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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줄


언제부터인가 제가 사는 동네 큰길가마다 곳곳에 빨래줄이 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장마라는 이름값 부끄럽지 않게 매일같이 줄 창 쏟아 붓고 구름 걷히는 날 조차 드문 요즘, 집에서도 안마르는 빨래를 길에서 말릴 것도 아닐 텐데 왠 빨래줄일까 싶을 즈음 바로 옆에 커다랗게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옵니다. 


‘무단횡단을 하지 맙시다’


‘무단횡단 저승길이라도 건너시겠습니까’



폴리스 라인


그렇습니다. 바로 무단횡단을 하지 말자며 차도와 인도사이에 걸쳐놓은 줄입다. 빨래줄 만이 아닙니다. 어떤 곳에는 뉴스 속 시위현장이나 범죄현장에서나 보이던 노란 띠모양의 폴리스 라인이 쳐진 곳 마져 있더군요. 무단횡단 잘못하다간 뉴스에 나올 모양입니다. 조금 과한게 표현하면 마치 수용소 철조망을 연상시키는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단횡단 벌금은 얼마?


물론 무단횡단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임에 분명합니다. 무단횡단은 도로교통법 제10조에 어긋나고 제157조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하게 되어있는 범법 행위이니까요. 보통 횡단 시설이 있는데 이를 이용하지 않고 건너는 경우에는 3만원, 나머지 경우는 2만원의 범칙금도 내야 합니다. 굳이 이렇게 법규나 벌금을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무단횡단으로 일어나는 각종 교통사고와 안전문제를 생각하면 사라져야할 모습입니다. 따라서 무단횡단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있어야 함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가로수 사이에 형형색색으로 쳐져있는 몇 겹의 줄을 볼 때마다 내내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도데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길레 이렇게 줄까지 쳐서 막는것인지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우리 동네에 무단횡단이 유난히 많았었나? 이른 아침 러시아워가 되면 수 십 명씩 큰길을 무단으로 떼지어 건너기라도 하는 걸까요.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서로가 지켜야할 다양한 약속들이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을 이런 식으로 막을 수는 없지 않나 싶네요. 길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된다고 통행을 막을 수는 없듯이, 마치 길을 다니는 모든 사람을 무단횡단을 준비하는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이런 풍경은 당장 몇 건의 무단횡단은 막을 수 있을 런지는 모르겠지만 올바른 해결책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경고 문구와 줄이 쳐진 길을 지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뒤끝이 씁쓸하기만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정책이 먼저


좀 더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서는 노력이 우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빨래줄 몇 개 걸어둔다고 무단횡단을 원천적으로 막지도 못할 것이라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홍보물을 더 연구하고 무단횡단으로 인한 폐해를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더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요. 캠페인과 시민운동이 우선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무단횡단이 법적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 사이의 공통된 의식으로 통제 될 수 있게 장기적으로 교통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이는 비단 무단횡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사회를 이루는 수없이 많은 약속과 규범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국민 모두를 예비 범죄자로 보는 환경에서 시민의식은 더 이상 자랄 수 없습니다. 


시민들 스스로 무단횡단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게 할 순 없을까요?


오늘도 동네 주민 지구벌레였습니다. 꾸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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