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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에게서 배우는 정치인의 자세



요즘 TV에서 재밌는 사극 드라마를 많이 하던데요.  저도 좋아하는지라 자주 보는 편입니다. 그런데 보다보면 화려한 옛 복장이 많이 등장합니다. 나름 고증을 통해 재현한 옷들일 텐데요. 심한 경우 한벌에 수천만원을 호가 하기도 한다더군요. 어쨌든 이런 모습을 통해 우리 선조들이 입었던 아름다운 옛 복색을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자주 보니 익숙해 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늘 궁금했던 것이 있는데요.   바로 임금이나 벼슬아치들이 쓰는 모자입니다. 모자가 뭐 특별할게 있을까 싶습니다만, 이 모자들을 보면 어김없이 날개모양의 장식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좀 특이하다 싶긴 했어도 그저 장식이겠거니 하고 보통 지나치고 말겠지만 실은 여기에 상당히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우선 임금이 쓰는 모자는 익선관(翼蟬冠)이라 하는데 뒤쪽 머리 위 방향으로 날개가 달려 있습니다. 만원지폐에 새겨진 세종대왕의 초상(아래그림)에도 실려 있으니 많이들 보셨겠죠. 

반면 관리들의 모자는 오사모(烏紗帽)라 하고 그림(위)에서 보듯이 양쪽으로 벌어진 커다란 날개모양이 뒤쪽에 달려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모양은 조금씩 달라도 모자마다 공통적으로 날개가 달려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도데체 이 날개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사실 그 이름 한자에 그 뜻이 포함되어 있기도 한데요. 


일단 정답부터 말하자면 이 날개의 주인은 바로 여름의 상징 매미입니다. 




왜 매미의 날개를 모자에 달았을까? 

이는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이 그의 시를 통해 매미가 가진 다섯 가지의 덕을 노래 한 것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모두들 알다시피 매미는 땅위로 올라오기 전 7년여의 긴 시간을 땅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고의 세월을 이긴 매미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된지 불과 일주일여 짧은 시간동안 온힘을 다해 울고는 일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육운은 이런 매미의 독특한 생의 모습에서 다섯 가지의 교훈을 찾았다고 합니다. 

겸재 정선 <여뀌꽃과 매미>



하나씩 살펴보면 그 첫째는 입모양이 선비의 갓 끈과 같다 해서 (文), 두 번째는 이슬과 수액만을 마신다고 (淸), 세 번째는 다른 곡식을 탐하지 않는다 하여 (廉), 네 번째는 살집조차 없이 검소하다고 (儉), 허물을 벗고 죽을 때를 알고 지킨다 하여 다섯 번째는 (信)이라 했습니다. 이렇게 문, 청, 염, 검, 신의 다섯 가지를 매미의 5덕이라고 부릅니다. 
조선시대 임금이나 관리들이 이런 매미의 날개를 모자에 항상 달고 있는 것은 이 5덕을 늘 마음에 새기고 이를 정치에서 구현하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매미보다 못한 정치인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현대사회의 정치인들에게도 이 매미의 5덕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변한 만큼 새롭게 고려해야할 많은 지점이 있겠지만 지금도 정치인이 지녀야할 기본적인 자세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풀어쓴다면 항상 열심히 배우고, 매사에 청렴하며, 염치를 알고, 검소함을 실천하고 신의를 지킬 줄 아는 정치인을 뜻하는 것일텐데, 이런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이 나라의 살림을 맡겨도 될  듯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매미만도 못한 정치인들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습니다. 뉴스에서는 정치인들의 각종 비리, 권력을 이용한 범죄가 너무도 일상적인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러니 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이런 정치구조를 바꿀만큼 적극적으로 정치를 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저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욕하면서 씹어대는게 고작입니다. 그러고 보면 뽑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푸념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정치는 지저분한 것, 머리 아픈 것, 신경 쓰기 싫은 것이라는 선입견에 우리는 너무도 두터운 벽을 쳐 놓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그 벽 너머로 남의 집 구경하듯 정치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정치가 어렵고 지저분한 것이 된 데는 우리 스스로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요.
매미가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을 보여주듯. 어딘가엔 국민들의, 유권자들의 덕목도 있을테죠. 

완연한 가을, 매미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는 시절입니다.
하지만 저 땅속 어디선가, 매미는 지금도 분주하게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의 중요한 시간을 위해 준비하는 매미에게 배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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