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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성을 봤습니다. 
뭐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황산벌에 대한 기대는 물론이거니와 이준익 감독이 워낙 사극을 잘 만드는 감독이라 오랜만에 제대로된 웰메이드 코믹사극이 나오는구나 하면서 봤는데요. 

솔직히 소감은..좀 글쎄요..더군요. 제가 사실 영화보고 박수를 잘 안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오늘도 역시 소심한 지적질 좀 해야겠습니다. ^^. 물론 스포일러는 없으니 안심하시구요.


우선 영화를 안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한 시놉시스를 소개해드리면 말이죠. 황산벌 전투를 정점으로 백제를 삼킨 신라가 이후 고구려마저 잡아먹고 삼국통일을 하기위해 당과 손잡고 평양성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입니다. 
전작인 '황산벌'을 보신분들이라면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텐데요.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김유신을 연기한 정진영과 거시기 이문식을 제외하면 배역은 싹 바꼈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같은 흐름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세한 영화분석은 다른 리뷰나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평양성
감독 이준익 (2011 / 한국)
출연 정진영,이문식,류승룡,윤제문,선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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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평도 나쁘지 않더군요. 영화가 개봉하면서 이준익 감독이 이 영화가 망하면 은퇴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언론에 또한번 오르내리기도 했는데요. 2주정도 만에 100만을 돌파했다고 하니 차기작을 못볼일은 없을 것 같네요. 


그런데 제가 본 '평양성'은 두가지 지점에서 사실 실망이 좀 컸습니다. 첫번째가 웃음, 그리고 두번째가 풍자입니다.  

먼저 코믹사극임을 대놓고 자랑하는 영화임에도 간단히 말해서 사실 크게 웃기지가 않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전 코믹영화, 즉 웃기는 영화에 대해 아주 선호도가 높은 편인데요. (참고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SF코믹에로스릴러입니다. ㅋㅋ.) 그만큼 기대가 더 커서 그랬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영화 전체적으로 웃음이 없지는 않습니다. 주연배우들 모두 흠잡기 힘든 코믹연기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재밌을 만한 에피소드가 많긴 합니다. 하지만 웬지 웃길려고 만든 장면인 거 같긴한데 웃어주기 힘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거대한 밥솥 장면이대표적인데요. 솔직히 왜 웃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황산벌과 비교를 안할 수가 없는게 걸쭉한 욕하나 만으로도 충분한 웃음을 줬던 그 참신함이 상당히 무뎌진 것 같습니다. 웃음도 영화의 다른 많은 요소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방식과 적절한 인과관계 즉 관객들의 적절한 이해속에 가능한 것이니까요. 


두번째는 바로 '풍자'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또한 앞서 언급한 '웃음'과 일맥상통한데요. 현실을 영화에 대입시켜 비꼬고 요리하는 이준익 감독 특유의 정서가 이번 영화에서는 역시 무뎌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사 중간중간에 드러나는 현실인식과 해학이 평양성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거시기 이문식이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것이나, 정진영이 정치에 대해 논하는 장면도 있습니다만, 구체적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상실한 밋밋한 관념에 머무르고 맙니다. 역시나 황산벌에서 보았던 그 시절 우리 사회를 비꼬던 특유의 날카로움이 아쉬웠습니다.

거기다 한마디 더한다면 극중 마무리 과정에서 좀 지나치다 싶게 착한 장면을 너무 많이 연출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두루뭉술하게 전쟁을 정리하려다보니 뭔가 구렁이 담넘어가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요약하자면 제가 본 '평양성'은 '황산벌에 웃음과 풍자를 두고온 밋밋한 전쟁사극이 되겠는데요. 황산벌이 관객들을 즐겁게 했던 두가지 핵심이 바로 이 두가지 였던 만큼 이래저래 아쉬울따름입니다. 

제가 본 느낌을 간단하게 전해드렸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양성'은 볼만한 영화입니다. 이런저런 기대만 좀 접어둔다면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볼꺼리도 많은 스펙타클한 코믹전쟁사극임에 분명합니다. 특히 각종 신무기(?)들이 어울어진 전투신은 눈여겨 볼만 합니다. 어쨌든 2주라는 시간에 100만이라는 관객들이 괜히 극장을 향하지는 않았을테니까요. 

앞으로 이어질 이준익 감독의 코믹사극 계보에 좀더 많은 웃음과 풍자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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