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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처럼 전국 각지에 테마를 담은 길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유명한 곳으로 치자면 지리산 둘레길, 제주도 올레길 정도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몇몇 유명한 길들이 TV나 언론에 많이 소개되면서 새로운 관광자원 모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지역에서 이름도 다양한 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좀 된다 싶으니 억지로 끼워 맞추기도 하고 제대로 정비가 안된 상태에서 팻말부터 꽂는 곳도 제법 있더군요. 뭘 하더라도 좀 제대로 준비해서 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
어쨌든 산행보다는 좀 덜 부담스럽고 편하게 걸으며 이런저런 체험도 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계신 지역에도 하나 쯤 있겠죠.

경남 하동 박경리의 토지길


자 본론으로 들어가서... 개인적으로 아직 둘레길이나 올레길도 못가봤습니다만, 지난해 가을 경남 하동 토지길을 다녀왔습니다. 토지길? 아직 이름도 낯설다구요? 네. 아직은 그리 유명하다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나름 알고 계신 분들도 많더군요. 

이름에서 풍기듯 토지길은 소설 토지를 모티브로 하는 길입니다. 소설의 주무대가 되는 평사리들판, 최참판댁, 섬진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인데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구석구석에 소설 토지속의 이야기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걸어가면서 하기로 하고 ...자 출발 하실까요~~


토지길은 총 2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그중 1코스는 평사리 공원에서 시작합니다. 섬진강가에 위치한 평사리 공원은 잘 조성된 강변 공원입니다. 주차장도 넓고 볼거리도 많아서 출발지로 안성맞춤이더군요. 


공원에는 이렇게 토지길 코스에 대한 안내 표지판도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미리 코스를 숙지하는 건 기본이겠죠. 

<토지길 코스 안내>



제가 다녀온 코스는 1코스입니다. 실제로 소설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들을 배경으로 하는 코스가 되겠습니다. 


토지길을 따라가다보면 이렇게 팻말이 곳곳에 세워져 있습니다. 아주 가끔 헤깔리게 설치된 곳도 없지는 않지만 길을 찾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더군요. 모양도 이쁘게 아주 잘 설치 된것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봄날씨가 시작되는 요즘입니다만, 제가 갔던 때가 가을인지라 코스모스가 곳곳에 참이쁘게 피었더군요. 요즘은 개나리, 목련이 한창이죠. 토지길을 따라가다보면 온갖 들꽃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평사리 공원에서 빠져나와 길을 건너면 평사리 들판이 나옵니다. 소설속에 나오는 최참판댁의 논들이 아니었을까 싶었는데요. 정말 아름다운 들판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토지길을 따라가다보면 코스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 조금씩 헤깔릴때가 여러차례 있는데요. 그럴때 길안내를 해주는 표식입니다. 색깔이 좀 바래긴 했지만 많이 걸려 있어서 큰 도움이 되더군요. 박경리 토지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코스중에 주요한 길목에는 보시듯이 팻말로 된 안내판이 세워져 있기도 합니다. 지나온 곳과 다음 길목을 알려줘서 길 찾기를 한결 수월하게 해줍니다.


동네를 따라 흐르는 개천이 참 맑더군요. 안에서 쉴새없이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훤히 보입니다. 


이곳은 취간림이란 곳입니다. 옛선비들이 정자도 짖고 공부도 했던 곳이라는데요. 지금은 숲만 남아 있습니다. 여름엔 그늘과 바로 옆을 흐르는 개천 덕에 많은 이들의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합니다. 


토지길을 가면서 그동안 몰랐던 다양한 들꽃과 열매를 많이 봤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신기했던 녀석입니다. 동네 어르신께 물으니 하늘수박이라고 하시던데요. 많이 익으면 저렇게 쪼글쪼글해지지만 탱탱할땐 수박을 닮았습니다. 진통효과가 있어서 약용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길을 가다보니 예전 동네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던 개울가 빨래터가 보입니다. 요즘이야 여기서 빨래하는 분들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소설속 아주머니들이 빨래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빨래도 빨래지만 서로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고나와 흠씬 두들겨 줬겠죠. ^^


가을 풍경이 길에 가득했는데요. 특히 토란대와 대추는 보기만해도 입맛이 돌더군요. 봄에 느껴 보는 가을 정취도 색다른 맛입니다. ^^


지나다 만난 호박입니다. 사진으로는 잘 모르시겠지만 크기가 상당했습니다. 아주 무거워보였는데요. 호박 덩쿨의 힘이 대단하죠. 제가 고생하는 덩쿨을 좀 도와줄까 했는데..ㅋ.. 주인이 따로 계실것 같아서 말이죠. ㅎㅎ

1코스의 정점에서 만나는 곳이 바로 조씨고가입니다. 소설 토지의 최참판댁의 실제 모델이 된 집안과 고택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예전에 미리 포스팅한 자료로 대신하니 한번 따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여행/체험/답사] - 소설 토지 최참판댁 실제모델 조씨고가와 노래하는 할아버지


조씨고가를 지나고 나면 이렇게 과수원과 밭들 사이로 길이 나 있습니다. 좀더 풀내음이 많이 나서 참 좋았습니다. 시골길을 걷는 느낌 같았습니다. 콧노래가 절로...~~흥얼흥얼..^^


그런데 길을 가다가 어르신들이 뭔가 따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호기심이 발동해서 가까이 가보니 호두를 따고 계시더군요. 그런데 흔히 보는 호두랑 좀 달랐습니다. 쭈글쭈글하게 마르지 않기도 했지만 종도 좀 달랐습니다. 바로 토종 호두라고 하시더군요. 크기도 조금 작고 덜 단단했습니다. 


속을 까보니 요렇게 흰살이 들어있습니다. 맛은..음...약간 쌉싸름하면서 호두맛이 나더군요. 근데 작아서..먹을 건 별로 없었다는...ㅡㅡ;. 


앞서 말씀드린 팻말과 노란띠와 더불어 토지길을 따라 매달린 길안내 판입니다. 주로 아리송한 길목 나뭇가지에 걸려 있습니다. 모양도 이쁘구요. 눈에도 잘 띄더군요. 


자 드디어 소설속 주무대인 최참판댁 입구에서 만난 돌담입니다. 시골정취가 그대로 뭍어나죠. ^^. 최참판댁은 그 자체로도 상당히 유명한 관광명소가 됐는데요. 좀더 자세히 다음 포스팅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길가에 이렇게 깨도 말리고 있었습니다. 어릴땐 동네에서 많이 봤었는데. 요 녀석들을 잘 말려 탈탈 털면 고소한 깨가 나오죠. ^^


최참판댁을 나서서 계속 가다보면 다시 평사리 들판이 나타납니다. 추수를 미리 끝낸 논이 있었던 모양인데요. 볏짚을 쌓아놓은 모습이 마치 동물의 뒷모습 같지 않나요..ㅎㅎ 사자인기 개인지는 몰라도 편안하게 같은 쪽을 바라보는 모습 같습니다. ^^. 


평사리 들판의 평화로운 모습을 뒤로하고 계속 걸어가는데 백로로 보이는 새 한마리가 무언가 주시하고 있습니다. 사냥 중일까요? 아님...암컷을 지켜보는 수컷일까요.? 하여간 가까이 가는 사람쪽은 신경도 안쓰더군요. ㅎㅎ


한바퀴 돌고 나와 다시 섬진강과 만났습니다. 토지길도 좋지만 섬진강 만으로도 너무나 멋진 풍경이 많은지라 여행오시는 분들도 참 많죠. 이날도 모래톱과 햇살이 비춰서 한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

토지길 1코스는 여기서부터 섬진강을 따라 화개장터까지 가는 도로길로 이어집니다. 섬진강까지가 주요 코스라 사진은 요기까지 준비했구요. 화개장터 구경은 예전에 올린 포스팅으로 대신 ^^.
[여행/체험/답사] - 섬진강 줄기따라 발길이 만나는 곳, 화개장터 



마지막으로 토지길에서 만난 친구를 소개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이 아니구요. ㅎㅎ. 수세미입니다. 어른 팔뚝만큼 큰데요. 이걸 말리면 실제로 주방에서 쓰는 수세미로 쓸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린열매의 경우에는 식용으로도 쓰인답니다.

토지길을 함께 다녀오셨는데요. 어떤가요. 기회가 닿으면 꼭 다시한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정말 멋진 풍경과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 더 많지만 스크롤 압박이 심할 것 같아서 많이 줄였답니다.
봄이 완연한 4월입니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박경리의 토지길 트래킹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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