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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봄기운은 커녕 눈쌓인 겨울 끝자락 이야기라 더운 여름에 더 제격일듯 하네요.^^. 앞으로 시간나는데로 3박4일의 여행을 조금씩 풀어놓겠습니다. 참고로 포스팅은 여행순서와 상관없이 이어집니다.

신혼여행

요즘 결혼하는 커플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더군요. 해외여행이 많이 보편화되기도 했지만 그리 넉넉치 않더라도 이럴때 아니면 언제 나가보겠냐는 이야기에 일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이제 결혼 5년차를 지나고 있는 전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왔습니다. 형편도 형편이긴 했지만 그보다 늘 동경하던 제주도를 구석구석 많이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전까지 가볼 기회가 한번도 없었거든요. 더불어 한참 산을 많이 다니던 시절이라 한라산 등반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생각과는 조금 달랐지만 제주도도 그렇고 한라산도 너무 좋았습니다.

4년만네 다시찾은 제주도

어쨌든 그렇게 신혼여행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았던 제주도에 지난 3월 우연치 않게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소 같으면 경비 고민에 망설였을텐데요. 마침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공동으로 저렴한 탐방기회가 있어서 참가하게 됐습니다. 3박4일에 10만원만 부담하면 됐거든요.^^. 옳다구나 하고 덥석 물었답니다. 하하.

역사탐방이긴 했지만 이런저런 여행지도 돌아보는 일정이었는데요. 역사 관련한 방문지는 주로 제주도 4.3사건 관련 장소들이었습니다. 오늘 함께 이야기할 장소는 그중에서도 여행말미에 들렸던 너븐숭이 유적지입니다.

누군가 새겨넣은 peace, 길가에 늘어선 블럭들


앞으로 포스팅에서도 나오겠지만 제주도에는 4.3관련 유적지와 기념관이 잘 정비 되있습니다. 지금은 떠는 분들이지만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시절 4.3 사건이 재조명 되면서 명예회복도 되고 역사적으로 잘 전하기 위해 나름 많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너븐숭이 유적지의 경우 4.3사건의 가장 처참한 현장 기록이라는 점에서 유적지의 규모도 적고 볼것도 많지 않지만 어쩌면 가장 역사적 흔적이 아닐까 합니다.

너븐숭이 유적지 안내판


너븐숭이는 4.3 당시 무자비한 학살이 자행됐던 장소로 밭일을 나가던 북촌리 주민들이 넓은 터에 쉬곤했던 곳입니다. 48년과 49년에 걸쳐 마을주민 700여명중 443명이 희생됐다고 하니 당시의 가장 참혹한 현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너븐숭이 4.3기념관


팻말을 읽어본뒤 바로 기념관으로 향했습니다. 작은 규모였지만 당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서를 비롯해 여러가지 자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처참함을 보여주는 시와 그림


방문자들이 남긴 한마디를 모은 펼침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기념관 내부를 관람하고 나왔는데요. 정작 입구 부근에 더많은 이야기들이 남아있더군요. 바로 애기 무덤들인데요. 사건 당시 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중에는 어린이들, 심지어 애기들까지 포함되 있었다고 합니다.

애기무덤 앞 시비


흙으로 쌓아올린 변변한 봉분도 없이 돌무더기로 쌓아만든 애기들의 무덤에 절로 마음이 무거워지더군요. 죄없는 아이들까지 이렇게 희생시킨 당시의 어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채 피어나지도 못한 아이들의 명복을 다시금 빌어봅니다.

이름 없는 애기무덤


돌무더기로 쌓아놓은 무덤


늘어선 애기무덤 들


애기무덤들을 지나 뒤쪽으로 가면 '순이삼촌'이라고 새겨진 유적지를 만날 수가 있습니다.
 
순이삼촌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현기영 (창작과비평사, 2006년)
상세보기

기념비에 모여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순이삼촌'은 4.3을 배경으로 작가 현기영이 쓴 소설입니다. 4.3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온갖 모진 고초를 겪어야 했던 시절 소설의 내용을 빌어 당시를 전하고자 했던 현기영은 소설을 썼다는 것 만으로 또한 많은 탄압을 받았다고 합니다.

기념비 옆에서 설명을 해주신 유족회 분



간단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4.3사건에 대한 충격으로 환청에 시달리던 순이삼촌이 30년만에 자살하면서 당시의 사건을 남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줄거리인데요. 제목의 내용과 달리 순이삼촌은 남성이 아니라 두 아이를 너븐숭이 학살로 잃은 아주머니입니다. 제주도에서는 먼 친척뻘 어른을 삼촌이라 부른다는 군요.

기념비와 소설내용이 새겨진 주변 비석들


진실을 전할 방법이 없던 시절 용기를 내어 소설을 통해 사건을 전한 현기영 작가의 용기에 다시한번 감동을 받았습니다. 기념비 주변에는 실제 소설의 구석구석 문구들이 새겨진 비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위령비를 참배하는 참가자들


순이삼촌 비를 지나면 마지막으로 위령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역시 앞서 설명을 해주신 유족회 분께서 진상규명, 명예회복 과정과 위령비를 세우던 때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너븐숭이 유적지는 오래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작년(2009년 3월)이 되어서야 건립되었는데요. 위령비 하나로 돌아가신 영령들의 넋이 온전히 안식을 찾을까 싶긴했지만 많은 이들이 함께 이들의 영면을 기도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반듯하게 세워진 위령비


위령비 뒤쪽에는 당시 목숨을 빼앗긴 영령들의 이름이 새겨져있습니다. 하지만 이름없이 죽어간 이들과 애기들의 자리는 이곳에도 없을 것 같네요.


참 앞에서 이야기를 못했는데. 이번 탐방에 아내와 울 애기도 함께 갔었답니다. 아직 뭐가 뭔지 모를 나이지만 이런게 산 교육이겠죠. ^^.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민족만이 그런 역사를 다시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발자취 중에서도 이런 가슴아픈 시간들은 더욱더 분명히 역사에 새기고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우리는 현대사에 너무 아픈 기억들이 많군요. 예전처런 말도 못하는 시절은 아니지만 여전히 다 해결됐다고는 할 수 없는 일들도 많기도 하구요.

첫 여행기 포스팅이 좀 무거웠던 것 같은데요. 4.3관련 방문이야기가 좀더 있긴 하겠지만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있을테니. 앞으로의 연재에도 많은 격려 부탁드리겠습니다. ^^.

아 벌써 다시 가보고 싶군요.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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