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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도시, 행복한 이웃”  

 
작년에 이어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의 슬로건이다. 도시농업은 이미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환경은 물론이거니와 마을공동체와 새로운 산업으로까지 중요성을 인정받고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텃밭 참여 인구도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이렇듯 갈수록 주목 받으며 트렌드가 되고 있는 도시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보는 도시농업박람회를 개막식이 열린 지난 25일 찾아 갔다.   



전국 최대 규모의 도시농업 행사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에 걸쳐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농림축산식품부, 대구광역시, 농촌진흥청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도시농업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고 이웃 간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는 취지로 시민들이 직접 보고 체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행사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개막식에는 행사를 주최하는 3개 기관의 대표는 물론 도시농업관련 단체, 각종 경연 참가자들이 참여했다. 개막식은 주요 기관장들의 축사와 생활원예  등 각종 경연, 도시농업 관계자들에 대한 시상식 순으로 비교적 단촐 하게 치러졌다. 다만 가을 햇살이 따가운 가운데 공식행사임에도 각급 고위 공무원들이 30분이 지나서야 자리하면서 조금은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행사가 치러지는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는 10만평에 이르는 부지에 각종 농업관련 시설과 관계시설, 실습지로 사용 중인 논과 밭이 자리하고 있어 도시농업 박람회를 위해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전체 박람회장이 학교 내 곳곳에 골고루 배치돼 주제별로 나누어 자리 잡고 있다. 2년째 도시농업박람회가 대구에서 치러지는 이유 중에 하나도 바로 이러한 공간의 장점 때문이기도 하다.



박람회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관은 행사장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데 도시농업과 관련된 각종 기자재, 특수 장비에서부터 도시농업 교육용 상품, 아이디어 상품까지 다양한 홍보부스가 자리하고 있다. 한켠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한 모종 나눠주기 행사도 진행 중이었는데, 이를 제외하고는 주로 전시물 위주의 보는 방식의 부스가 대부분이라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조금은 상업적이지 않게 색다른 전시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대형 호박전시와 재활용 텃밭 컨테스트 눈길끌어

사실 지난해에 비해 전체적으로 볼거리가 줄어들었다고 느껴졌는데, 반면에 눈에 띄는 기획도 제법 있었다. 그 중에서도 박과 채소 챔피언 선발대회 전시와 왕초보 도시농부학교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박과 채소 챔피언 선발대회는 말 그대로 농민들이 키운 박과 채소를 출품해 챔피언을 가리는 경연대회였다. 흔히 ‘박’이라고 하면 조롱박이나 늙은 호박이 연상될 텐데 선발대회에 나선 박들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했다. 여러 가지 톤의 색깔을 가진 박에서부터 뱀 모양의 박, 도깨비 방방이 같은 박 등 아주 다양한 형태의 박들이 자신만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특히 대상을 수상한 박은 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질 만큼 큰 크기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왕초보 도시농부학교는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들이 진행한 코너로 박람회에 오는 시민들이 도시농업과 텃밭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즉석 강의를 진행한다. 박람회에 와서 텃밭에 대해 관심이 생긴 시민들이 궁금증도 해결하고 도시농업에 대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옆에서는 미리 신청한 가족단위의 팀들이 참여하는 재활용품을 이용한 텃밭 컨테스트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각자 아이디어를 모아 꾸민 미니 텃밭은 관람객들의 투표를 통해 우열을 가리고 시상도 이뤄질 예정이다. 


그 밖에도 박람회장 구석구석에는 다양한 전시행사가 함께 열리고 있다. 그 중 생활원예 경진대회 작품 전시가 눈길을 끌었다. 생활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가구나 소품을  원예공간으로 결합한 것인데 캣타워 미니정원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전시만이 아니라 박람회 기간 중에는 전국 각지의 도시농업 사례를 발표하는 이그나이트쇼를 비롯해 각종 야외 공연도 펼쳐진다. 또한 관람객들은 스탬프 랠리를 통해 지정된 장소를 이어서 방문하면 선물도 주어진다고 한다. 이 밖에도 구석구석 여러 행사가 함께 열리는 만큼 안내 자료를 꼼꼼히 살피면서 관람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걸음마 수준의 도시농업, 전시성 행사보다 활성화를 위한 지원 필요

도시농업박람회가 이렇듯 규모 있게 열리고 있지만 대구의 도시농업, 아니 대한민국의 도시농업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있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처럼 도시가 숨을 쉬고 이웃들이 서로 행복해 지기 위해 도시농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처럼 전시행사 만으로 도시농업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실례로 이번 박람회에 사용된 정부와 대구시의 예산이 6억에 이르지만 정작 도시농업 교육이나 관련 인프라 구축 등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사용되는 예산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내년 도시농업박람회에서는 전시성 행사보다는 한 해 동안 도시농업이 어떻게 발전했고 얼마나 자랐는지를 확인 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 본 포스팅은 강북인터넷뉴스(kbinews.com)에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