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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6일) 대구에서 열린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의 강연을 듣고 왔습니다. 경북대학교 안에 있는 한 대형 강의실에서 "학생인권조례와 교육 혁신"을 주제로 열렸는데요. 
역시 김상곤 교육감의 명성때문인지 300석 규모의 강당이 가득차 늦게 도착한 분들은 뒤에 서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작년에 있었던 지방선거 이후 전국적으로 여러분의 진보적 교육감이 당선되어 활동 중이지만, 역시 가장 앞서서 교육개혁을 이끌어온 김상곤 교육감의 강연이라 아마도 대구지역에서 교육에 관심이 있는 많은 이들이 기대를 가지고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날 주제였던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에서 시작해 다른 지역에서도 제정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나름 보수로 이름 높은 대구에서 어떤 고민이 시작될 수 있을지 모두들 진지한 표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인권조례

경기도교육청 주도로 경기도 의회에서 2010년 9월17일 제정된 조례입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학교현장에서의 학생체벌 금지,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금지, 두발·복장 개성 존중 및 두발길이 규제 금지, 학생 동의 아래 소지품 검사, 대체과목 없는 종교 과목 수강 강요 금지, 휴대전화 소지 허용, 무상급식·직영급식을 위해 교육감이 노력할 것, 학생인권심의위원회 및 학생인권옹호관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조례가 시행되면 경기도학생인권위원회와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 시정권고를 할 수 있는 학생인권옹호관이 설치되고, 학생인권의 날도 제정되게 됩니다. 현재로 3월 새학기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강연을 듣는 청중들의 나이대도 참 다양했습니다. 흰머리 가득한 어르신들부터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학생들까지 여러세대가 골고루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강연회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인 것 같았습니다. 


강연 내용을 다 전해드리면 좋겠습니다만, 제 능력과 지면에 한계가 있는 관계로 핵심만 추린다면, 경기도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과정과 그 속에 담긴 여러 의미에 대해서 해설하는 방법으로 강연이 진행됐습니다. 물론 강연 후에 질의 응답도 충분히 시간을 할애해 진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알려진데로 사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제정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었습니다. 조례안이 나오면서부터 교권에 대한 문제, 현실 적용 가능성에 대한 문제 등 수많은 문제들이 거론되며 교육계에 많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반대의 목소리도 상당히 많았구요.

특히 체벌금지와 관련해서는 끊임없이 학생들의 일탈을 담은 보도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교권에 대한 현실적 대안부제 등 아직도 상당한 갑론을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동안 다양한 정책들로 보수진영의 공격을 받아오면서도 슬기롭게 넘겨온 김상곤 교육감입니다만, 조례 제정까지 고생 많으셨을 것 같더군요.

강연 내용중에 들은 내용입니다만, 실제로 법규나 조례로 학생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만해도 전세계적으로 80개국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끼고 있지 못한 것입니다. 언제나 경제규모 서열에서는 앞서지 못해 난리인데 이렇게 학생들의 인권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우리나라는 후진국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쨌든 강연을 마치고 질의 응답이 시작됐는데요. 많은 분들이 궁금한 내용이 많아 질의가 이어졌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두명의 학생이 던진 질문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그중 한명은 가장 먼저 질문을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었는데요. 손을 번쩍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좌중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작은 환호성과 함께 말이죠. ^^. 질문의 내용은 체벌 금지가 조례의 내용인데 경기도 교육청에서 생각하는 체벌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는 것이었습니다. 일어나면서부터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질문 내용과 조리있는 말에 모두들 다시한번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이 질문에 김 교육감은 경기도에서 제시한 52가지의 대안에 대해 언급하면서 체벌이 아니더라도 교육적으로 학생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은 이미 많이 제시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런 저런 현실로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좀더 많은 고민과 시도가 이어져야 가능해지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 한 명의 질문자는 올해 고3이 되는 학생이었습니다. 질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실제로 학생들은 자신이 이런이런지점에서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것 자체를 잘 모른다는 것이 문제이지 않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교실에서 행해지는 교사와 학생간의 여러가지 상황을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인권을 떠올리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교사들의 비인권적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규정을 만들지는 않는지 물어보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학생의 질문에도 주변 청중의 술렁임이 있었는데요. 어쨌든 김 교육감은 이에 대해 조례 제정이후 각종 후속 규칙 지정 등 을 통해 보완해야겠지만, 역시 정규 커리큘럼에 결합된 정기적 인권 교육 등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이 참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강연과 질문내용보다 이 학생들이 질문하는 모습을 그자체를 보고 새로운 느낌을 받았는데요. 이런 대견한 학생들의 모습을 본다면 누구나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을 더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미 오래전 이루어졌어야할 것들이 이제라도 시행되어야 겠지만 그조차도 역시 학생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과 고민을 우리가 얼마나 가깝게 느끼느냐 하는 문제이니까요. 

부디 이번을 계기로 대구 교육계에서도 새로운 논의가 촉발 됐으면 합니다. 그런데 현재 대구 교육청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학생인권헌장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 군요. 우리 지역에서 서울대에 몇명 보냈느냐는 소식도 어쩌면 중요하겠지만, 학생들의 보편적 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그 못지 않게 좀 더 듣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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