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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제가 사는 동네 구석구석을 새삼스레 돌아보게 됩니다. 뭐 특별히 유심히 보지 않아도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 잘 정돈된 도로, 화려한 상가건물들..어느모로 보나 전형적인 대도시의 거리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보면 이런 동네 풍경들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화려하게 바뀌는 상가간판들은 애교라 치고, 어느새 없던 도로가 생기고 멀쩡하던 산과 언덕에 구멍이 뚫리는게 예사입니다. 얼마전까지 허름하던 건물들도 성형수술을 한것 처럼 삐까번쩍하기가 일수 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처음 이사오던 10년 전에 비해 너무나 많은게 변했습니다. 옆집 할머니가 텃밭 일구던 공터에는 원룸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촌스런 간판의 단층 상가는 쳐다보기만해도 고개가 아픈 고층 빌딩으로 환골탈퇴했습니다. 뭐 ..어디고 변하지 않는 동네가 있겠습니까마는 왠지 좀 덜 변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자주 드는게 사실입니다. 새로워지는 동네를 쳐다보는 눈엔 뿌듯함보다는 옛 풍경들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자리잡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허락하는데로 변해가는 우리동네 풍경, 그 중에서도 어느샌가 사라져 버리면 아쉬울 모습들을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우리동네 사라질 풍경들....

이렇게 담아두는 동네 풍경들이 모이면 한 10년쯤 후엔 정말 박물관 하나 마련해도 되겠죠..^^. 

우리동네 풍경박물관 #1 팔거천


제가 사는 동네(대구 북구 칠곡지역)에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소하천이 하나 있습니다. 유량도 많지않고 규모도 자그마합니다. 예전에 동네에서 흔히 보이는 또랑보다 조금 크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이름은 팔거천입니다. 

오늘 남겨둘 풍경은 이 팔거천이 변해가는 모습입니다. 왜냐면 요즘 팔거천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거든요. 아니 몸살이 아니라 대수술이죠. 이른바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을 지상철인 모노레일로 건설하면서 토지 보상이나 공사에 용이한 도심하천부지를 이용해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늘 지역주민들의 훌륭한 휴식터이자 자연스런 생태하천으로 자리잡았던 팔거천이 변해가는 걸 보며 어떤 동네풍경보다 아쉬웠습니다. 


어느덧 해가 뉘엿 넘어가고 있습니다. 차들이 쌩쌩달리는 이 도로는 팔거천을 지나는 다리입니다. 이 아래로 팔거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언뜻봐도 공사중으로 보이는 중장비와 철 구조물은 보이지만 마치 뒷골목에서 얻어터지는 마냥, 팔거천의 풍경은 보이지가 않네요. 



다리위에서 내려다본 공사현장입니다. 도시철도가 다닐 레일을 받치게될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미 예전에 각종 생명으로 풍성했던 하천 오른쪽은 마치 머리를 밀어버린 것 처럼 속살을 드러내 휑하기만 합니다. 반면 왼쪽은 예전 모습이 그래도 많이 남아 있어서 묘한 대비를 보여줍니다. 마치 전쟁터에서 만나 전선을 이룬 적과 아군 처럼 말이죠. 


마침 다리에서 가장 가까이 서있는 기둥은 아직도 한창 공사중입니다. 거푸집으로 한껏 멋(?)을 낸 이 시멘트 기둥이 마치 로봇처럼 보이는 군요. 


좀 더 기둥 가까이에 가봤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봐서 그런지 몰라도 제 눈엔 거푸집들 사이로 거미처럼 줄을 내린 밧줄이 참 요사스럽습니다. 형장의 고리 같지 않나요. ㅎㅎ


거대한 기둥들의 행렬입니다.  언뜻보면 이스터섬의 거대한 석상 같기도 한데요. 사진에 보시면 벌써 기둥위에 누군가..타고 있네요. (뭘까요? 클릭해서 크게 보시면 보입니다..^^) . 근데 지금 보니 저 모습이 마치 어디선가 날라온 미사일이 꽂여있는 것도 같군요. ㅎㅎ



내친 걸음에 다리 아래쪽에도 내려가봤습니다. 역시 반대쪽 풍경도 마찬가지로 한참 공사중입니다. 나중에 건설이 완료되면 어떤 풍경으로 변할런지... 어떤 경우든 팔거천의 예전 모습이 많이 그립겠죠. 


지금은 정말 조그만 또랑이지만...공사전만해도 이렇게 어설프지는 않았답니다. 2급 지방하천으로 물도 나름 깨끗하고 물고기 등 수생생물도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공사를 시작하자마다 다 파뒤집어 엎고 요렇게 좁은 수로로 물만 졸졸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건너편에 자리잡고 그동안 팔거천이 흘러온 역사를 지켜보았을 저 키 큰 나무는 과연 건너편의 저 회색빛 기둥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언젠가 봤던 영화에서였든가요... 누가 이런말을 했었죠.

"니가 무엇을 하려고 하든..하지 말아라..."

세상엔 굳이 건드리지 않는게 좋은 것들도 많습니다. 특히 하천은 생명의 보고이자 도심생태의 중심으로서 인간의 손이 닿지 않으면 않을수록 그 생명력이 강해지니까요.

온 국민의 반대속에서도 가카가 밀어부친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일텐데요. 앞으로 4대강 지류에 대한 사업까지 한다는데. 다시 한번 말하고 싶네요. 니가 뭘하려고 하든지..제발좀 하지말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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