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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란 말이 주는 어감은 누구에게나 포근하고 추억이 서린 느낌일텐데요. 막연한 이런 느낌을 잠시 두고 따져 보면 저희 부모님 세대이후 대도시에서 자란 이들에게 있어서는 사실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가족, 친지에서 시작해 학창시절의 추억과 자신의 모든 인간관계가 녹아있는 곳이니 애착이 있는거야 당연하겠지만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특정 동네나 마을의 의미는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대구시 전경


저 또한 나름 광역시이고 인구 250만이나 되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라왔는데요. 그런데 저에게 고향이자 지금도 살고 있는 터전인 대구는 정말 애증이랄까, 현재의 모습으로는 아쉬움이 더 많은 도시인게 사실입니다. 가끔 대구에 대한 포스팅을 할라치면 왜 그렇게 삐딱하게만 보냐는 댓글도 없지 않습니다만 대다수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더군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특정 사회를 평가하는 여러가지 지표에서도 대구는 짧게는 10년 이상 길게는 30여년 제자리 걸음 내지는 뒷걸음을 치고 있습니다. 

요즘은 자주 언급되지 않습니다만, 한때 대구를 두고 고담대구라는 말까지 있었죠. 보수정당 일색의 정치적인 성향과 더불어 정체와 무기력으로 표현되는 경제상황까지 솔직히 대구시민으로서 이런 주장에 반박하기도 쉽지 않았던게 사실입니다. 


젊은이들이 떠나는 도시


그런데 얼마전 또하나의 서글픈 소식을 접하게 됐는데요. 바로 대구의 2~30대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통계를 보면서 혀를 차기는 했지만 사실 이전에도 이미 느끼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어린시절 함께 학교다니던 친구들만 하더라도 대구에 남아있는 경우보다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떠나 직장을 구하고 자리잡은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요. 


보시는 건 대구통계자료에서 발췌한 바로 지난 6년간 대구의 2~30대 인구 변화 현황인데요. 굳이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아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게 눈에 보입니다. 최근 5년만따져도 대략 10만명 정도가 줄어들었습니다. 

문제는 일자리?

문제는 이 젊은이들이 왜 대구를 떠나는가에 있을텐데요. 당연히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서입니다. 최근 몇년사이 대구는 실업률도 전국 지자체중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2010년 11월 기준 3.7% 전년대비 0.2% 상승) 조금 나아졌던 해에도 여전히 전국 평균 실업률을 웃돌았구요. 게다가 대구는 대기업의 생산시설이 없는 거의 유일한 광역시이면서 전반적 일자리의 급여수준이나 제반 환경도 낮은 수준이라는게 젊은 구직자들의 공통된 답변입니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또한 현재의 일자리 뿐만 아니라 취업준비나 각종 시험준비 등 사회 각분야로 진출하는 준비 여건이 수도권에 비해 열악해 부득이하게 고향을 떠나는 이들도 많습니다. 각종 정보나 교육기관은 물론 이를 뒷바침하는 시설들도 조건이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나마 사회적으로 보장됐다고 봐야할 의대 졸업생들조차 대구를 외면하면서 지역의 대학병원들은 인턴 미달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대구 지역의 인구대비 변호사 수 등 각종 전문직들의 공통된 현상입니다. 


생산인구의 노령화, 도시 활력 감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의 생산인구 노령화도 점차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앞서 지적한 2~30대 인구의 꾸준한 유출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전체 생산인구(15~64세) 통계는 크게 변동이 없는 상황입니다. 2004년  1,846,272명에서 2010년 6월기준 1,842,579명으로 근소한 변화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젊은 인구는 줄어들고 노령인구는 같은 비율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노령화되고 있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지만 대구의 경우 그 현상이 생산을 책임질 세대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점을 더욱 심각하게 봐야할 것입니다. 

우리가 젊은 세대의 타지역 유출을 심각하게 봐야하는 이유는 바로 현재의 어려운 조건보다는 이런 현상이 미칠 결과, 바로 향후 우리지역의 미래에 대한 희망, 활력을 누가 담당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면피를 위한 겉치레가 아닌 내실있는 지역살리기에 나서야

개인적으로도 여러가지면에서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대구시청을 비롯한 지역 지도층의 무능력과 안일함 속에서 대구의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한 모습으로, 지나보면 아무 성과도 없는 언론플레이 위주의 대기업 유치설, 휴지조각이 되버리는 MOU 남발, 실속없는 대형 프로젝트 사업 중심의 땜질식 처방으로는 지역이 살아 날 수 없습니다. 

젊은이들 또한 그저 삐까 번쩍하고 화려한 일자리, 돈 많이 받는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많은 이들이 처음엔 급여수준이 조금 부족해도 대구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고향에서 터전을 마련하고 싶은 생각을 많이들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젊은 세대가 지역을 떠나는 진정한 이유는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당장이 어렵더라도 뭔가 바닥을 치고 다시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실마리가 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요. 대기업 유치를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해나가야겠지만 거기에만 목빼고 있을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 중소상인들을 위한 상권보호 등 다방면의 다양한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겠습니다.

제 고향 대구를 다음번에 언급할때는 부디 작지만 희망이 싹트는 소식을 전해드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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