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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진짜 주인


몇 해 전부터 조그만 텃밭을 가꿔오고 있습니다. 봄에는 상추며 깻잎 같은 쌈채소도 키우고 고추, 방울토마토, 감자도 조금씩이지만 키워서 먹습니다. 여름 장마가 넘어설라치면 무섭게 자라는 풀 때문에 고생도 좀 합니다. 그러다가도 가을로 접으들면 고구마를 캐고 배추랑 무우도 심씁니다. 



텃밭이 얼마나 크길레 그렇게 다양하게 다 키우느냐구요? ^^. 사실 제가 키우는 텃밭은 5평이 전부입니다. 고작 5평 밖에 안되는 조그만 밭이지만 어느 대농 못지 않게 다양한 종류의 작물로 다채로운 경험과 적지 않은 먹거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땅이 주는 놀라움입니다. 물론 각각의 양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번 이것저것 수확하는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텃밭 농사 지을때 가장 큰 걱정거리가 바로 벌레 입니다. 나름 친환경으로 짓느라 농약은 물론이고 화학비료도 주지 않기 때문에 텃밭은 그야말로 벌레들의 천국입니다. 
저도 매년 가을마다 심씁니다만 텃밭 작물 중에서도 특히 배추의 경우 모종을 심자마자 각종 벌레들이 달려들어 잔치를 벌입니다. 심한 녀석은 구멍이 숭숭 너무 많이 나서 배추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가 되기도 합니다. 배추벌레며 벼룩잎벌레며 종류도 다양합니다. 나름 방재도 하고 잡아보기도 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기껏 심어놓은 작물이 이럴라치면 적잖게 속이 상한게 사실입니다. 실컷 키워서 벌레 좋은 일 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돈벌이로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닌 내가 저 벌레들이랑 뭐가 다른가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결국 땅의 힘과 햇볕이 키우는 배추를 먹는 입장은 벌레나 나나 같은 거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오히려 땅과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그 속에서 키워지고 자손을 불리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저 벌레들이 오히려 배추를 먹을 자격이 더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람은 결국 결과물만 쏙 빼가 버리는 진짜 큰 욕심 많은 벌레인 셈입니다. 

아닌게아니라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며 지구의 주인인양 행세하는 인류의 모습을 보면 참 부끄러울 때가 더 많습니다. 과연 지구의 주인은 인류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까요?

대략 30~45억 년 전에 생겨난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온 기간을 보면 길게 잡아도 500만년 정도라고 합니다. 지구의 역사에 비춰보면 최근에야 살기 시작한 굴러온 돌과 다름없습니다. 







그럼 지구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주로 바퀴벌레입니니다. 한때 지구를 호령하던 공룡시대에도 함께 살았던 바퀴벌레는 공룡들이 멸종한 이후에도 살아남아 아직도 지구 곳곳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대단한 생명력입니다. 

또 지렁이도 있습니다. 지구의 창자로 불리는 지렁이는 각종 생물 잔해부터 유해 세균까지 먹어치우며 우리가 모르는 지금도 지구의 땅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업에 각광받고 있는 분변토를 만들고 스스로는 생태계의 주요 1차 먹이가 되는 등 사실 우리가 엎드려 절을 해야 할 고마운 생물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진정한 지구의 주인은 다름아닌 미생물입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무게를 다 더 했을 때 그 60%가 미생물이라고 합니다. 일단 그 양에서 주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모든 유기물을 분해해 땅으로 되돌리고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미생물이 인류보다는 훨씬 지구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정작 중요한 것은 과연 인류가 지구의 주인답냐는 것입니다. 주인이면 주인다워야 하고 이는 책임감이 함께 할 때 설득력이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지구의 환경을 위해 과연 인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배추 잎을 먹어치우는 배추벌레보다 사람이 더 이 땅의 주인다우려면 스스로 그에 마땅한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요. 

텃밭에서 수확하는 것들에서 흔히 보는 벌레 먹은 자국은 그 자체로 안전한 먹거리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자연과 함께 나눠먹는, 이 지구 순환 체계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스스로의 작은 노력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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