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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5월, 가정의 달 이야기 


부담스러운 지출보다는 가족 간의 정 나누는 방법 찾아야





40대 직장인 김씨는 이번 달 들어 어깨가 무겁고 한숨이 잦아졌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4가족의 가장으로서 넉넉지 못한 살림에 늘 빠듯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꾸려왔는데 매년 5월이면 그 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을 가득 채운 각종 기념일은 물론이고 평소보다 결혼식을 알리는 청첩장도 더 많이 날라 온다. 경조사도 부담이지만 올해는 특히 연휴가 이어지면서 각종 나들이까지 나가면서 지출이 더 늘었다. 그야말로 잔인한 5월이다.   

이는 몇몇 가정이 아니라 5월 맞는 대부분이 느끼는 고민이다. 아닌게아니라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잔인한 달, 무서운 달로 불린지 오래다.  

첫 번째 고비는 어린이날이다. 요즘 갈수록 아이들의 장난감이 비싸지고 각종 매체를 통해 고가의 캐릭터 장난감이 대세가 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장난감 하나에 10만원 가까이 하는 것들도 많다. 아이들은 어린이날이 오기 한참 전부터 날짜를 꼽으며 선물을 고르느라 노래를 부른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 장난감도 얼마나 빨리 유행이 바뀌는지 사주고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외면 받기 일쑤다. 사주고도 보람이 없다. 그래서 더 고민이 된다. 

어렵사리 어린이날을 넘어서면 곧바로 어버이날이 온다. 요즘 어른들 선물은 현금이 대세다. 뭘 살까라는 부담은 줄었지만 여전히 봉투에 얼마나 넣어야하냐는 고민이 남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5월 중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어버이날 선물로 나타났다. 게다가 어버이날 외식이 보편화 되면서 이 부담도 적지 않다. 가족들이 모두 나서게 되니 비용도 들지만 이날은 주변 모든 식당에 예약이 만원이다. 식사한번 하기가 쉽지 않은 날이다. 

어렵게 두 대형 기념일을 넘어선다고 해도 고비는 남아있다. 바로 주말마다 이어지는 경조사와 나들이다. 결혼식은 줄을 잇고 그 사이사이 가족나들이라도 나갈라치면 5월 경제는 어느새 절반이 흐르기도 전에 바닥을 보인다. 이제 겨우 5월 절반을 지난 지금이지만 아직도 25일 부처님오신날을 끼운 연휴가 남아있다. 방심하기 이르다. 이미 이번 달 관련 지출이 100만원을 넘어섰으니 무리해서 어디 나가기보다는 집에서 쉬거나 동네 나들이 정도로 막음을 하지 않으면 정말 힘들어 지게 된다. 아직 절반이 남은 5월이지만 그만 빨리 끝났으면 싶을 뿐이다. 

한 취업포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혼 직장인은 5월의 모든 기념일에 평균 56만7000여 원, 미혼 직장인은 이보다 16만원 가량 적은 40만3000여 원을 지출할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의 달이 가족 간의 정과 추억이 쌓이는 시간이기보다 경제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남는 시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새로운 가족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여러모로 어려운 경제사정에서 가계에 무리한 부담을 주는 지출이라면 과감히 절제 하는 각오도 필요하다. 5월을 잘 넘기려고 남은 11달을 고민하며 살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어쨌든 무서운 5월을 달려온 가장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제 곧 6월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