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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짧은 시 한편이 한권의 책보다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하고 역사 속 인물들이 남긴 수많은 저서보다 그들이 남긴 몇 마디의 말이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다"
언젠가 읽었던 멕시코 사파티스타 '마르코스'의 책 제목처럼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진정한 무기는 총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말, 그들의 외침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늘 치열하게 살며 총알이 빗발치는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고 일기를 썼던 체게바라 였기에, 그의 말에는 더욱더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오래전 읽었던 그의 평전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그의 생각에 더 근접한 느낌이 들더군요.
하지만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 일컬어지는 체게바라가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그가 누군지도 모를 이들의 티셔츠에서부터 시작해 각종 광고 매체까지 진출해 이미 너무 익숙한 하나의 브랜드, 상품 이미지가 된 느낌입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겠지만 어쩐지 상품처럼 보이는 그의 얼굴이 반갑지만은 않은게 사실입니다.
과연 그가 살아 이 모습을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얼마 전 그가 마지막 생을 마감했던 볼리비아의 한 마을을 방문하는 내용의 TV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습니다. 이 동네 어디를 가나 체게바라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특히 당시 그가 묵었던 한 집은 온통 집안 전체를 체게바라와 관련된 물건과 사진들로 채워놓고 있었습니다. 집 주인은 처음 만난 방문객들에게 쉬지 않고 체게바라가 그 집에 들렀던 날의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그가 묻혔던 땅은 기념관처럼 꾸며져 그의 유해가 쿠바로 돌아간 이후에도 여전히 성지로 대접받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마을은 체게바라 덕에 굴러가는 건 아닐까 싶기까지 했습니다. 적어도 그 마을에서만큼은 체게바라는 아직 죽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전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행적을 쫒아 그가 모터싸이클을 타고 누볐을 라틴아메리카를 돌아돌아 볼리비아의 이 동네까지 찾아온다고 합니다. 체가 그랬듯 세상에 대한 희망과 꿈이 가득한 눈을 가진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거리에 넘쳐나는 티셔츠 속의 그의 얼굴에서가 아니라 바로 이들의 눈에서 체게바라는 혁명가로서 살아있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책에 나오는 ‘신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는 어느새 현실 속 우리 모습에 지쳐서 인간에 대한 가장 깊숙한 곳의 신념과 희망과 불가능에 대한 상상과 꿈을 애써 보려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밝은 낮에도 어디선가 빛나고 있을 별빛을 찾아 떠나봅시다.
그의 행적을 따라 길을 찾는 젊은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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