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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에 호랑이 보다 무서운 곶감이라고 있죠. 곶감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우는 아이가 울음을 뚝 그치는 걸 보고는 자신보다 더 무서운게 곶감이라고 믿어버리는 호랑이 말입니다.



갑자기 웬 곶감 타령이냐구요. ^^ 며칠전 대구 달서구 의회에 웃지 못할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게 됐는데요. 소식을 듣고 나니 이 호랑이와 곶감이야기가 먼저 떠오르더군요. 

달서구 의회 구정질의 보이콧 사건

사정은 이렇습니다. 지난 21일 대구광역시 달서구 의회가 열렸습니다. 본회의라 대다수 모든 의원들이 다 모였는데요. 이날 준비된 의회 일정은 구정질문이었습니다. 구청에서 하는 제반 사업에 대해 의원이 공개적으로 질의 하는 순서입니다. 미리 질의문도 나가고 구청측에서는 적절한 답변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 구정질의를 준비한 민주당 소속 김성태 구의원이 연단에 오르자 대다수의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린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자리를 뜬 대다수의 의원들은 바로 한나라당 의원들이었습니다. 결국 회의장엔 달랑 4명만이 남았고 회의는 자동 중단됐습니다. (지방자치법 62조에 따라 의원 정족수 3분의1이상이 출석해야 회의 진행가능)

의원들이 도망간 이유는?

그럼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리를 뜬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구정질의를 하던 민주당 의원이 싫어서? 아닙니다. 바로 이날 구정질의 주제가 바로 무상급식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타 지자체에서는 대거 시행되고 있으나 대구에서는 여전히 한곳도 실시하지 않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해 달서구에서는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질문하는 내용이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무상급식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두려워 자리를 비워서 회의 자체를 보이콧 해버린 것입니다. 
결국 잠시 정회 됐던 회의는 이후에도 속개되지 못했고 김성태 의원의 구정질문은 임시회 회기 마지막날인 이날 밤 12시까지도 의원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자동 유예되고 말았습니다.날 오후 예정되 있던 다른 의회일정도 모두 무산 됐구요. 

보궐선거를 앞둔 과잉대응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도 있죠. 아마도 한달 앞으로 다가온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당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이렇게 엉뚱한 행동까지 낳게 된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많은데요. 달서구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두명의 구의원을 선출해야 하는 등 대구에서는 나름 보궐선거가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이슈화 되면서 야당의원들이 다수 당선됐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특별한 안건처리도 아니고 고작 구정질의를 이런식으로 무산 시킨것은 참 보기에도 딱한 처사가 아닌가 합니다. 작게는 동료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방해일뿐만 아니라 좀더 넓게는 지역민에 대한 정책을 토론조차 못하게 막는 의원답지 못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달서구 한나라당 의원 여러분, 무상급식이 그렇게 무서운가요~~? 

동네 구의회조차 이런 모습이니 대구만 아직도 무상급식의 무풍지대가 되고 있는 이유를 알것도 같습니다. 대구시의회는 물론 대구시의 주요 공직자들, 구의원들까지 한마음으로 막고 있으니 앞으로도 대구에서 무상급식 실시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 여러분이 무서워 해야하는 건 무상급식이 아니란걸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을 뽑아준 그리고 앞으로 뽑아줄 유권자들이 더 무서운 눈으로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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