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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보면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고 계신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워낙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시절이라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임시로나마 공공근로사업에 참여를 하고 있는데요. 최저임금에 겨우 맞춰진 임금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다른 취업을 할때까지는 그나마 생계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출처:대구시>



그런데 올해부터 공공근로 운영방식이 달라지면서 당장 생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난해까지 1일 8시간 주5일근무로 주당 40시간의 근무를 했었는데요. 올해부터는 주당 28시간으로 근무시간이 갑자기 축소됐습니다. 이에따라 올해 최저임금이 4580원에서 4860원으로 눈꼽만큼이나마 인상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월 소득은 대폭 줄어들고 말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월 95만원 정도이던 공공근로 임금은 이달부터 월72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왜 이런 조치가 내려졌을까?

이는 행안부 지침에 따라 지자체별로 발표한 공공근로 사업계획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요. 제가 사는 대구시에 따르면 청년층 및 저소득층 실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서민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공공근로사업이 올해부터 주40시간이던 근로시간을 주28시간으로 단축하고 이를 통해 임금을 낮추는 대신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수를 대폭 늘린다는 내용입니다.

다시말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일자리 전체 수를 늘리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늘 노동계에서 주장해온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를 통해 제가 살고 있는 대구만 하더라도 기존 6천개 정도의 공공근로 일자리가 7천개 정도로 대폭(?) 늘어났다고 합니다. 

일자리 나누기의 꼼수

애초에 공공근로 사업을 비롯한 정부 주도의 일자리 사업의 한계는 처음부터 명확했습니다. 바로 당장의 취업률 재고, 실업률의 완화가 점이 가장 큰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일자리의 질보다는 늘 그 양과 통계에 잡히는 수치가 보다 큰 관심사였습니다. 언론에 발표되는 실업률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른 나라에 비해 실업률 계산 방법을 교묘히 왜곡하고 이를 위해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이죠.
그러던차에 해가 바뀌면서 최저임금이 소폭 인상된데 따라 예산투입 여력이 부족해진 차에 일자리 나누기라는 명목으로 이런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 주장한 일자리 나누기는 당연히 이런 형태가 아닙니다. 요즘 들어 정치권에서 늘 복지를 입에 다고 살지만 사실 가장 큰 복지정책은 바로 고용창출입니다. 복지의 가장 적극적 형태는 바로 스스로 노동을 통해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자리나누기에는 바로 최소한의 전제가 필요합니다. 당연하겠지만 노동자들의 희생만으로 일자리가 나누어 져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선 근무시간 단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일할만한 일자리를 늘려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복지이며, 제대로된 일자리 나누기입니다. 그렇지 않고 이번 공공근로 근무시간 단축과 같이 안그래도 부족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임금수준을 쪼개고 쪼개 새롭게 만드는 일자리는 취업률 통계치 개선에 이바지 하는 것 외에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근로시간단축, 최저임금 인상, 고용안정이라는 노동의 질을 높이는 전체 없이 진행되는 일자리 나누기는 말그대로 꼼수일 뿐입니다. 

사실 돌아보면 현 정부들어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는 임기 5년간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대기업들은 원래도 고용지표에서는 별 도움이 못될 뿐더러 그나마도 해외이전 등으로 별 도움이 안됐고, 국가경제가 아무리 성장해도 국내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MB정부는 4년간 80만개 정도의 일자리밖에 만들지 못해 목표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음달 취임할 박근혜 당선자는 좋은 일자리는 늘리고, 지금 있는 일자리는 지키고, 고용의 질은 올리겠다는 '늘·지·오' 정책을 내놨습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공공부문 고용 확대, 기술혁신·벤처기업 육성, 임금피크제와 60세 정년 법제화, 비정규직 차별금지 등을 제시했는데요. 사실상 이는 내용상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의 노동정책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앞으로의 노동시장이 더욱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방법은 없는가?

사실 실업률 문제와 일자리 창출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만큼은 분명합니다. 정부부처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를 세워도 그 효과가 단숨에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공공근로 사업문제와 같이 언발 오줌누기식 임시방편으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음도 분명합니다. 

결국 문제를 푸는 것은 정책당국의 노력과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출처:광명시>


광명시가 보여준 사례

얼마전 광명시가 새해 대폭 축소될 예정이었던 중앙정부 주도의 공공근로사업 시간을 시 자체 예산을 들여 연장해 근로자들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광명시는 근로시간 축소에 따른 임금 감소로 근로자의 생계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공공근로사업의 근로 시간을 1주 12시간(65세 이상은 5시간) 연장하고 이에 따른 임금 인상분은 시비로 제공하기로 했는데요. 다시말해 행안부 조치로 줄어든 근무시간과 그에따른 임금을 지자체에서 보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제대로 고민하고 사람을 중심으로 본다면 얼마든지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두에 제가 이야기한 지인분이 며칠전에는 다른 곳에 면접을 보고 오셨더군요. 당장 줄어든 임금으로 생활이 빠듯해서 다른 직장을 가기위해 면접을 보고 온 것인데요. 사실 공공근로 하시는 분들은 계속 장기적으로 하고 싶어도 취업화 되는 것을 막기위해 일정 회수가 지나면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조차도 못하게 하고 있는 만큼, 하는 동안이라도 제대로 된 대우와 더불어 이직에 성공할 수 있도록 여러 도움을 함께 주어야 하는 것이 저임금 일자리 쪼개기보다 훨씬 건설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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