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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두레생활정치연구소' 소식지에 연재 중인 글입니다. 블로그에 있는 다른 글과 어투와 형식이 다르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기획연재] 마을공동체지역운동 이야기



 


지역운동의 찾기


 

연재를 시작하며

 

지역사업 내지 지역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동네라 불리는 현장에서 활동하기 시작한지 10년을 넘어섰다. 당시를 돌아보면 이미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곳에서 지역과 마을을 개척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여전히 다들 개별적이었고 네트워크가 거의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서로에 대해 이렇다 할 정보가 없던 상황이었다. 더욱이 이른바 진보진영, 그중에서도 대구경북지역은 지역운동이라는 말 자체가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이론적 토대도 마찬가지다. 침대도 과학이라는 세상인데 어떤 운동이든 과학적 토대에 근거해 움직이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사실 몇몇 지역의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운동형식으로서 조금씩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다른 현장운동이나 계급적 토대를 가진 사업과 달리 이에 대한 뚜렷한 논리적, 체계적 뒷받침을 받지 못한 체 출발했던 것이 사실이다. 요즘 개문발차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지역운동은 아예 문도 없는 상태에서 일단 출발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운동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고, 수차례의 선거투쟁을 거치는 동안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자칫 개량적 흐름으로 치부되기 쉬운 스스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제 지역운동이라는 말이 진보운동 전체에서도 적지 않은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지역운동이 가져야할 목표와 구체적 방향에 대해서는 10년 전과 비교해 여전히 뚜렷하게 정리된 답을 내리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그동안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속에 적지 않은 성과들이 쌓여왔고 나름의 방향들이 제시되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흩어진 퍼즐처럼 아직 찾아야할 조각들이 남아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길 찾기가 아닌 길 만들기

 

지역운동의 길 찾기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사실 지역운동이 걸어온 길은 애초부터 누군가 걸었던 길을 따라 온 과정이 아니다. 숲속에서 멀리 보이는 빛줄기를 향해 풀을 베고 장애물을 넘어 없는 길을 만들어 온 과정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활동을 실험하기도 하고 만나지 않았던 동네사람들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다. 마치 지도 없이 정글 속 마을을 찾아가는 탐험가와도 같다.

 

본 연재는 이런 지역운동의 길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면에 대해 부족하나마 최대한 구체적 시각에서 정리해보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아직 찾지 못한 퍼즐의 조각도 찾고 완성하고자 하는 그림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개괄적이나마 주로 다루게 될 주제를 먼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운동이 왜 필요한지에서부터 출발하는 기본적인 개념정리와 그 역사

둘째,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지역운동의 사례와 교훈

셋째, 지역운동과 지방자치 및 정치권력에 대한 이야기

넷째, 마을만들기와 지역공동체에 대한 이야기

 

물론 이외에도 지역운동에 대한 토론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게 될 것이다.

  

Heukseok-dong town. #1
Heukseok-dong town. #1 by Visionstyler Press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지역도 현장이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10년 전 지역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도 대선을 수개월 앞둔 시절이었다. 차차 다루게 되겠지만 그 시절 처음 지역운동을 시작하게 된 질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을 바꾸자는 사람들,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정작 투표하는 날이 되면 너무나 무기력하다는 것이었다.

 

거리에서 생산현장에서 싸우고 외치던 새로운 세상이 투표만으로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지만 정작 집으로 돌아와 투표소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개인이 되고 답을 모르는 시험지를 받아든 수험생이 된다. 그렇게 뽑혀진 정치인들은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을 가지는데 우리는 여전히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해서만큼은 너무도 주체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도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정작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지하며 이웃과의 관계망에서 섬처럼 외톨이인 경우가 많다.

 

87년 이후 부족하나마 정착되고 있는 제도적 민주화에 대해 우리 스스로 좀 더 준비를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단순히 찍을 만한 후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다시 말해 공장과 농촌현장과 더불어 지역 또한 우리가 바꾸어야 할 세상이라는 이야기이다.

 

세상의 주인이 되기 위해, 동네에서도 주인이 되자. 지역도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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