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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끝나지 않는다, 진도 팽목항 방문기


12월 6일 팽목항에서 세월호 조속 인양 촉구 문화제 열려

전국이 1일 생활권이라는 이름으로 묶인지 오래됐지만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도 여전히 쉽게 갈 수 없는 곳이 많다. 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진도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TV를 통해 마치 옆동네처럼 친숙해졌지만 막상 가려고 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넓은지 실감하게 된다. 게다가 팽목항은 그중에서도 남서쪽 맨 끝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그런 팽목항을 향해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른바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팽목항으로 모이는 날이었다. 대구에서 가는 시간만 5시간이 걸렸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235일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여전히 팽목항은 4월16일에 멈춰있었다. 방파제 난간을 가득 채운 노란리본의 물결만이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7일 여야합의로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되고 새해부터 진상규명위가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9명의 실종자는 아직도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본부는 해산됐고 수색작업도 중단됐다. 유족들은 조속한 인양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오후 4시부터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을 촉구하는 팽목항 문화제가 시작됐다. 전국에서 600명이상의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모였다. 늘 찬바람이 부는 팽목항 방파제에는 이날따라 비까지 내렸다. 문화제를 시작할 즈음 잠시 비가 그치더니 손님들을 맞이하듯 무지개가 떴다. 




세월호가족대책협의회와 세월호참사국민대책위가 함께 마련한 문화제는 유족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발언과 공연으로 채워졌다. 특히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와 지혜학교 아이들의 공연이 눈길을 끌었다.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와 노래는 떠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했다. 무대가 마련된 방파제 끝에 위치한 붉은색 등대는 대형 노란 리본을 담은 채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차가워진 날씨에 비까지 내렸지만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2시간여의 문화제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바다를 향해 풍등을 띄웠다. 어두워진 바다에 띄워진 풍등은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 별이 되었다. 작은 불빛 하나하나에 담긴 바람들도 함께 별이 되었다. 


현재 팽목항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여전히 컨테이너 박스에 기거하며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 대책본부가 해산하면서 각종 지원도 중단됐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는 차가워지지만 그나마 지원되고 있는 전기와 수도까지 끊으려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기다림이 실종자 가족들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도 짧지 않았다. 갈때와 마찬가지로 5시간 여가 걸린 여정에 참가자들은 버스에서 곯아 떨어졌다. 하지만 팽목항까지의 먼 거리와 피곤함 몸 보다 잊혀지려하는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더 아쉬운 걸음 이었다. 


문화제에서 무대에 오른 한 희생자의 삼촌 이야기가 떠올랐다. “팽목항에서 우리는 끝까지 기다릴 것이다. 국민여러분들도 함께 기다려 달라. 처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그 약속을 잊지 말아 달라.”

끝까지 한사람의 실종자가 돌아올 때까지 모든 것을 다하겠다. 이 약속은 박근혜 대통령도 했던 약속이다. 어느새 언론 보도에서도 사라진 세월호 이야기는 이제 스스로 찾아보지 않으면 접할 수 없는 잊혀진 사건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잊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 본 포스팅은 강북인터넷뉴스(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