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아저씨라는 호칭이 익숙한 나이가 됐습니다. 아니 솔직히 아직은 억울합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지만, 지나가는 아이들, 동네사람들 할 것없이 아저씨라 부르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30대 초반인 저에게, 아직은 최신가요를 좋아하는 저에게 그리 달가운 호칭은 아닌가 봅니다. 
그만큼 아저씨라는 표현에 담긴 뉘앙스는 그리 좋은 면만 있지는 않습니다. 어딘지 모를 적당히 나이든 느낌, 조금은 진부한 느낌, 세상살이에 조금은 치여있을 것 같은 느낌. 젠틀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세련된 도시인에게 아저씨란 말이 웬지 어색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명사] 
  • 1 부모와 같은 항렬에 있는, 아버지의 친형제를 제외한 남자를 이르는 말.
  • 2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을 이르는 말.
  • 3 남남끼리에서 남자 어른을 예사롭게 이르는 말.


하지만 남남끼리 남자어른을 예사롭게 부르는 아저씨라는 호칭은 우리 시대를 담고 있습니다. 좀 더 나이든 아저씨들은 우리 사회의 산업화의 주역이라 불리며 고된 노동을 당연한 듯이 바쳐야 했고, 조금은 어린 아저씨들 또한 정리해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엄연히 노동착취라고 불러야할 열악한 근무조건을 마다하지 못합니다. 물론 가끔 팔자 편한 아저씨들도 있습니다. 돈이 많아서 아님 때론 돈이 너무 없어서 ....
어쨌든 우리는 이들 덕에 조금은 더 편하게, 조금은 더 윤택하게 살아 왔음을 누구나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줌마들을 무시하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마시길...^^) 

"아저씨, 우리 사회에서 가장 놀아야 할 사람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습니다.
단순하게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놀때가 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들에게 자기 삶에 대한 원동력을 돌려주지 못하는 한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입니다. 책에서 표현하듯 "이제라도 달리기 인생을 접고 당신을 위해 뒤풀이를 하라"는 말처럼 휴식과 자기 찾기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제 생각엔 이들에게 자신을 돌려줌으로서 우리 사회가 조금은 아니 한참은 더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낭만은 죽지 않았다 다만 모른체 했을 뿐이다                                                      

어떤 아저씨는 록백드를 결성하고 어떤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색소폰을 불고, 블로그에 빠지고, 바다에 뛰어들고, 바다를 낚고, 하늘을 날고 ... 어쨌든 그들에게 필요한건 낭만이고 삶에 대해 만끽하는 자신만의 표현과 새로움, 즉 변화입니다.
그래서 이책은 서두에서 부터 아저씨의 섹시함이 필요하다며 그 섹시함은 새로운 것에 대한 새로운 추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이야기합니다. 타성에서 벗어난 변화를 향한 동경.


스타일은 죽지않았다. 다만 진짜로 몰랐을 뿐이다                                                    

이제 섹시한 아저씨, 변화하는 아저씨가 되기위해 이렇게 하라고 충고합니다. 잘 차려입고, 잘 꾸미고, 잘 먹고.. 모든 변화는 자신에 대한 투자와 애정에서 시작한다는 이야기에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꽃중년이란 말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아저씨들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스타일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으며 느껴지는 씁쓸함을 아무래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누구보다 이런 아저씨들의 낭만과 스타일 찾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여전히 우리사회는 아저씨들의 헌신과 고통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낭만과 스타일이 여전히 사치일 뿐인 중년, 아저씨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도 넘쳐납니다. 정 변화와 놀이가 필요한 그들에게 우리는 자신있게 그것을 가지라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직장에서 정리해고 된 뒤 어렵사리 마련한 가게를 홀로 지키며 문을 닫지도 새로운 삶은 커녕 내일의 걱정에 찌든, 인생의 다른 희망을 찾지 못하는 이웃들의 모습에서 과연 우리 시대의 아저씨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어린시절 웬지 싫기만 하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언제부턴가 나에게서 발견하면서 부터, 가진 사람보다 여전히 부족하기만한 이웃들이 많은 현실에서 우리 아저씨들의 낭만과 스타일은 얼마나 먼 이야기인가요. 

어쩌면 그래서 더욱이, 그래도 희망이 꿈이 있어야 하는 거겠죠. 혼자 되뇌입니다. 한숨과 함께....



 ☜ 제 글을 편하게 보시고 싶으신분은 여기를 눌러 구독해주세요
더불어 글에 공감하셨다면 아래 손등모양 꾹 눌러서 추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