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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하면 안되는 이유




지방선거가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늘 당연한 것처럼 새누리당이 선출직 공직을 독점하고 있는 대구 지역에서 지난 2010년 야권단일화를 통해 처음으로 9명의 기초의원을 배출한지 3년이 지났다. 

사실 지방선거, 거기다 기초의원이라는 한계는 분명하다. 더욱이 정당별, 지역별 상황도 천차만별이고 조직적 기반도 취약하다. 하지만 지역 정치판에 처음 발을 디딘 이들을 통해 이뤄진 변화는 적지 않다. 오히려 지역의 가장 구체적인 생활현장에서 보여주는 정치활동을 통해 지역민들이 정치에 대한 불신과 외면을 극복하고 정치를 보다 가까이에서 인식하고 변화의 출발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이런 과정을 이어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조금 더 진전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이런 의미에서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앞둔 지금 발걸음이 바쁘다.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지역 주민들 안에서 좀 더 자리 잡기 위해 애쓰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거기에 지역의 의제를 선도하고 지방선거다운 정책들이 제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토론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이번 지방선거 최대 관심사는 이런 1년간의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정당공천 폐지 논란에 쏠려있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폐지의사를 밝히면서 본격화 되더니 최근에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 식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어쨌든 워낙 선거라는 것이 제도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제대로 관심을 기울여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초단위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논란은 정당공천이 시행된 2006년부터 이미 시작되어 왔다. 하지만 두 번의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여러 가지 폐해가 심해지면서 지난 지방선거 직후부터 좀 더 구체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실상은 사실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 일정은 내팽개치고 해당 지역 국회의원 행사에 달려가는가 하면 공천을 위해 뒷돈이 오가고 정작 유권자들에 대해서는 무시로 일관하는 모습에서 정당공천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총선출마의 징검다리 정도로 인식하면서 국회의원 눈치보기가 체질화 되고 있는 모습이다. 내용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앙정치에 좌지우지 되고 지역만의 의제가 실종된 지방선거가 과연 제대로 된 지방자치제라 할 수 있느냐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이런 모습을 근거로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위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빈대일까, 초가삼간일까

흔희 이번 논란을 두고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에 비유한다. 
현대 사회에서 민주정치는 정당을 통한 대의정치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정당공천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지방정치에서 정당정치를 배제한다면 이는 지방자치를 단순한 행정업무 내지는 가치중립적인 실무적 측면으로만 바라보는 편향적 시각이 아닐 수 없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강화되거나 중앙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 있는 지방행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실제로 의무급식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을 보더라도 지방정치에서도 어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어떤 행정을 펼 것인가는 단순한 행정적 선택이 아니라 가치적 측면에서의 판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립적 가치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를 관리서비스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은 기존 정치권에 의해 조성된 정치에 대한 불신, 정당에 대한 불신에 기반 한 측면이 많다. 이는 오히려 지방자치에서 정당정치가 올바르게 뿌리내리도록 해 국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이를 힘으로 중앙당의 전횡을 막는 기반이 되도록 해야 할 문제이다. 

풀뿌리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원칙적 측면이 아니라 현실적 측면에서도 정당공천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주의에 기반 한 정당들의 기득권이 견고한 현실에서 새로운 정치신인들의 정치권 진입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렵다. 특히 새누리당 일색의 철옹성인 대구지역의 경우 더 말할 나위 없다. 
지난 지방선거의 경우도 중선거구제와 더불어 정당공천이 없었다면 이 만큼의 진출이나마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정당의 정책과 가치를 가지고 선명한 내용으로 유권자들을 만나는 것과 수많은 지역 토호세력과 함께 후보들 중 한사람으로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차이가 크다. 더욱이 지역현장에서 조직력과 물리적 기반이 준비된 곳이 많지 않다고 보면 대부분의 지역은 당선을 바라보고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무기 없이 전투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특히 소수정당의 입장에서는 정당을 통하지 않고서는 진출 자체가 어렵다고 봐야할 것이다. 

또한 최근 여러 곳에서 제기하고 있듯이 여성정치인의 발굴, 진출을 위해서도 정당공천은 필수적이다. 사회적 여건상 정당을 통하지 않고서 여성이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것은 기존 기득권 정당에서 조차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정당공천이 폐지될 경우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여성들이 정치진출이 대폭 축소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비례선거만이라도 유지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것 자체를 포함해 이는 다분히 위헌적 소지가 크다. 비례는 되고 지역구는 안된다는 것 자체도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어떤 제도든 현실적인 조건에 대한 충분한 반영이 없는 한 관념적으로 흐를 수 있기 마련이다. 

더불어 정당공천제가 폐지 될 경우 생기는 부작용과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당장 정당공천이 없는 중대선거구제는 그 의미가 상당히 퇴색한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진출을 위한 의의가 실종되면서 소선거구제로 회귀하자는 주장이 당연히 뒤따르게 될 것이다. 이는 지방정치에서의 진입장벽을 더욱 높이게 되고 후보난립으로 인한 선거판의 혼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또한 기호 추첨이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유권자들로부터 검증받는 선거 본래의 취지는 퇴색할 우려가 크다. 

어떤 처방이든 진단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지점을 잘 포착해야 한다. 텃밭에 병충해가 들었다고 작물을 다 뽑아버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 듯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처방을 내려야 한다. 부작용이 있다고 정당정치를 외면하는 한 지방선거에서 민주정치가 뿌리내리는 것은 요원해 질 수 있다. 


선거방식 개선과 정당혁신으로 보완책 마련해야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 유지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제도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닌 만큼 적절한 개선과 혁신이 필요하다. 정당공천제의 기본 취지를 살리되 여러 가지 보완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중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확대해야한다. 대구의 경우 특히 4인 선거구를 일괄적으로 시의회에서 2인 선거구로 나누어 온 과정을 제도적으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 현재의 중선거구제는 사실상 소수의 진출을 보장하는 본래 취지에 매우 미흡하다. 4~5인을 선출하는 보다 확대된 선거구제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정당만이 아니라 다양한 소수의견을 가진 후보들이 지방의회로 진출할 때만이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지방정치의 흐름을 적절히 제어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간다면 해당 선거구에 한 정당이 추천하는 후보의 수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2~3인 선거구의 경우 2명이상의 후보를 공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와 더불어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 또한 아주 유력한 대안이다. 현재 지방의회에서는 비례의석이 10%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를 30%이상, 가능하다면 50%까지 확대해야 한다. 물론 비례후보에 대한 검증장치나 정당 내에서의 공천과정에서의 혁신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정당의 가치를 중심으로 투표하고 이를 의석에 반영하는 비율이 현재보다 높아져야 한다. 이럴 때만이 각종 물리적 조건이 부족한 군소정당, 소수자들이 의회에 진출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고 이는 지방자치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또한 정당 차원에서는 공천방식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구조는 말 그대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공천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다. 전지전능한 권력을 가지고 이를 바탕으로 지방의원들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무소불위의 특권을 없애고 공천과정을 제도화해 이를 투명하게 진행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러한 내부적 혁신 없이는 어떤 제도로 보완하더라도 결국은 지금 모습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지역의 힘으로 풀어가자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많은 과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지역의 의제도 챙겨야 하고 앞서 당선돼 의정활동을 펼친 기초의원들의 성과도 잘 갈무리해야 한다. 야권단일화의 과정이 이번에도 유의미한지에 대해서도 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이며, 각자의 자생력은 물론 실제로 지역의 골목 현장에서 시민 내지 주민들과는 얼마만큼의 결합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솔직하게 철옹성 같은 새누리당의 장벽에서 조금이나마 틈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의 대안 또한 철저히 그 현실에 근거해야 할 것이다. 정당공천관련 문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진단과 처방이 엇나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문제다. 
어쨌든 중앙정치에서의 논의 결과만을 쳐다보고만 있어서는 안될 문제인 만큼 다른 준비과정과 더불어 지역자체의 토론을 통해 보다 나은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보자. 



※ 본 글은 대구 야 5당(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 민주당, 진보신당, 녹색당) 주최 '2014년 지방선거 D-1년 대구 정치를 바꾹 위한 토론회'에 토론자료로 제출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