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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다

제가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같은 이름의 책을 읽으면서는 솔직히..많이 졸았습니다만..^^. 어쨌든 뭔가 무기력 할때, 무엇이든 해야겠다 싶을 때 늘 되새기고는 합니다. 사랑에도 표현이 중요하듯, 무언가 바꾸길 원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무기는 말이며, 표현이며,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제주도 강정마을에 다녀온지 벌써 두 달이 넘었네요. 가뜩이나 요즘 블로그 포스팅도 뜸하고 이웃들과의 왕래도 예전같지 않았습니다만, 강정 소식만큼은 다녀와서 빨리 전해야지하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제 유일한 무기마저 놓고 있는 지금 모습에서 다시한번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해봅니다. 


진작에 가보고 싶었던 강정마을, 지난 9월3일 1차 평화콘서트에 맞춰서야 갔는데요. 그사이2차 평화의 비행기, 평화의 배가 가고 콘서트가 또 열렸던데 많이들 가셨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가 갔던건 지난 9월3일 이었습니다. 좀 지났지만 강정마을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형이니까요. 저의 강정마을 평화콘서트 참가기를 전해보기로 합니다.

위에 보시듯 공항에 내려 조금 나가니 평화버스가 반가이 맞아주더군요. "놀자 놀자 강정 놀자~" 그래...한번 놀아보자규...~~^^


제주를 가로질러 한참을 가니 드디어 강정마을이 나타났습니다. 사실 여느 마을과 다를것 없는 소박한 마을일 뿐입니다만, 입구에 딱 자리잡고 있는 재밌게 생긴 요 차량을 보니 역시 미리부터 강정의 분위기가 감지 됩니다. 찌릿찌릿...~~


물론 해군기지를 만들려는 이들 보라고 걸어두셨겠지만...왠지 조심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기념으로 돌멩이 하나 가져갈까 했었는데 말이죠..ㅎㅎ


마을입구에서는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걸개그림 그리는 현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평화 콘서트 행사때 사용할 그림이었는데요. 그냥 보기에도 생동감 넘치는 바닷가 마을의 모습을 정말 기똥차게 그리고 있었습니다. 완성작은 있다가...구경하시겠습니다. 


본격적으로 골목을 들어서는데 마을지기인양 멍멍이 한마리가 느긋하게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사람이 지나가도 별 반응이 없었는데요. 정작 사람들이 모두들 웃으며 지나갑니다.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이 녀셕 눈 주변이 ㅋㅋ...꼭 안경낀거 같죠. 


그런데 마을입구를 지나자마자 강정마을 농성장까지 가는 길이 전투경찰인지 의경인지는 몰라도 하여간 막고 있다는 소식부터 듣게 됐습니다. 마을 분들의 안내를 받아 골목을 돌아돌아 갈 수 밖에 없더군요. 이마저도 막을지 모른다고 조용히 조용히...ㅡㅡ;. 왠 첩보 작전..쩝. 조금 긴장되더군요. 


어쨌든 길을 돌아 돌아 10분여를 가니 드디어 농성장이 나타났습니다. 벌써 앞서온 분들로 곳곳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 더군요. 여기저기 보이는 깃발과 현수막을 보며, 드디어 강정마을에 왔구나 싶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모인자리에 자리잡은 망루와 조형물입니다. 망루 위에는 한분이 자리를 잡고 강정마을과 구럼비를 굽어보며 지키고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못느끼겠지만 아주 높아서 말이죠. 꽤 무서워 보였습니다. 


1차 평화콘서트에 전국에서 많이들 온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어느새 하루이틀 사이 뚝딱 펜스와 철조망을 온 강정마을에 설치해 놓았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얼마든지 걸어서 갈 수 있었던 곳을 이렇게 휴전선 마냥 막아놓은 벽에 가로막히다니.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평화,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강정마을 주변을 둘러보려고 농성장에서 조금 걸어나가니 역시 의경들로 보이는 이들이 곳곳을 막고 있더군요. 저 청년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당국에서 설치한 펜스에는 이렇게 경고문도 붙어 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니 무시무시하게 적혀있더군요. 지들이나 잘하지 말입니다. ㅡㅡ;. 


눈으로 대충 보기에도 5미터는 되보이는 펜스가 정말 높아보이더군요. 세상으로부터 강정마을을 분리시키는 저 벽들...참...말그대로 벽으로 느껴지더군요. 소통이 부재한 우리시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명박산성이 떠오르는 건 저만이 아니겠죠..ㅡㅡ;.


방패든 사람들도 역시 벽을 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을입구에는 이렇게 친절한 안내판인...~~^^ 물론 아쉽게도 위에서본 펜스에 막혀 구럼비 바위는 이제 볼 수가 없습니다.


지나는 길에 만난 할머니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아픔이 전해져 옵니다. 그저 평화롭기만 했을 강정마을에 왜 이런 폭력과 전쟁의 먹구름을 가지고 왔는지 모르겠네요. 마음이 짠했습니다. 


마을을 둘러보고는 평화콘서트가 열리는 강정천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행사장 부근은 온통 경찰 버스가 가득 자리하고 있더군요. 강정마을을 둘러싼 펜스 만큼이나 세상과 강정을 나누는 벽으로 써먹고 있네요. 


주변에 가득한 전투경찰과 의경들로 분위기는 좀 험했지만 역시 재밌는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제주도의 명물 조랑말도 강저을 지키는데 나섰습니다. ^^


행사 시작을 기다리며 잠시 강정천 구경을 나섰는데요. 보시는 곳이 강정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맑은 묽이 바다를 만나는 풍경이 참 아름답더군요. 왜 이런 아름다운곳에 군사기지를 못세워 안달인지..원참..  이런 풍경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절로 혀를 차게 됩니다.


평화콘서트가 열린 강정천축구자에 들어왔더니 아까 만났던 그림이 완성되서 걸려있습니다. 어떤 화려한 예술작품보다도 마음으로 공감가는 그림이었습니다. "강정을 지켜내자!"


평화콘서트의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가 시작됐습니다. 재밌는 탈을 든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풍물소리가 요란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어느 할머니의 노랫가락이 모든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카랑카랑, 힘찬 할머니의 목소리가 모두에게 전해집니다. "모두 잘 왔습니다. 강정을 꼭 지켜냅시다~~!!" 


날이 어두워지고 본격적인 평화콘서트가 시작됐습니다. 이날 사회는 영화감독 여균동씨가 맡았는데요. 원래 김제동이 하기로 했었다는데 사정이 있어서 대신나왔다는데요. 너무 귀엽고 재밌고 멋있더군요. ㅎㅎ. 


강정마을을 평화의 마을로 지키고자하는 많은 이들이 연이어 무대에 올랐습니다. 아이들, 어른들 할것없이 노래로 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몰랐던 가수, 들어본적 없는 노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더군요.. ^^


강정마을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노래를 부른 가수 이정렬입니다. 역시 프로는 프로구나 싶을 만큼 관객들을 들었다 놓았습니다. ^^. 


콘서트 중간에는 이제는 이미 강정마을 주민이 되신 문정현 신부님이 올라오셔서 환영의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트레이드 마크인 흰수염이 이날따라 돋보이셨는데요. 절절한 신부님의 말씀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암요.. 꼭 지켜내야죠..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라고 첫머리에 전해드렸는데요. 평화콘서트를 다녀오니 역시 우리에겐 무기가 또 있네요. 바로 노래와 시..말입니다. ^^.

평화콘서트는 마지막 허클베리핀의 뜨거운 무대로 막을 내렸습니다. 참가자들 모두 그 어떤 공연장보다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모두가 같은 소망을 가지고 있어서였을테죠. 

오는 10월29일, 30일 다시한번 강정마을이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초대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강정마을 평화의 상징인 구럼비 바위는 이미 조금씩 해군당국에 의해 부서져 가고 있고 경찰과 정부는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강정마을 주민들은 조금도 굽힘없이 오늘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평화는 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 그 자체입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보존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아름다운 강정마을을 군사기지로 빼앗길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참여가 강정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평화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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