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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의 꽃말

혹시 선인장의 꽃말을 아시나요. 따가운 가시로 둘러싸여 있어 꽃말이나 제대로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선인장의 꽃말은 정열, 열정이라고 합니다. 때로는 연인에 대한 정열적인 뜨거운 사랑을 뜻하구요, 때로는 자신의 일이나 그 무언가에 대한 끓어넘치는 열정을 뜻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겉보기에는 뭔가 감춰져있고 가시에 숨겨져 있지만 어려움속에서도 참고 견디며 끝내 꽃을 피우고 마는 선인장의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름 모를 어느 이주여성의 선물

작년 6월 1일 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참 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 했던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날이었습니다. 지방선거였던 만큼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까지 수많은 후보들이 자신을 지지해 달라며 막바지 선거운동에 한창이었습니다. 

제 이웃분들은 대강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실은 저도 이때 제가 지지하는 한 후보를 도우며 선거운동을 함께 했습니다. 우리나라 제일의 보수로 대표되는 도시, 변화가 없는 듯 보이는 대구 바닥에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나선 진보정당의 후보였습니다. 기회되면 자세히 소개드리기로 하구요. 어쨌든 후보와 함께 유권자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 인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여성분이 화분하나를 들고 오는게 아니겠습니까. 가까이 온뒤에 보니 언뜻 보기에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더군요. 짧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로 결혼을 통해 한국에서 살게된 결혼 이주여성이었습니다. 결혼한지 꽤 됐지만 여전히 서툰 우리말로 이분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도 선거권이 있다. 지켜봤는데 꼭 당선되서 약속한 것들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꼭 주고 싶다며, 들고온 화분을 후보에게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약속

다음날 이 후보는 이 선물의 힘을 받아서인지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강아지도 당선된다는 대구에서 최초로 한나라당 후보를 모두 제치고 1등으로 구의원에 당선이 됐습니다. 이날까지도 당선을 자신하지 못하던 이 후보는 이 선인장을 받아들고는 정말 제대로 힘을 내서 사람들을 더 만났던 것 같은데요. 

제 블로그에 오신분들이 지지하는 정당은 모두 천차만별일 것 같습니다. 물론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로 관심 없다 하시는 분들이 더 많겠죠. 저도 뭐 지금 그런 걸 따지고 토론해 보자는 건 아니구요. 

다만 이 여성분이 전해준 선인장에 담긴 의미에 대해 다시 새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뭐 예전 어떤 정치인들은 차떼기로 돈도 받고 땅도 받고, 퇴임후 자리도 받고 이래 저래 많이들 받았죠. 그런 정치인들은 아마도 받은 것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테고 그래서 생긴 많은 일들이 두고두고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낳았던 것 같습니다. 정치하는 것들 다 더러워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 선인장에 담긴 이야기는 이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좀더 어렵고 낮은 곳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기억해달라, 유권자들과 나눈 약속을 잊지 말아달라, 첫마음 변하지 마시라..

그렇게 이 작은 선인장에는 감히 잊을 수 없는 약속이 고스란이 담겨 있습니다. 바쁘고 정신없어서 물을 자주 못주었지만 이 선인장은 그 약속을 양분삼아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금도 당선된 그 구의원의 사무실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당당히 자기 자리를 잡고 말이죠. ^^
아마도 이 구의원은 앞으로도 이 선인장을 볼때마다 자신을 더 가다듬을 것 같습니다. 


예전 사진을 정리하다가 기억이 떠올라 이야기를 실어 봤는데요. 여러분의 열정은 어디 담겨져 있는지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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