ㅡㅡ;. 


이 친구는 꽃까지 폈는데요. 아직 정체를 모르겠습니다. 혹시 아시는 이웃 있으시면 이름이라도 알려주시면 제가 후사(?)하겠습니다. 하여간 일단 뽑았습니다. ^^
 


한동안 상추 주변 잡초를 뽑다가 새로운 손님을 또 만났네요. 유유히 상추잎사귀 위를 기어다니는 도마뱀입니다. 라인이 아주 잘 빠졌죠. 제대로 S라인입니다. ㅎㅎ. 뭔가를 노리는 듯 잎사귀위를 살금살금 기어가더군요. 


역시 뭔가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덥썩하고는 벌레를 한마리 입에 물고 있습니다. 한껀 했구나 녀석..^^. 역시 제 텃밭은 밭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밀림이었습니다. ㅡㅡ;. 


잡초도 잡초지만 밭 관리도 제대로 안되서 힘차게 자란 감자랑 상추랑, 완두콩 모두 너무 미안하더군요. 김매기를 한참하고 있는데 옆 밭에서 보시던 아저씨 한분이.. 김매기도 중요하지만 감자를 이렇게 두면 안된다며 가지를 많이 쳐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잘 자라고 있긴한데 이렇게 너무 무성하면 나중에 땅속 감자가 잘 못자란다고 말이죠. 직접 시범으로 가지를 좀 쳐주셨는데요. 보시듯 좀 훤하다 싶게 솎아줘야 하시네요. 또하나 배운거죠 머..^^. 


김을 매다가 또 요상한 손님을 맞닥뜨렸습니다. 초보농부가 보기에도 요건 먹는 종류 같았는데요. ㅎㅎ. 역시 옆 밭 아저씨계 여쭤보니 갓이라고 하시네요. 그제서야. 아하...

갓은 맵고 독한 맛이 있어서 어린 싹이 아니면 주로 김치를 담궈 먹습니다. 저도 갓김치 좋아하는데요. 이렇게 직접 작물로 본건 첨이네요. 일단 먹는거라 따로 뽑아두긴 했는데요. 별 대책은 없다는..ㅎㅎ. 


첫날로 다 해결을 못해서 다음날까지 김매기는 계속 됐습니다. 허리도 아팠지만 그래도 밭 정비를 하고 나니 기분이 참 좋더군요. 김매다가 한두 포기씩 자란 깻잎은 고랑에 옮겨심고 고추 모종도 새로 심었습니다. 잘 자라라고 대도 세워줬습니다. 좁은 밭에 품종만 7가지로 늘었습니다. ㅎㅎ. 

앞으로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와서 살피고 김도 매야겠습니다. 더이상 게으른 농부 소리는 안들어야 할테니까요. 그동안 아마도 지나시는 분들이 혀를 끌끌차며 한소리씩 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에구 부끄러워라...ㅎㅎ. 

참. 울창했던 상추들을 많이 솎아냈습니다. 커다란 비닐봉지에 두봉지 가득 첫 수확을 안고서 집으로 갔네요. 어떻게 다 먹을지 좀 난감하긴 했지만. ㅎㅎ.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비를 마친 모습 인증샷입니다. 처음 울창했던 상태와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른 밭이 됐네요. ^^.

얘들아 이제 자주 올께..그동안 미안...~~~


 ☜ 제 글을 편하게 보시고 싶으신분은 여기를 눌러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