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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시골 외할머니 댁을 찾아갔습니다.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저희 집에 차를 타고 나서면 불과 30분이 채 걸리 지 않는, 도시에서 가까운 근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도심과 도심을 이어주는 곳이라 동네 근처로 난 도로에는 차들이 항상 많아 시골이 맞나 싶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여전히 시골 정취가 가득한 곳입니다.

대문을 들어서면 낡은 지붕과 처마 밑 약간은 위태로운 기둥들이 지난 세월을 말해주는 외할머니 댁은 지어진지 얼마나 됐는지 가늠이 되지 않을만큼 예전 모습그대로입니다. 물론 제가 어릴적 나름 수리고 하고 외부 샤시도 새로 했지만 요즘 집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아래에 보시듯이 마당도 넓어서 어릴때 마당에서만도 여러가지 놀이들을 뛰어다니면서 했던 기억이 볼때마다 새록새록 납니다.

할머니가 시집오셔서 이집에 사신지가 이미 60년 세월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정이 들대로 드셨을 것 같은데 이집도 올해로 마지막입니다. 할머니가 사시는 이 동네가 통째로 개발지역에 편입되서 모두 사라지게 될 예정이거든요. 보시는 모든 정취들이 공사 장비들로 모두 엎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동네가 모두 사라지면 이자리엔 아파트들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때 동네사람들이 참 반대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보상도 끝나고 모두들 살 집을 찾아 마을을 떠나고 있습니다.
제 어린시절의 기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시골집이 철거된다하니 처음 들었을땐 너무 안타깝고 서운하더군요. 하물며 거의 평생의 대부분을 살아오신 할머니 마음은 어떨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다른 이웃들은 벌써 거의 마을을 떠났구요. 할머니도 앞으로 사실 작은 아파트를 마련하시긴 하셨는데요. 아쉬움 때문이신지 집을 비워야 하는 날까지 끝가지 시골집에서 보내실 계획이십니다.

 

넓은 마당은 요즘 쉽게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한쪽 구석에선 개도 키우셨는데. 개발 얘기가 나오면서 더이상 키우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석엔 아직도 개집이 보이네요. 항상 오면 개 짖는 소리가 많이 났었습니다.

오래된 대문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제 할일을 다합니다. 금이간 벽이 훨씬 더 위태로워 보이네요..ㅎㅎ

마당엔 할머니가 정성스레 키우는 호박이며, 고추, 깻잎이 풍성하게 자라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바깥쪽 호박꽃들은 아직 한창인데 안쪽 구석을 보니 벌써 열매를 맺은 꽃들이 있더군요. 숨겨두고 몰래 키울 모양입니다.


호박꽃에 벌이 날아들었습니다. 가까이서 찍어볼려고 줌을 당기는게 그만 날아가 버렸습니다. 꽃 안쪽이 깊숙한데 좀 쉬었다 가지 말입니다.



깻잎들도 풍성합니다. 역시 깻잎향은 참 강하고도 부드럽더군요. 입맛이 살그머니 돕니다.


줄지어선 파들이 보입니다. 다들 뒷짐지고 쉬는 것 같죠..^^..


뒷집에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 음식점에서 생일상이 차려졌습니다. 외가 식구들이 모두 모여 할머니의 83번째 생신을 축하드렸습니다. 오리고기와 매운탕이 일품이었는데요. 이집도 올 연말이면 문을 닫아야 합니다.


생일 케익에 불도 직접 불어 끄시고, 저희 할머니는 여전히 정정하시답니다. 시력이 많이 나빠지셔서 눈을 약간 게슴츠레 하게 뜨고 계시지만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시고 계시답니다. 증손녀들이 함께 부른 생일축하노래에 참 좋아하시더군요..^^.


아마도 처음 공개하는 것 같은데..저희 아내입니다. 약간은 어색한 표정인데. 이거 올린거 알면 혼날지도 모릅니다..ㅎㅎ..혹 삭제 될지도 모르니 그때까지 보시길...ㅋㅋ..물론 아기는 요즘 자주 찾아뵙는 저희 딸래미..^^..


모자를 안쓰면 아들이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서 항상 씌우는 편입니다..ㅋㅋ..아빠랑 한컷...


마지막으로 할머니와 기념사진입니다. 에공 애기가 딴데를 보고 있었네요..^^. 시골집에서 치르는 마지막 할머니 생신이라선지 할머니 표정 한구석이 좀 아쉬워 보이네요. 제가 아쉬워 그리 보이는 걸 수도 있겠죠.
우리 아이가 자라면 이 시골집을 다시 보여주고 싶었는데 안타깝습니다. 개발도 나름 필요하겠지만 우리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그 대가로 내준다고 생각하니 서글퍼 지기도 하구요.
 
시골집은 사라지겠지만 할머니는 오래도록 저희 곁에 계시면 좋겠습니다.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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